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혜공덕당천왕은 일체 근심을 놓아버리게 하는 

큰 자비바퀴 해탈문을 얻었다

(無盡慧功德幢天王 得滅除一切患大悲輪解脫門). 

- <화엄경> ‘세주묘엄품’ 중에서

큰 불사가 있으면 보통 시련의식(侍輦儀式)을 먼저 하게 된다. 시련은 사중의 모든 대중이 부도전과 비림 앞에서 도량의 불보살님, 옹호신중과 역대 조사 스님의 영가 등을 봉청해 모시고 재를 지내는 의식이다. 행사의 진행은 나팔을 불며 앞서 길을 열면 향로를 받쳐 든 스님이 뒤따라간다. 이어 인로왕번(引路王幡)과 오방번(五方幡)을 든 스님들이 따르고, 가마모양의 연(輦)에 위패를 모신 스님들을 따라 오색기불기대형과 태극기대형, 불기(佛旗)와 십바라밀기, 청사초롱의 등을 든 불자들이 ‘석가모니불’ 정근을 함께하며 뒤따른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할 도리에 진인사(盡人事) 하고, 도량의 옹호신중께 마장이 없도록 의탁하게 되는 대천명(待天命)을 마쳐야 한다. 출가한 후 처음에는 의식이 번거로웠지만, 이제 불가의식이 사람을 얼마나 겸허하게 만드는지 알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늘 아래 낮아지는 일이다. 가장 낮아지다 드디어 땅보다 낮아지는 일이다.

[불교신문3393호/2018년5월16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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