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열흘 붉은 꽃 없고 십년 넘기는 권세 없다더니 초파일 불단을 장엄했던 화려한 꽃도 이내 하염없이 지고 만다. 넘실거리던 연등을 다 걷어내고 나니 본래의 적정고요가 도량을 장엄한다.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선거 후보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선거가 아니라면 절에서 보지 못하는 분들도 더러 있다. 불교를 위해 좋은 일 하겠다고 앞서는데 나는 오히려 4년 전 선거에 나섰던 한 출마자의 변이 생각났다. 그는 “비록 이번 선거에 당선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도 잃는 것이 아닙니다. 각계각층의 대중을 만나고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진솔한 목소리를 듣는 그 하나만으로도 저에게는 엄청난 자산이며 소중한 공부입니다. 어디 가서 그런 큰 경험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로 감동을 주었었다.

달라이라마의 종교를 일러 ‘자비’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를 ‘정치 지도자의 종교는 국민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선거에는 누구나 출마할 수 있지만 정치 지도자라는 평을 듣고 반열에 오르는 이는 아무나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혜안과 공심을 갖고 덕(德) 있는 이가 정치지도자가 되어야한다. 어느 한 특정종교를 지지하거나 편협된 시각을 가져서도 안된다. 

‘인구가 많고 토지가 넓다고 하여 큰 나라가 아니다. 군주가 덕스럽고 백성들이 총명하여 어진 것을 큰 나라라고 한다’고 하듯 “훌륭한 지도자는 사리사욕을 완전히 버린 무아(無我)사상에서 전체를 위해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 개인만 위한 지도자가 되지 말고 전체를 위한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성철큰스님의 짧지만 큰 가르침을 선거목전에 다시 새긴다. 

[불교신문3399호/2018년6월13일자]

일광스님 논설위원·거창 죽림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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