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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깨달음에 이르는 길 ]<20> 과거 현재 미래의 마음은 얻을 수 없다시비분별 없는 본디 그 마음자리
  •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 승인 2018.06.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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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ㆍ현재ㆍ미래 집착 않으면 
걸림 없이 세상을 활보하면서 
대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어

‘생멸이 없는 마음’이란 생겨나는 마음도 아니요 멸하는 마음도 아닌 ‘참마음’을 말합니다. 이 마음은 온갖 망념이 떨어진 마음이니 어떤 경계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과거에도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미래에도 집착하지 않으니 걸림 없이 세상을 활보하며 대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주스님은 12장에서 이 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원문번역: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간 것이므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과거에 집착하는 마음은 저절로 끊어지니, 이를 일러 ‘과거의 일은 없다’고 한다. 미래의 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원하고 찾지 않는다면 미래에 집착하는 마음은 저절로 끊어지니, 이를 일러 ‘미래의 일은 없다’고 한다. 현재의 일도 이미 눈앞에서 지나가는 일들이니 모든 일에 다만 집착할 것이 없음을 알 뿐이다. 집착이 없다는 것은, 증오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 현재에 집착하는 마음이 저절로 끊어진 것이니, 이를 일러 ‘현재의 일은 없다’고 한다.

과거 현재 미래로 묶어둘 수 없는 마음을 또한 ‘삼세(三世)가 없는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이 만약 과거의 일을 떠올릴 때 그 마음을 집착하여 따라가지 않는다면, 과거에 집착하는 마음은 저절로 끊어진다. 마음이 만약 어떤 경계에 머물 때 그 마음을 집착하여 따라가지 않는다면, 머물러 집착하는 마음이 저절로 끊어져 ‘머물러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니 곧 이것이 ‘머물러 집착할 곳이 없는 데 머무는 마음’이다.

강설: <금강경>에도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되는 일화로는 덕산(780-865)스님과 떡집 노파의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덕산스님은 어려서 출가하여 모든 경(經)에 두루 밝았지만 특히 금강경에 매우 능통하였으므로 금강경 앞에다가 그분의 성씨를 붙여 ‘주금강(周金剛)’이라 불렀습니다. 하루는 도반들에게 “경을 보면 오랫동안 공부하며 보살행을 실천해야 성불한다고 하였는데, 요즘 남쪽 지방 스님들은 ‘바로 마음을 가리켜 단숨에 성불케 한다’라고 하니, 내가 이들의 잘못을 금강경으로 바로 잡겠다”고 장담하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먼 길을 가다 산 입구에서 배가 고파 점심을 사 먹으려고 길가의 허름한 떡집으로 찾아 들어갔습니다. 무거운 걸망을 짊어지고 있는 허기진 스님을 보자 떡을 팔고 있던 노파는 호기심으로 “걸망에 가득 든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덕산스님은 “금강경 내용을 자세히 풀이한 책들입니다”라고 말하니, 노파가 다시 말하기를 “금강경 공부를 많이 하신 스님이시니 저에게 금강경에 나오는 구절을 하나 일러주면 떡값을 받지 않고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금강경에서 ‘지나간 마음은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스님께서는 지금 어느 마음으로 이 떡을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 말에 말문이 꽉 막힌 덕산스님은 금강경의 참뜻을 일러주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노파가 일러 준대로 용담숭신 선사를 찾아가 열심히 공부하다가 어느 날 밤 용산선사의 전광석화와 같은 가르침으로 망념이 사라져 선악의 경계가 끊어진 곳에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뒷날 천하의 납자들을 가르치던 덕산스님의 가풍은 깊고 엄해서 사정없이 주장자로 다스리니, 임제(?~867)스님이 납자를 맞이할 때 사용하던 ‘할!’ 가풍과 어깨를 겨루어 덕산의 방망이질이라는 ‘덕산 방(棒)’이라는 명성을 천하에 드날리게 됩니다. 임제의 할! 덕산의 방! 이런 방편은 생멸이 없고 생사가 없으며 시비분별이 없는 본디 그 마음자리를 단숨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불교신문3398호/2018년6월9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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