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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찾고 ‘님’도 찾고…마음껏 사랑하세요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만남 템플스테이’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1박2일 간 서울 금선사에서 ‘만남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미혼남녀 18명이 모여 연애특강을 듣는 것은 물론 600년 전통 사찰에서 ‘나’를 찾고 ‘님’도 찾는 시간을 가졌다.

2030 미혼남녀 18명 참가
레크리에이션 게임 즐기고
연애코치 전문가 특강 들으며
인연찾고 자아성찰 시간 가져

미혼인 30대 후반 선배에게 얼마 전 소개팅(이라고 쓰고 선이라 읽는다)이 들어왔다. 상대는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성품도 좋단다. 그는 소개팅 제안을 거절했다. 대체 왜?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어디서 만나 뭘 먹어야 할지, 계산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해야 하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선자 체면을 생각해 억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고역이야.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다 해도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고. 공들인 것에 비해 성공률도 너무 낮잖아.”

시베리아도 꽁꽁 얼릴 듯한 어색한 분위기,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실언들, 굳어가는 상대의 표정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소개팅 쓴맛을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좋은 인연만나기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요즘처럼 기분 좋은 날씨가 계속될수록 짝 없는 싱글 남녀 외로움은 깊어만 간다. 이 외로움에서 탈출하고자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서울 금선사에 싱글 남녀가 모였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1박2일 동안 진행한 이번 ‘만남 템플스테이’에는 2030세대 여자 11명과 남자 7명이 참가했다. 레크리에이션, 연애특강은 물론 600년 전통 사찰에서 ‘나’를 찾고 ‘님’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자. 빈 공간이 있으면 안됩니다. 빈 좌복 양쪽에 앉아있는 두 분이 같이 손을 잡고 다른 한 명을 지목해 자리를 채우셔야 해요. 정해진 시간 안에 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그분부터 자기소개를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 본 사람하고 어떻게 손을 잡냐구요? 에이~ 오늘만 유치원 시절로 돌아가보자구요! 처음엔 민망해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도록 합시다.”

심목민 레크리에이션 강사 말이 끝나자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앉은 참가자들이 ‘우르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초면이고 뭐고 게임 앞엔 체면치레가 없는 법. 손목을 낚아채는 과감한 스킨십도 서슴지 않고 빈 좌복을 채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반복된 자리 채우기 끝에 애교 가득한 경상도 여자 김희경(28·가명) 씨가 첫 번째 자기소개 주자로 선택됐다.

“부산에서 왔구요, 의상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희경 씨가 수줍은 듯 자기소개를 하자 남성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부산 여자의 매력은 뭐에요?”라는 질문에 “솔직하고 쿨한 것이 매력입니다”라는 당찬 대답이 이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양주혁(33·가명) 씨가 “오늘 왜 지각하셨나요?”라는 짓궃은 질문을 던졌다. 민망한 듯 웃음만 지어보이던 희경 씨.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참가자들 사이에서 “에이~ 그런 질문 왜 해요~”라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첫 만남에 어색해하던 참가자들 얼굴에 금세 웃음이 가득 번졌다.

평소 템플스테이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이거다! 했다는 김가영(27·가명) 씨에게도 ‘만남 템플스테이’는 1석2조의 기회. “주말에 방구석에서 뒹굴거리기 보다 뭐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는 강 씨는 “이왕 온 거, 스스로를 알아보는 시간도 갖고 더불어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과 3일전 템플스테이를 하러 왔다가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스님 추천으로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했다는 이민수(30·가명) 씨도 마찬가지. 이 씨는 “템플스테이의 좋은 기억이 있어 또 다시 왔다”며 “이왕이면 나를 찾는 시간도 갖고 좋은 인연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연애코치 전문가 이명길 강사는 연애를 시작하기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법,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법, 밀당(밀고 당기기)의 기술 등을 설명하며 연애 비법을 귀띔했다. 이 씨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밝고 긍정적인 첫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머리결이 좋네요’ ‘운동 많이 하시나봐요’라고 상대에게 가벼운 칭찬을 건네는 것부터 시작하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사찰에서의 만남 그 자체가 특별한 인연이라는 것이 이 씨 생각이다. 이 씨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장소가 주는 영향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며 “젊은 세대 사람들이 술집이나 클럽이 아닌 스스로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 체험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신뢰가 가고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짝을 찾는 것에서만 만남 템플스테이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은 이날 레크리에이션, 연애특강, 티파티 등을 게임을 즐기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예불과 108배, 산행과 숲속명상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동시에 스스로를 찾는 힐링 시간을 가지며 템플스테이 본연의 의미에도 충실히 임했다.

금선사에서 템플스테이를 담당하고 있는 선우스님은 “훌륭한 목수는 서로 결이 다른 나무들을 잘 다듬어 멋진 가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애 특강이 끝나고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주혁 씨에게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냐”고 묻자 민망한 듯 웃음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소개팅이나 헌팅같은 인위적인 만남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섣불리 마음에 든다 안든다 표현하지 않아도 되고, 인연을 만나지 못해도 차분히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다 가면 되니까요. 만남 템플스테이 매력은 목적이 만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쉬어가도 돼’ ‘꼭 결혼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소중한 인연 맺으며 내면 힘 키우는 시간’

■ 만남 템플스테이는...

2012년 고양 흥국사에서 처음 시작됐다. 초창기에는 결혼정보회사 듀오와 함께 이벤트 형식으로 개최되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주최를 맡은 후 1년에 3회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현재까지 26회 진행됐으며 약 521 명의 미혼남녀가 참여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단돈 1만원에 이성과의 만남과 템플스테이까지 누릴 수 있어 2030세대에게 인기다.

행사 참가자는 수련복을 입고 사찰식 식사를 제공받는다. 사찰기본예절부터 타종체험, 새벽예불, 아침명상, 전통다도, 108배 등 템플스테이 정석을 누릴 수 있다. 레크리에이션 전문가가 실시하는 다양한 게임을 비롯해 결혼정보회사 듀오 등에서 이름을 알린 유명 강사의 연애 특강, 차를 마시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티파티 등 만남 템플스테이에 특화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묘장스님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으로 소통의 폭이 다양해지고 넓어졌으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직접 만남은 점차 줄어드는 젊은 세대에게 자연과 함께 산사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소중한 인연도 맺을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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