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봉중·고등학교 불교반 법회 현장

순간의 실수로 또래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 학생들은 “불교가 낯설지만 법회에 나올수록 호기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포 보현사 주지 지선스님과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서로 3배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

20여 명 불교반 법회 찾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친구들과 장난치는 모습이
또래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아

“처음 접하는 불교 낯설지만
지금은 불교에 호기심도 생겨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가족들
건강하고 모두 잘 지냈으면”

인간은 누구나 그 자체로 존귀하다. 모두가 깨달음을 이뤄 성불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도 여기에 있다. 어리석은 중생들이 스스로 존귀한 존재임을 깨달아 해탈과 열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처님오신날을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깨달음을 발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간의 실수로 또래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부처님오신날을 열흘 앞둔 지난 12일 의왕시에 위치한 고봉중·고등학교를 찾았다.

고봉중·고등학교의 또 따른 이름은 서울소년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한 청소년들이 가정과 사회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돕는 교정기관이자 교육기관이다. 

불교여성개발원 교정교화센터(센터장 박정희)는 지난 2011년 5월 고봉중․고등학교와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공동 주관한 것을 인연으로 불교반 법회를 지원하고 있다. 이후 정기적으로 고봉중․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20여 명이 봉사자들이 4~5명씩 조를 나눠 매주 학생들을 만나 청소년들의 정서적 안정과 교화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 매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통해 이곳 학생들에게 불연을 심어주고 있으며, 지난 2014년부터는 연 2회 템플스테이를 실시하며 학생들에게 자아성찰과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불교반 학생들을 만나러 가는 봉사자들의 마음은 분주했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법회 시간은  매주 토요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단 2시간. 이마저도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간식을 먹일 시간과 법회 준비와 정리 시간을 빼고 나면 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30분이 전부다. 철문을 지난 불교반 법당에 도착했다. 이날 봉사에는 김포 보현사 주지 지선스님과 박정희 여성개발원 교정교화센터장 등 총 4명이 동참했다. 수십 명이 참가하는 이웃종교 봉사자들과 달리 이들의 활동은 일당백이었다. 법회 준비와 간식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봉사자들이 직접 챙기고 있다.

이날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행사 준비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리허설이 진행됐다. 법당에는 불교반 학생 20여 명이 참가했다. 우울할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학생들은 모두 밝은 모습이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모습이 또래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늘 간식은 뭐예요?”, “치킨 언제 도착해요?” 매주 자신들을 찾아주는 봉사자들이 반가우면서도 간식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창 배고플 나이답게 법회보다는 간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에 이어 보현사 주지 지선스님이 학생들에게 절로 인사를 건넸다. 학생들도 스님과 봉사자들을 위해 익숙하게 절을 올렸다.

“부처님께 올리는 향과 등, 꽃, 과일, 차, 쌀 등 여섯 가지를 육법공양이라고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받아 지니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봉축법요식에서 여러분들이 해야 하니 육법공양을 할 친구들은 앞으로 나오세요. 발원문은 누가 읽어볼까요?” 육법공양에 대한 스님의 설명에 주저하는 것도 잠시, 이내 육법공양과 발원을 담당할 친구들이 정해졌다. 장난을 치다가도 육법공양 연습이 시작되자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해졌다. 학생들은 부처님 전에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렸다. 강지훈(가명) 군이 학생들을 대표해 발원문 낭독자로 뽑혔다.

“부처님 가르침 따라 깨달음을 이루는 그날까지 바른 마음, 바른 말, 바른 행동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저희들이 진실한 몸과 마음으로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뜻에 따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큰 힘과 큰 자비를 주옵소서.”

부처님 전에 등공양을 올리는 모습.

강 군의 발원에 학생들도 저마다 발원을 세웠다. 박민우(가명) 군은 “처음에는 안 해본 것이라 그런지 절하는 것이 낯설었는데 지금은 불교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좋은 것 같다”며 “여기 온지도 7개월째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남은 2018년도 잘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명호(가명) 군도 “기회가 된다면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보고 싶다”며 “몸도 건강하고 가족들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다. 여기서 일찍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켜보던 김병훈(가명) 군도 주저하다가 한마디 보탰다. “불교요? 집안이 불교 집안이라 전에도 절에 많이 가봤어요. 골굴사에서 하는 캠프에도 가봤어요. 어릴 때부터 접해서 그런지 불교가 친근하게 느껴져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가족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나가면 꼭 한식조리사가 되고 싶어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법당 벽에 걸린 시가 눈에 들어 왔다. 학생들이 직접 쓴 시다. ‘집은 제일 편한 곳이고 집은 누구에게나 있는 곳이고 집은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집 가고 싶다!’ 가족과 대한 학생들의 그리움이 느껴졌다. 법요식 리허설이 끝나고 학생들이 기다리던 간식 시간. 삼삼오오 둘러앉은 학생들 앞으로 음료수와 과자 등 간식이 펼쳐졌다.

부처님 생일을 축하는 생일 케이크 절단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치킨도 배달됐다. 학생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간식을 먹으며 봉사자들의 스마트폰으로 평소 듣고 싶던 음악들도 마음껏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치킨과 과자를 먹으며 모처럼의 휴식을 즐겼다.

보현사 지선스님이 학생의 고민을 나누는 모습.

보현사 주지 지선스님은 “여기에 있는 아이들 모두가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법회를 돕고 있다. 한 번의 비행으로 평생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종교계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 학생들을 위한 쉼터도 필요하다. 불교반에 나온 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불교에 귀의해 불자가 된다면 그것으로 보람”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교정교화센터장도 “학생들이 다른 종교가 아니라 불교반을 찾아 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학생들에게 법당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그래서 불교와 인연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곳을 졸업한 불교반 학생들이 다시 이곳에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곳에서 활동하는 모든 봉사자들의 발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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