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부처입니다”

 

“‘나’를 귀한 존재로 만드는
그 기도가 회원 여러분 주변 
모두를 위한 기도가 될 것” 

순례 이어 직거래장터 이용
장학금ㆍ약사여래보시 전달 

‘53기도도량’ 제27차 순례법회는 부처님오신날 봉축의 기쁨이 넘치던 지난 5월11일, 12일 화순 쌍봉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53기도도량’ 제27차 순례법회가 지난 5월11일, 12일 양일간 전남 화순 쌍봉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이 있어 봉축의 기쁨이 넘치는 5월, 우리 ‘53기도도량 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중조산 쌍봉사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5월의 햇살과 풀꽃들이 지천이었다. 산사순례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는 싱그러운 산사의 봄이 여기저기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일주문에 도착하자 주지 시공스님과 대중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쌍봉사는 조계종 제21교구본사 송광사의 말사이다. 신라 경문왕 때 철감선사(澈鑒禪師)가 중국에서 돌아와 이곳 산수(山水)의 수려함을 보고 창건, 자신의 도호(道號)를 따서 사명(寺名)을 쌍봉사로 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경문왕은 철감선사의 법력(法力)과 덕망을 듣고 궁중으로 불러 그를 스승으로 삼았다. 

쌍봉사가 널리 알려진 것은 문성왕 (847년) 시절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獅子山門)의 기초를 마련하고 부터이다. 제자 징효(澄曉)는 쌍봉사에서 스승의 선풍을 이어받고 영월의 흥녕사(興寧寺, 현 법흥사)에서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을 개산(開山)하게 되었다. 구산선문은 9~10세기 신라 말 고려 초 주관적 사유를 강조한 선종(禪宗)을 산골짜기에서 퍼뜨리면서 당대의 사상계를 주도한 아홉 갈래의 대표적 승려들의 집단이다. 이들이 주장한 것은 ‘직지인심(直旨人心)’으로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중생이 본래 지니고 있는 불성(佛性)을 찾아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이루고 또한 대립과 부정을 상징하는 문자를 뛰어넘어 초월의 세계로 지향하여 ‘불립문자’를 표방, 번쇄한 교리를 일삼은 교종종파들이 소홀히 다루어온 부처의 가르침의 본래 의미인 ‘교외별전(敎外別傳)’를 전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므로 쌍봉사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의 기초를 마련한 곳이다. 

이후 쌍봉사는 퇴락을 거듭하다가 1081년(문종 35)에 혜소국사(慧昭國師)가 창건 당시의 모습대로 중건, 공민왕 때 전라도관찰사 김방(金倣)의 시주로 중창, 조선시대 들어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뒤 1628년(인조 6)에 다시 중건, 1667년(현종 8)과 1724년(경종 4)에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요문화재로는 국보 제57호 철감선사탑과 보물 제170호 철감선사탑비, 보물 제163호였던 대웅전이 있다. 철감선사탑은 우리나라 석조 부도 중 가장 기묘하고 아름다운 우수한 작품인데 그 조각의 우아함은 당대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전은 1962년 해체공사 때 3층 중도리에서 1690년(숙종 16) 두 번째 중건에 이어 1724년 세 번째 중건된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상량문이 나왔다. 

우리 회원들은 쌍봉사 대웅전 마당을 기도처로 잡고 육법공양,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나를 찾는 108참회기도를 여법하게 봉행했다. 그리고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며칠 후면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화순군에 있는 중조산에 와서 오월의 싱그러운 신록들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산사로 오시는 길에 무엇을 보았습니까? 곳곳마다 핀 아름다운 풀꽃들을 보았죠. 산봉우리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은 또 어떻습니까? 이게 바로 순례자들이 체감하는 기쁨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삶에 지쳐서 마음이 많이 찌들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데 바로 산사순례가 제격입니다. 싱그러운 산사의 봄을 느끼고 또 부처님께 기도도 하고 공양을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겠습니까. 

오늘 여러분들은 <화엄경> 입법계품의 27번째 선지식인 비슬지라 거사를 친견하러 왔습니다. 그는 ‘보살의 해탈’을 얻으신 선지식으로 선재동자에게 부처님의 존재에 대해 ‘있다, 없다’라는 분별심과 차별심을 가지지 말라고 합니다. 모든 부처님은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의 조복 받을 수 있도록 열반하지도 않고 중생들 곁에 늘 계신다고 일러 줍니다. 또한 부처의 종자도 영원히 이어진다고 했던 겁니다. 그 부처의 종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여러분들이고 스님들이고 수행자들입니다. 이게 얼마나 위대한 가르침인지 여러분들은 알아야 합니다. 눈을 들어보세요, 푸른산이 보이죠. 귀를 기울여 보세요, 새소리가 들리죠. 물소리 바람소리는 어떻습니까. 부처님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부처입니다. 이같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 바로 비슬지라 거사입니다. 아시겠죠. 오늘 여러분은, 부처님은 열반하시지도 않았으며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기도하세요.”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이 끝난 뒤에 주지 시공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이 좋은 계절에 멀리 남도 땅 화순 쌍봉사까지 찾아주신 53기도도량 순례회 선묵혜자스님과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멀리 기도 순례를 오신 회원 여러분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며, 쌍봉사에서 올린 간절한 기도가 꼭 성취되기를 부처님 전에 기도 올립니다. 회원 여러분의 기도는 가족을 위하고 이웃을 위하는 기도이기도 하겠지만 그 바탕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마침내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간절한 ‘나’의 서원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고 ‘나’의 깨달음이 가족도, 이웃도 나아가 사회도 변화시키는 시작일 것입니다. 오늘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53기도도량 회원 여러분, 나를 귀한 존재로 만드는 기도를 하십시오. 그 기도가 여러분 주변 모두를 위한 기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 회원들은 쌍봉사 순례를 봉행한 뒤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 보시금 수여행사도 가졌다. 

부처님탄생지 네팔 룸비니동산에서 채화해온 ‘평화의 불’ 쌍봉사 대웅전 분등 모습. 오른쪽부터 선묵스님, 영조스님, 시공스님.

[불교신문3398호/2018년6월9일자] 

 

선묵 혜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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