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군부대에는 약 400여 개의 군사찰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주변의 작고 소담한 군사찰을 찾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은 고양시 한 군사찰 모습.

군부대에는 군교회, 군성당과 함께 군사찰이 존재한다. 통상 군사찰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군법당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원래 법당이란 사찰의 일부분이지만, 아마도 군불교 초기에 법당하나만으로 시작한 곳들이 많아서 군법당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라 추측된다. 종종 외부인이 군사찰을 방문 할 수 있는지 문의를 받는데, 군부대에 속한 사찰이긴 하지만 부대 울타리 밖에 있는 사찰은 언제나 자유롭게 참배할 수 있고, 부대 안에 있더라도 미리 연락을 한다면 참배나 법회참석이 가능하다.

전국 군부대에는 약 400여개의 군사찰이 있는데, 규모가 큰 단위의 부대에는 전통사찰 양식으로 아주 웅장하게 지어진 곳도 있고, 현대건축 양식으로 멋지게 지어진 곳도 있다. 하지만 작은 단위의 부대 법당들은 아주 열악한 곳이 많다. 조립식 판넬로 얼기설기 지어진 곳도 있고, 못쓰게 된 창고 등을 보수해서 법당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총 다섯 곳의 군사찰 주지 소임을 맡았는데, 그 중 어떤 곳은 조립식 판넬로 지어진 법당에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요사채만 덜렁 있던 사찰도 있고, 또 어떤 곳은 일주문부터 종각, 불탑, 석등에다가 팔작지붕이 아름다운 전통 양식의 법당을 갖춘 웅장한 곳도 있었다. 각자의 규모에 따라 나름의 운치가 있었지만, 의외로 가장 생각나는 곳은 위에 언급했던 허름한 조립식 판넬 법당이다.

경기도 고양시 모 부대의 군사찰인데,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판넬로 지어진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외벽 마감도 전혀 없어 판넬의 우중충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요사채는, 녹이 슬어서 발로차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매우 낡은 컨네이너 박스였다.

그렇게 이리저리 둘러봐도 단점 투성이인 법당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고 있다가, 아주 큰 장점을 하나 발견했다. 장병들이 법당 앞을, 수도 없이 지나다니는 것이었다. 군종병에게 이유를 슬쩍 물어보니, 생활관에서 PX(부대 내 마트)를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웅장하고 멋진 법당은 평소에 가기에는 왠지 범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 곳은 편하게 쉼터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날부터 법당 앞에 쉼터라는 팻말을 걸어놨더니, 어느 날부턴가 장병들이 슬쩍 들어와 물 한잔 마시고 가고, 법당 앞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편하게 드나들게 되었다. 어느 새 법당이, 일종의 사랑방이 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병사들의 고민거리도 듣게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

그렇게 몇 달 지나니 20~30명에 불과하던 법회 참석 인원이 100여 명을 훌쩍 넘었다. 보기에는 허름해 보이는 법당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이 장병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된 것이다. 이렇듯이 크고 웅장하고 멋진 것들도 좋지만, 때로는 낡고 허름하고 그저 그런 것들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주변의 작고 소담한 군사찰을 찾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작음의 아름다움, 낡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3398호/2018년6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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