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례로 보는 봉축행사

 

의례는 멋진 수행법이며 치유법
봉축탑 점등…탑돌이 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붙탑신앙 ‘신행의 시작’

쌀 향 과일 꽃 차 초(燈) 공양은
대승불교 덕목 ‘육바라밀’ 상징

관불은, 누구나 갖고 있는 ‘불성’
미래불을 깨어나게 하려는 절차
모든 의식 시작이자 끝인 발원은
“반드시 깨닫겠다는 목표 설정”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 가운데 하나가 석가세존이 탄생하신 당일의 법요식이다. 사진은 대승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실천덕목인 육바라밀을 상징하는 육법공양의 한 장면. 불교신문 자료사진

종교에는 철학과 다른 특징이 있는데 바로 의식(儀式) 의례(儀禮)이다. 종교가 의식 의례를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형식주의에 떨어져버렸다는 주장도 있는데, 주로 신행(信行)을 중시하지 않는 이론가들의 설명이다. 의식 의례는 멋진 치유법이면서 수행법이다.

불교의 의식은 대부분 수행과 직결된다. 예불의식 참선의식 염불의식 예참의식 송경의식 공양의식 등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으로, 그 의식 의례를 통해 보다 빠르고 깊게 가르침의 실체에 도달하게 하려는 방편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가장 장엄한 불교의식 의례

불교의 의식 의례 가운데 가장 장엄한 것이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행사일 것이다. 봉축행사에 담긴 상징을 이해하게 되면 부처님과 보다 더 가까워지지 않겠는가. 그런 까닭에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하여 행해지는 의식 의례의 상징성을 하나씩 살펴보자.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대표적인 행사 가운데 하나가 등탑 불 밝히기와 탑돌이다. 부처님오신날 달포 전쯤 봉행하면서 부처님오신날을 미리 알리고, 불자들의 마음가짐도 챙기는 효과가 있다. 올해는 지난 4월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각 종단 대표 스님들과 2000여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화해와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불국사 삼층석탑 장엄등에 불을 환히 밝혔다. 

등탑 불을 밝히고 탑돌이를 하는 것은 부처님께로 돌아가는 신행의 시작으로 시발점은 불탑신앙이라고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사리를 모신 대형 불탑이 조성되었고, 부처님을 그리워하던 이들은 탑을 참배하며 부처님 말씀을 회상하고 그 가르침대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던 것이 불탑신앙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400년쯤 지나자 출가자는 전문적 이론 연구에 큰 가치를 두고 전문적 학자가 되어갔다. 승가는 점차 많은 부파로 나눠지고, 자기 부파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한 이론 연구는 더욱 심해졌다. 그즈음 일반 불자들은 출가자의 전문적인 설명이 어려워서 점차 쉬운 언어로 자상하게 설명하시던 석가모니부처님을 그리워하게 되고, 이윽고는 불탑을 중심으로 불교의 새로운 흐름이 생겼으니 곧 대승불교이다. 대승불교는 부처님의 근본으로 돌아가 지혜와 자비에 충실하자는 것이며, 또한 화합승가를 회복하자는 수행운동이기도 했다. 

탑돌이는 모두가 중앙의 탑을 향하며, 또한 원을 그리는 방식이다. 탑돌이를 하는 동안엔 한마음으로 ‘석가모니불’을 염송한다. 등탑에 불을 밝힘은 스스로 지혜롭기를 염원하는 것이며, 원을 그리는 것은 화합승가를 이루어 부처님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반성이기도 한 것이다. 그것을 잊지 않으려 석가모니불을 염송한다.

세계유산 발돋움하는 연등회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는 또 하나의 의식이 연등회(燃燈會)이다.

