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유격대원’ 육사1기생 11명 위패도 모셔

“사회와 타인 위해 목숨 바친 모든 분이 호국영령”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스님)가 6월6일 현충일을 맞아 호국영령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의인(義人)들을 기리는 천도재를 봉행했다. 천도재에는 한국 전쟁 발발 당시 불암산을 근거지로 삼아 유격전을 펼치다 장렬히 산화한 육군사관학교 생도 1기생 11명의 영가도 모셨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해마다 중양절에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의인들을 위한 생명나눔천도재를 봉행하다 올해부터 현충일로 날짜를 옮겼다.

이날 행사 명칭은 ‘불암사 생명나눔회원 및 순국선열을 위한 제24회 장기기증자 특별 천도재’였다. 오전 10시30분 대웅전 앞 경내에서 인간문화재 전수자의 살풀이와 바라춤 시연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천도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생명나눔 회원과 후원자, 신도, 유가족 등 300여명이 동참했다. 

중양절에서 현충일로 날자가 변경됐는데도 후원회원들의 동참이 많았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최상균 사무총장은 “조상 천도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중양절에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로 날짜를 변경해 생명나눔 후원회원 분들이 어떻게 반응할 까 걱정했는데 지난해 보다 오히려 동참자가 훨씬 더 늘었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독경과 바라춤 회심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살풀이 바라춤이 절정으로 치닫자 합장하며 기도 올리는 신도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바라춤 시연 후 대웅전에서는 스님들이 독경으로 영가를 천도했다. 이어서 열린 법회에서 이사장 일면스님은 중양절에서 현충일로 천도일을 변경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면스님은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군인 뿐만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위해 치안에 힘쓰다 돌아가신 경찰관, 화재 현장에 나갔다 희생당한 소방관, 바다에서 어민들의 목숨과 생업을 책임지다 목숨을 바친 해양경찰관등 공무를 수행하다 순국한 분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다 돌아가신 많은 의인과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여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들의 생명을 살린 분 등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바친 이 모든 분들이 호국영령”이라며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고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현충일에 천도재를 지내게 됐다”고 소개했다. 

일면스님은 “법력이 높은 큰스님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하면 지옥 중생도 천도한다”며 “실제로 제가 22시간에 걸친 대 수술 중에 어느 스님이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어느 분을 위해 저렇게 참 간절히 기도하나 의문이 들어 나중에 알아보니 제가 아는 스님이 인도 성지순례 중에 저 수술 소식을 듣고 기도했더라”고 기도의 중요함을 들려주었다.

일면스님이 생명의 소중함에 관해 법문하는 모습

많은 신도들이 동참한 가운데 천도재는 오후 까지 이어졌다. 천도재가 끝난 뒤 국군불교총신도회장을 맡고 있는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불자장성들이 일면스님을 예방하고 육사 생도 1기생을 비롯해 호국영령들을 위한 천도재를 봉행하는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불암사 대웅전에 위패를 모신 불암산 유격대원은 박인기 김봉교 전희택 김동원 홍명집 이장관 조영달 한효준 박금천 강원기 김만석 등 10명으로 이들은 한국전쟁 개전 초기 불암산에서 북한군을 맞아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육사 생도병이다. 이들을 일러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라고 부를 정도로 북한군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했다. 

대원들은 후방으로 후퇴하지 않고 서울 시민들 아군이 철수할 시간을 벌고 적이 장악한 후방을 교란할 목적으로 불암산에 진지를 구축하고 유격전을 벌였다. 이들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아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9월 까지 수개월 동안 인근 태능 창동 퇴계원 등의 적군의 보급소 등을 기습하거나 북으로 끌려가는 민간인을 구출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유격대가 오랫동안 전투를 벌일 수 있었던 데는 불암사와 산내 암자 석천암의 지원 덕분이다. 석천암 김한구 스님은 은신처를 일러주고 식수와 음식을 제공했다. 그간 잊혀졌던 불암산호랑이 유격대원들의 활약상과 호국 정신은 지난해 일면스님이 천도재를 봉행하면서 세상에 다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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