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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9.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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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향기' 법정스님이 남긴 임종게는...

간다, 봐라

법정스님 지음·리경 엮음/ 김영사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다”

미발표 원고, 유품 등 담은
특별한 잠언집·사진집 출간

“스님의 정신과 가르침들…
다시금 나누는 계기 되길”

법정스님의 삶을 재조명한 잠언집과 사진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사진집에 실려있는 스님이 머물었던 평창 일월암의 무소유 창.

청빈의 도와 맑고 향기로운 삶을 몸소 실천한 법정스님(1932~2010)의 입적 8주기를 맞아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잠언집과 사진집이 잇달아 선보여 불교계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스님, 임종게를 남기시지요.”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다. 간다, 봐라." 먼저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법정스님의 임종게를 비롯해 산 속 일기, 스님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 지인들의 생생한 일화와 편지를 모아 엮은 <간다, 봐라>가 최근 나왔다. 법정스님은 ‘수류산방(水流山房’)이라 이름 붙인 마지막 거처인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도 세상을 향해 남긴 글과 그림들을 남겼다. 때문에 스님 생애의 마지막 시기들을 보낸 강원도 산골 시절, 그때까지 지니고 있었던 노트와 메모, 편지, 그림들이 다시 빛을 보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

이 책에는 산중 수행자의 생활을 진솔하게 담은 산거일기를 비롯해 자연과 생명, 홀로 있음, 침묵과 말, 명상, 무소유, 차, 사랑과 섬김이라는 주제별로 다시 모아져 있다. 스님의 노트 속 글과 메모들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원고였던 것처럼 새로운 생명을 얻어 되살아났다.“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물소리가 아니라 생명과 존재의 목소리이며/ 영원히 현존하는 만물의 목소리다.” 스님이 아껴둔 미발표 시와 에세이, 퇴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육필 원고, 다양한 책에서 가장 귀한 구절만을 뽑아서 정리한 내용과 여기에 스님의 치열한 공부와 빛나는 감성이 덧붙여져 있어 어느 장을 읽어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법이 없는 막된 세상/ 입 벌려 말 좀 하면/ 쿨룩 쿨룩// 비상군법회의 붙여/ 십오년 징역이라/ 쿨록// 자격을 또 십오년이나 빼앗아 버리니/ 쿨룩 쿨룩// 이런 법이/ 이런 법이 어디 있는가/ 쿨룩 쿨룩 쿨룩…”(법정스님의 시 ‘쿨룩 쿨룩’ 중에서) 특히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며 옥중 고초를 겪던 무렵에 쓴 세 편의 저항시도 임종게와 함께 대중에 최초로 공개돼 주목된다.

“광주의 떠들썩한 소리가 바로 실상산에 들어왔네. 하좌하면서 전라도 지방은 나와 인연이 없다고 자인하며, 다만 근기가 만 배나 수승하기만을 생각할 뿐이지. 우선 세존께서 말씀하신, 인연이 없으면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은 바로 삼불능 중 한 가지이니 한탄스럽기만 하네…”(향봉스님이 1980년 여름날 법정스님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여기에 향봉스님과 구산스님을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 장익 주교, 함석헌 선생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와 지인들이 간직했던 스님과의 주요한 일화들도 담겨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수류산방 터를 시주했던 인연으로 스님의 자료를 모아 이 책을 엮었다는 리경 씨는 “기존의 책은 출간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남겨진 원고를 통해 스님의 정신과 가르침을 다시금 나눠,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 밖에 무엇을 구하리

김용관 사진·리경 엮음/ 김영사

이와 더불어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법정스님의 오두막 살림살이와 풍경들,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나누었던 서화와 물품 등을 있는 카메라에 담은 유품 사진집 <이 밖에 무엇을 구하리>도 잠언집과 함께 나왔다.

사진집에는 수류산방의 안과 밖에서부터 평소 좌선하던 오두막 앞 바위, 글을 쓰고 차를 마시던 다실, 겨울에 얼까봐 물구멍을 틔워 얼지 않게 관리했던 개울,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릴 때부터 물을 주어 기르다가 스님 입적 후 산골(散骨)한 오두막 옆 소나무까지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스님의 발우와 법복, 죽비, 염주는 물론 제자들에게 남긴 수계첩, 한지를 발라 추사(秋史)의 글을 쓰고 재활용했던 주유소 티슈 상자, 홀로 쓰는 해우소에 들어갈 때에도 바깥에 보이도록 돌려놓았다는 '나 있다' 푯말, 스님 임종 때 멈추었다는 끈 떨어진 손목시계 등 수류산방의 물건들이 130여 점의 컬러사진으로 스님을 추억한다.

김용관 사진작가는 “스님께서 머무셨을 공간, 남기신 흔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멋지게 예쁘게 촬영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올라왔다”면서 “전기도, 인공적인 빛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던 그 공간에서 스님께서 보셨던 그 빛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가장 정직한 전달이라 생각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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