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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공동체 교구를가다]<4>21교구본사 조계총림 송광사오롯이 본분사 매진…수행공동체‧결사정신 '생생'
  • 송광사=박봉영 기자
  • 승인 2018.05.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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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교구본사 조계총림 송광사는 청규에 의한 수행총림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어 수행공동체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교구대중의 수행처 오도암 건립을 위한 교구대중공사. 송광사는 교구와 총림의 중대사안에 대해 대중공사를 통해 결정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새벽3시 하루 시작하고
아침‧점심 발우공양 철저
‘정혜결사’ 목우가풍 이어

수행 장해 되는 일 지양
재정과 운영은 투명화해
‘승가 공동체’ 전통 유지

고려말 국교였던 불교는 많은 병폐가 드러났다. 수행정신은 옅어지고 세속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런 승가의 수행풍토를 바로잡고자 했던 승풍쇄신 운동이 전라도에서 일었다. 조계종 중천조 보조국사가 주창한 정혜결사(定慧結社) 운동이다.

보조국사는 조계산 송광사에 정혜사를 설치하고 선풍 진작에 나섰다. 보조국사에 이어 15명의 국사가 이 곳 송광사에서 정혜결사를 계승했다. 목우가풍으로 불리는 보조국사를 포함한 16국사의 정신은 여전히 송광사의 가풍으로 자리잡고 있다. 불법승 삼보 가운데 승보사찰로 불리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송광사는 불교정화운동의 격랑 속에서도 큰 마찰이 일지 않았다. 근현대 선지식으로 꼽히는 효봉스님과 취봉스님을 중심으로 수행공동체 정신이 살아 있는 총림을 이뤘다는 평가도 여기에서 나왔다.

지금의 교구 체계가 확립된 이후 송광사는 호남지역 6개 교구 중 하나인 제21교구를 아우르는 본사가 됐다. 광주광역시와 소재지인 순천시, 화순군, 보성군, 장흥군, 고흥군 등을 관할하며 80개의 사찰과 380여명의 재적승을 두고 있다. 광주 무각사, 증심사, 원각사를 비롯해 화순 운주사와 만연사, 보성 대원사, 장흥 보림사 등이 송광사의 말사다. 조계총림은 안거 때 총림 대중이 90~100명에 이르고 해제철에도 60~70명 수준을 유지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총림이 이러했지만 요즘의 총림이나 본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송광사는 외형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청규와 생활에 있어서도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송광사 대중은 승보사찰, 목우가풍 등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강하고, 송광사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라는 인식도 또렷하다.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는 송광사 새벽예불의 장엄함도 송광사의 올곧은 전통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생활과 문화가 바뀜에 따라 사찰도 이에 맞춰 적지 않게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송광사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공동체생활에 대해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다. 새벽 3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아침과 점심을 전통식 발우공양을 하는 등 생활과 청규가 철저하다. 수행 중심의 총림 중에서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곳은 드물다. 모든 사찰이 수세식 화장실로 바꾼 요즘 송광사는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고집을 오히려 자랑으로 여긴다.

조계총림은 결제와 해제가 다르지 않다. 매일 새벽3시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울력과 발우공양 등 수행공동체로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송광사처럼 큰 행사를 치르지 않는 총림도 흔치 않다. 이 역시 가풍이다. 묵묵히 본분사에 충실할 뿐 사찰과 불교나 사찰을 내세우는 일을 삼간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일을 지양한다. 불교 최대명절인 부처님오신날에도 법요식 외에 특별한 이벤트 행사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흔히 봄과 가을철 산사음악회나 문화축제를 일체 열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송광사의 가풍을 알 수 있다.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은 “처음 부임했을 땐 산중사찰이기는 하지만 뭔가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며 “대중과 함께 논의하다보니 소박하고 소탈한 가풍을 잇고 공부에 장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회했다.

응당 해야할 일은 모두 일상 속에 묻어 있다. 총림 대중의 생활 외에 신도들을 위한 초하루법회를 비롯해 불교대학, 금강산림법회, 어린이법회, 템플스테이, 수련회 등이 잘 운영되고 있다. 거대한 총림을 이루고 공부와 수행 중심으로 돌아가는 송광사의 가풍 때문에 템플스테이는 꽤나 유명한 편이다. 사찰도 세속의 변화를 좇는 요즘 이를 거부하는 듯한 송광사에 매료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과거 운영시스템이다. 사찰살림의 규모가 적지 않은데다가 교구의 살림까지 있기 때문에 1년 사업계획서와 예산운용계획서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일부 수말사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등 교구 재정과 운영, 말사 재정 투명화도 병행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재정적 뒷받침으로 이어져 수행 총림을 유지해온 가풍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미 공표한 노후수행처 오도암 건립을 비롯한 교구 스님들의 복지사업도 청신호가 켜졌다. 송광사는 승려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1만명의 후원인을 모집하는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교구 대중 전체가 모여 대중공사를 진행함으로써 수행공동체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2년동안 모집한 후원인은 4400명.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송광사는 공부와 수행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총림이라는 인식이 불자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에 일궈낸 성과로 분석하고 있다. 본분사에 매진하기에 특별할 것 없으면서도 올곧이 결사정신을 잇는 송광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승가의 발우공양 전통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조계총림 송광사는 여전히 아침과 점심을 발우공양을 하고 있다.

“그날이 그날 같아야 송광사다운 것”

제21교구본사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

목우가풍이 철저한 조계총림과 제21교구를 이끌고 있는 이는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이다. 기획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정평이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송광사는 그런 진화스님과 잘 연결되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는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진화스님은 부임 이후 오랜기간 내려오는 공동체 정신을 이으면서 한걸음 나아가 수행공동체가 더욱 잘 유지되도록 하는데 치중해 왔다. 수행사찰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양간 건립불사 등을 제외하고는 총림과 교구 대중의 공부와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기에 겉으로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날이 그날 같다”는게 진화스님의 표현이다.

진화스님은 “총림이자 교구본사인 송광사는 주지 한 사람의 생각이 강하게 반영되는 일반 사찰과 개념이 다르다”며 “송광사 주지는 가풍에 따라 수행공동체를 유지하고 이어가는 소임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진화스님이 지난 2년간 변화를 시도한 것은 운영시스템 개선과 승려복지 분야다. 기존에는 없던 사업계획서와 재정운용계획서가 만들어지고 교구 스님들이 노후 걱정없이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는 수행처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교구와 본사의 종무행정을 시스템화하는 일도 병행했다. 이 역시 조계총림이라는 수행공동체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진화스님은 “올해 완공되는 공양간과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수행처 건립은 공부와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는 일”이라며 “지금은 진행되고 있는 일이 원만히 성취되도록 추진하면서 승려복지의 틀을 최대한 완벽하게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임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임을 맡고 있는 동안 운영에 있어서 시스템화가 완벽히 갖춰진다면 어떤 후임자가 오더라도 어려움 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후수행처 오도암 건립을 추진하면서 교구 재적승 대중공사를 거쳐 결정한 것도 공동체로 유지되는 총림의 전통을 잇기 위함이었다. 그래야만 본사주지로서 중심을 잡고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진화스님은 “고정수입이 거의 없는 송광사가 교구본사로서, 총림으로서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나마 송광사가 유지하고 있는 공동체를 잘 계승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것이 가장 송광사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광사=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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