연등회는 기원법회와 제등행렬이 핵심이다. 기원법회는 세계평화와 남북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불자들 마음의 표현이며, 제등행렬은 지혜로 세상을 밝히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의지이다. 이전에는 큰 조형물이었던 각종 장엄물이 이제 대형의 전통 장엄등으로 바뀌어서 연등회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등을 밝힘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깨달음이다.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해도 잘못 해석할 경우 자신도 남도 힘들게 만든다. 그러므로 먼저 스스로가 깨닫기 위해 정진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이것이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 중 하나인 자등명(自燈明)으로 자신의 마음등불을 밝히라는 뜻이며, 현재의 자신을 등불로 삼으라는 뜻이 아니다. 또 하나의 의미는 바른 가르침을 전해 타인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스스로 치열하게 정진하여 깨달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해석하고 전해서 고통 받는 이웃을 해탈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과 만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지막 가르침 가운데 하나인 법등명(法燈明)으로, 교리 즉 가르침 속의 지혜를 드러나게 해서 모든 생명을 해탈시키라는 뜻이다. 자신의 삶은 바뀌지 않은 상태로 불교교리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그 가르침의 가치가 잘못 전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요식… ‘발원’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은 석가세존이 탄생하신 당일의 법요식인데, 봉축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조계사 법요식이 대표적이다. 봉축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법요식은 그 낱낱이 중요한 상징성을 갖긴 하지만 불교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을 꼽자면 법어 및 봉축사, 육법공양, 관불, 발원의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법어는 불교의 핵심을 밝히는 말씀이며, 봉축사는 시대적 방향을 제시하는 말씀이다. 봉축법어가 이치적인(理) 측면에 중점을 둔다면 봉축사는 현상적인(事) 실천대안을 밝힘으로 해서 이사원융(理事圓融)한 불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육법공양은 부처님께 쌀, 향, 과일, 꽃, 차, 초(燈)의 여섯 가지 공양물을 올리는 의식이다. 이 여섯 가지 공양은 대승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실천덕목인 육바라밀을 상징한다. 

첫 번째, 쌀은 생명을 이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곡물로,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재물과 진리와 평화를 나누는 보시바라밀이다. 두 번째, 향은 자신을 태워 주위를 향기롭게 하는데, 이는 욕망을 승화시켜 맑은 마음으로 돌아가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지계바라밀이다. 세 번째, 과일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익어가는 것이니, 이는 오랜 시간을 견디어 익히는 인욕바라밀이다. 네 번째,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이면서 그 자체로도 싱그럽고 아름다운데,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면서 어떤 결실을 맺게 하는 것이 노력임을 뜻하는 정진바라밀이다. 다섯 번째, 차는 자신이 머금은 색깔과 맛과 향으로 사람들의 갈증을 없애주고 맑고 고요하게 해준다. 그래서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정바라밀이다. 여섯 번째, 초는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데, 이는 어둠인 번뇌를 밝음의 빛으로 승화시켜 세상을 밝히는 반야바라밀이다. 

육법공양은 부처님께 참된 불자의 마음을 고백하는 행위이며, 보살행을 실천하여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맹세이다.

관불의식(灌佛儀式)은 탄생불(誕生佛)의 머리에 깨끗한 물을 부어 목욕시켜드리는 의식인데, 싯다르타 태자의 탄생설화에 의거한 것이다. 룸비니 동산에서 싯다르타가 태어나자 동서남북 사해(四海) 용왕들이 각각의 바다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가져와 태자를 목욕시켰다. 이 설화는 당시의 사람들이 중생을 해탈시킬 부처님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었다는 뜻이며, 각 부족장들(용왕들)이 진심으로 싯다르타의 탄생을 축복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관불의식을 행하는 뜻은, 자신에게 본래 있는 불성(佛性)인 자기부처를 목욕시키려는 것이다. 모든 생명에겐 본래 부처성품이 있으나 온갖 집착 등의 번뇌가 그 본래의 부처성품을 가리고 있어서 중생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중생은 장차 수행하여 깨달을 미래불인 셈이다. 그 미래불을 깨어나게 하려는 의식이 관불이다. 즉 자신의 번뇌를 씻어내고 본래의 부처성품으로 돌아가 스스로 성불하여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각오이다.

발원(發願)은 불교 의식의 시작이며 진행과정이며 끝맺음이다. 발원은 발보리원(發菩提願)으로 반드시 깨닫겠다는 목표설정이다. 불교의식의 시작인 삼귀의도 발원이고, 중간의 의식들도 넓은 의미의 발원이며, 마지막으로 사홍서원을 통해 정리를 하는 것이다. 불교의 목표는 번뇌를 끊고 불법(佛法)을 다 배우며, 깨달음을 이뤄 중생을 모두 해탈시키는 것이다. 봉축법요식에서 발원문의 순서를 따로 두는 것은 그 목표를 잊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으며 봉행하는 모든 행사와 의식은 곧 우리 마음에 부처님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며, 자신의 부처가 빛을 발하도록 하여 석가세존을 대신해 정토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불교신문3394호/2018년5월19일자] 

송강스님 개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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