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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찰음식 세계화 가능성 충분히 보았다”러시아에 한국 사찰음식 첫 선보인 지견(知見)스님
  • 청주 = 여태동 기자
  • 승인 2018.06.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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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한국 사찰음식을 처음으로 선보인 지견스님이 주지로 있는 청주 월명사 앞뜰 채마밭에서 머위를 돌보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이자 기독교의 한 계파인 ‘정교회’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러시아에 한국의 전통 사찰음식이 처음 선보여 큰 호응을 받았다. 주러 한국문화관과 조계종 전국비구니차인연합회는 지난 달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사찰음식제를 열었다.

한국 사찰음식과 전통차가 선보인 이날 행사에는 러시아정부 인사들과 종교, 예술, 문화계 등 150여 명이 참석해 한국 전통 사찰음식과 전통차를 맛보았다. 이날 행사의 중심은 단연 한국 사찰음식이었다. 총 3개 코스에 걸쳐 15가지의 대표적인 사찰음식을 만들고 대표 음식을 시연한 주인공은 청주 월명사 주지 지견(知見)스님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귀국한 스님을 지난 11일 청주 월명사에서 만나 한국 사찰음식에 대한 반응과 세계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대개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게 보통 상식이라고 들었는데, 제가 한국의 전통 사찰음식을 시연하고 맛보는 동안 큰 박수와 웃음이 그치지 않았어요.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 것이지요. 이것은 결국 한국 전통 사찰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이 그만큼 열려 있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지견스님은 러시아에서 느꼈던 감동을 10여 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 소위 ‘포커페이스’라 불리는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종교가 다른 자그마한 스님이 선보이는 음식에 이렇게 호응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는 것.

“앞으로 홍보만 되면 한국 사찰음식은 어느 나라에서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확신해요. 그만큼 한국 사찰음식에는 이유 있는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스님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흑임자(검은깨)는 흰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어 주고, 연근은 혈관을 깨끗하게 해 주는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할 수 있는 게 사찰음식이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반응은 매우 컸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해프닝과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했다. “호텔이다 보니 위생이 까다로워 정식 한식조리사자격증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저는 2007년 구미 금오종합사회복지관에서 사찰음식을 강의하면서 이 자격증을 취득해 문제가 없었어요. 또 보건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급히 만들기도 했어요.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 됐으면 러시아 행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또한 행사가 끝난 후 주한 러시아 대사관으로부터 “지금까지 여러 행사를 치러 보았지만 스님의 사찰음식 강의와 시연에 러시아 사람들이 이렇게 큰 호응을 보인 적은 처음 본다”며 스님에게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사찰음식은 궁극적으로 수행을 위해 몸을 유지하는 약으로 인식하는 수행의 방편”이라고 설명한 스님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에 깃들어 있는 정성”이라고 강조했다.

7살 때 절에 들어와 사찰음식을 처음 접한 스님은 중학교 때 가정실습 시간에 고기와 양파를 넣어 커리를 만들던 것을 응용해 절에서 감자와 버섯을 넣어 대중들에게 내놓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사찰음식에 관심을 가진 스님은 의성 고운사 말사인 안동 선찰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스님의 솜씨에 탄복한 도반스님의 권유로 사찰음식에 대한 레시피를 정리하면서 세간에 사찰음식가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어른스님들이 하수구에 내려가는 쌀 한 톨도 다시 꺼내 몇 번씩 씻어 끓여 먹으며 “시줏물 중히 여겨야 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긴 지견스님의 사찰음식에 대한 철학은 누구보다도 남달랐다.

“제가 만드는 사찰음식은 달고 짠 것을 멀리합니다. 우선 계절에 따라 구하기 쉬운 재료를 선택하고 편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여기에 힘도 덜 들게 합니다. 예를 들면 솥에 물을 얹고 재료들을 데칠 때 흰 색부터 검은 색 순서로 합니다. 또 음식쓰레기를 남겨 버리지 않습니다. 감자나 사과껍질도 익혀서 곧바로 거름으로 활용합니다. 신도님들에게도 ‘사찰 공양주로 살면 덕이 쌓이고, 채공간에서 일하면 지혜가 생긴다’고 말해 줍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철학이 들어 있는 사찰음식은 눈으로 보기 좋고, 코로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입으로 드실 수 있는 3가지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시주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담겨 있어야 합니다.”

스님이 생각하는 사찰음식에 대한 개념이 궁금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찰음식은 수행을 위한 음식입니다. 당연히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고, 육류도 제외됩니다. 그렇지만 영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콩에서 단백질을 보충하고 몸을 보호하는 재료를 활용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온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행식이 건강식이 되고, 건강식을 하게 되면 궁극에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종교가 다른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궁극에는 행복을 위한 음식이 바로 사찰음식이라고 설명해 주었더니 충분히 공감을 했어요.”

지견스님은 2015년에 40여 년간 간직해 온 레시피를 모아 <지견스님의 손쉬운 채공간>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인기가 좋아 매진으로 품절된 상태다. 2014년에는 스님의 사찰음식에 관심을 보인 50여 명의 후원자들과 함께 ‘가미향 사찰음식연구소’를 설립해 사찰음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가미향’이라는 브랜드로 채식 쌀국수, 우거지찹쌀누룽지와 돼지감자, 명이나물, 셀러리, 방풍나물, 고추, 곰취, 무 등 장아찌 류와 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등 장류를 시중에 내놓고 있다.

지견스님이 러시아에서 선보인 사찰음식.
지난 달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사찰음식제에서 사찰음식을 맛보고 있는 현지인들.

청주 =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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