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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8.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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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악천우 극복한 세계인의 축제불기 2562년 연등회 어땠나요?
불기 2562년 연등회는 어느 때보다 고비가 많았다. 올 초부터 종로에 버스중앙차로 시행에 따른 걱정과 함께 연등행렬 당일 비가 쏟아지면서 연등회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행사 직전까지도 쏟아졌다. 올해 연등회는 하루 종일 내린 비로 모든 것이 씻겨나갔다. 빗속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불만도 제기됐지만, 비를 온몸으로 맞은 연등행렬 참가자들과 관람객이 하나가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5월12일과 13일 이틀간 동국대와 종로 일대에서 진행된 국가무형문화재 122호 연등회는 궂은 날씨에도 27만 명이 운집해 성황리에 회향했다. 통일신라 때부터 1200여 년간 이어온 한국의 전통문화이자 세대를 잇는 등축제로서 연등회가 제 역할을 다 했는지 살펴보자.

 

퍼레이드하기 어려운 날씨임에도 참가단체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연등행렬에 동참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당초 우려됐던 종로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에 따른 불편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서울시는 5월12일 오전6시부터 이튿날 오전3시까지 흥인지문부터 종로1가까지 양방향 교통을 통제했다. 중앙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을 옮기고, 도로 평탄화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차량통제시간이 길어져 시민들 불편이 불가피했으나, 우려와 달리 연등회 당일 접수된 민원은 많지 않았다. 경찰 측도 예년 기준으로 500건 이상 민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행히 예상보다 적은 100여 건만 접수됐다고 한다. 1주일 전부터 교통통제를 충분히 안내한 것도 있지만 우천으로 바깥나들이를 한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 4월부터 매주 일요일 광화문 앞 세종로에서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한 덕도 있다. 주말 서울시내에서 차량운행이 수월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져 장시간 차량통제에 대한 불만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는 버스정류장 이동할 정도의 시간 동안만 교통이 통제돼 시민들 불편도 줄어들 전망이다.

당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면서 어느 해보다 힘든 연등회가 예견됐다. 비가 예보되면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날씨와 상관없이 연등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등단별로 우천을 대비할 것을 공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이상 연등행렬 때 비가 온 적이 없어 주최 측이나 참가자 모두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폭우로 행사 3시간 전인 오후1시30분 경 어울림마당이 취소됐다. 연등회보존위가 어린이 청소년 외에 장년층도 참여하는 율동단의 사고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으나, 행사장서 번복됐다. 일부 단체들만 공연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행사가 취소된 줄 알고 자리를 비운 단체들의 경우 공연에 참여하지 못해 항의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연등회보존위 측은 “대중들 분위기가 침체돼 현장 분위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단체호명 없이 현장에서 참여 가능한 연희율동단을 모아 식전율동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비가와도 해야 한다, 비 오는 데 위험하게 왜 하느냐는 극단의 평가가 있었지만 대중들이 같이 율동을 한 덕분에 분위기가 적극적으로 반전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식전 혼란은 있었지만 연등행렬은 우중 속에서도 평년과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장엄등이 대형화되는 추세 속에서 어린이 청소년불자들이 직접 준비한 조그만 장엄등이 빛을 발했다. 어릴 때부터 장엄등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소형 장엄등은 엄마 아빠와 같이 만들고 함께 행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올해는 일부 사찰에서 참여했지만, 규모가 작은 사찰에서도 준비할 수 있어 동참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 버스전용차로 도입 후
첫 연등행렬 수월하게 진행
우천으로 혼선 빚기도 했지만
불자들 일심으로 참여해 빛나

뿐만 아니라 퍼레이드하기 어려운 날씨임에도 참가단체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악천우를 극복했다.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은 가사장삼 안에 우비를 입고 행렬에 동참했다. 금륜사 스님과 신도들은 김장용 비닐봉투를 이용해 행렬등을 덮고 그 안으로 몸을 넣어 우산대용으로 활용했다. 동산반야회는 T자형 등대 대신 투명비닐우산 안에 등을 달아 행렬에 나섰다. 대만 불광산사 어린이들은 투명비닐 우비를 입어 전통의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생쥐분장까지 해 귀여움을 연출했다.

사찰별로 방수대책을 세우느라 고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아쉬움도 남는다. 연등회가 야외행사인 만큼 제대로 된 우천대책을 세워야 한다. 강수량 정도를 봐서 행사일정과 참가단체 지침을 제시해줘야 혼란이 없다. 행렬에 동참한 5만 여명이 일회용 우비를 제각각 입으면서 애써 갖춰 입은 한복이나 단체복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못한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통의상을 보여줄 수 있는 투명재질의 우의나 판초가 절실하다. 행렬등도 지금처럼 비닐로 싸기보다 포장용 랩을 활용하면 등 본래 모양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천행사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해 보다 원활하게 연등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가 주최하는 청소년음악놀이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서울디자인고등학교 학생들의 치어리딩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젊은 불자 문화 유입 필요”

더 새로워진 전통문화마당
관람객들 해마다 증가 추세

5월13일 우정국로 일대에서 벌어진 전통문화마당은 예년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먹거리, 청춘, 전통, 국제불교, 나눔, NGO 마당 등 6개 마당 에 들어선 130여 개 부스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을 맞았다. 기존에 불자들로만 이뤄지던 전통문화마당은 불교를 통해 양산된 다양한 문화를 한 자리로 모으는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올해는 불교의 오랜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채식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젊은 단체들의 참여가 눈길을 끌었다. 불자는 아니지만 채식을 통해 불살생과 환경문화를 공유하는 한국채식연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계란과 우유, 버터를 쓰지 않고 만든 빵과 케이크 쿠키 등 비건 베이커리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구매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비건 베이커리 외에도 먹거리마당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사찰의 티타임이란 주제로 홍차펀치와 화전 등을 준비했던 밀양 정각사 외에도 사찰음식을 준비한 사찰과 단체들은 가져온 식재료를 모두 소진했다. 채식에 대한 호응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연등회보존위원회에는 먹거리마당 확대운영에 대한 의견이 적지 않게 개진되고 있다. 불교를 중심으로 한 채식문화 확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의미 있다.

명상을 좋아하는 20대 학생들이 주축이 된 유스메디테이션의 참여도 무게를 둬야 한다. 명확하게 불자라고 정의할 수 없지만 명상을 통해 친불교적 성향을 갖고 있는 청년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불교교류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해는 첫 참여라 관람객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명상을 매개해 젊은층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공평동과 안국동 무대에서 마련된 공연 또한 새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각설이 공연이 처음 펼쳐지는가 하면 대만 불광산사 자항유아원 어린이들도 무대에 올라 대만문화를 소개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측은 불교를 매개로 접근할 수 있는 젊은 문화 유입에 골몰하고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모임들이 연등회 전통문화마당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030세대가 참여할 수있는 청춘마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폭을 넓히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청년 불자들이 요즘 무엇을 좋아하고, 뭐 하고 노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통문화마당을 통해 젊은 불자문화가 소개되고 시민과 폭넓게 공유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불교신문3399호/2018년6월13일자]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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