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생중계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쭉 지켜보았다. 역사적인 날인만큼 이목이 거기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나 반갑게 악수하는 장면,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온 장면, 두 정상이 산책하다 도보다리 벤치에서 30분간 격 없이 밀담 나누는 장면, 두 정상이 양쪽의 영부인, 수반들과 함께한 저녁만찬 장면 등, 각 장면들이 인상적이고 때론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아직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전쟁의 긴장감이나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명분이 확실한 전쟁도 불합리한 평화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불현 듯, ‘북한에도 사찰이 존재할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놓고 ‘설마 있을라고?’라며 별 기대않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놀랍게도 사찰들이 존재했다. 놀랍다는 표현을 쓴 건 공산주의는 종교를 아편으로 여겨 금하고, 중국이 문화혁명 때 전통적인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말살했던 것에 비추어 초록동색인 북한도 당연히 그러했으리라 여겼던 때문이다. 

설령 사찰이 존재한다 해도 전시용으로 금강산에나 한두 곳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각 지방에 제법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도 사진으로지만 보존을 위해 관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옥건축물은 사람의 손길이 조금만 살피지 않아도 금세 쇠락하기 때문이다. 어느 사찰법당에는 불상들도 안치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불교가 남한에서처럼 종교활동이 이루어진 거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우리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언젠가 통일이 되는 그날, 북한의 사찰들에서도 범종 소리 멀리 울려 퍼지고 법당에선 경전의 독경소리 우렁차게 울릴 수 있기를, 그리하여 우리 불자들이 북한의 사찰들을 순례하고 예배드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불교신문3399호/2018년6월13일자]

이선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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