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노라 주인공아, 무엇이 ‘참나’인고?

조계총림 송광사 전 방장 구산스님이 우리말 ‘칠바라밀 게송’을 지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도 송광사 대중들은 매일 아침 공양하고 그날에 해당하는 칠바라밀 게송을 모두 함께 낭송하고 있습니다. 칠바라밀을 낭송하는 법은 아침공양을 마치고 먼저 머리말을 읽은 뒤, ‘생활불교의 길’ 가운데 각 요일에 해당하는 내용을 읽고 나서 끝말을 읽으면 마무리됩니다. 우리 불자들이 칠바라밀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다면 날마다 좋은 날이 될 것입니다.

머리말 : 사람마다 나름대로 ‘나’란 멋에 살건마는 이 몸은 언젠가는 한줌 재가 아니리. 묻노라 주인공아, 어느 것이 ‘참나’인고? 나란 정의와 한계와 가치를 알고 올바른 길을 택하여 진실한 희망의 길로 갑시다.

생활불교의 길 : 보시(월요일) : 오늘은 베푸는 날입니다. 법보시-내 마음을 줍시다. 아공하여 마음을 보시하면 만법이 유심소조입니다. 재보시-물건을 아낌없이 줍시다. 착상하면 유루복이요 무주상하면 무루복이니 냉수나 걸레처럼 줍시다. 무외시-마음과 육신까지도 아낌없이 보시하면 절대의 복과 지혜로 너와 내가 없는 대자대비가 되니 보시의 행을 닦읍시다.

지계(화요일) : 오늘은 올바름의 날입니다. 규율과 예의범절을 지킵시다. 계는 어둠을 지켜주는 등불이고 바다를 건너는 배이며, 병자의 약이고 성현이 되는 사다리이며, 비 오는데 우산이고 자성을 깨우치는 길이며, 자신의 칠보장엄이고 생사해탈의 길잡이입니다.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 음주를 금하여 지계의 행을 닦읍시다.

인욕(수요일) : 오늘은 올바름의 날입니다. 욕됨과 온갖 억울함과 번뇌를 참읍시다. 참는 것은 자아를 깨우치는 길이고 모든 선업을 성취하는 길이며, 성불도생의 공덕을 성취합니다. 투쟁하지 말고 양심을 속이지 말 것이며, 시비하지 맙시다. 뜻은 태산과 같이 굳게 세우고 마음을 바다와 같이 넓혀서 모든 어려움을 포용하여 인욕의 행을 닦읍시다.

정진(목요일) : 오늘은 힘쓰는 날입니다. 보시, 지계, 인욕을 게으르게 하지 말고 정밀하게 밀고 나갑시다. 정진에 대분심과 대용맹심과 대의심을 내면 자아를 깨우치는 힘과 임무에 충실한 힘이 되니, 바닷물을 푸고 보배 구슬을 찾는 힘을 냅시다. 방법은 첫째 진실, 둘째 근면, 셋째 인내, 넷째 검소, 다섯째 연구, 여섯째 찬탄, 일곱째 근학의 일곱 가지로 노력하여 정진의 행을 닦읍시다.

선정(금요일) : 오늘은 안정의 날입니다. 사물의 진정한 이치를 깨우치고 마음을 안정합시다. 몸이 청정하고 마음이 깨끗해야 지혜가 밝아집니다. 안심입명은 지분과 지족과 팔풍(利ㆍ衰ㆍ毁ㆍ譽ㆍ稱ㆍ譏ㆍ苦ㆍ樂)의 세파에 부동하여 허영심이 없어야 부동지인 마음을 깨우칩니다. 말을 함부로 하는 혀는 나 죽이는 도끼가 되니, 입은 병입과 같이 말이 없고 뜻은 성문과 같이 굳게 닫읍시다.

지혜(토요일) : 오늘은 슬기의 날 입니다. 선과 악을 잘 판단하여 마음이 깨끗한 것이 부처요, 마음의 밝은 빛이 법이요, 마음에 걸림이 없는 것이 도임을 깨달읍시다. 밝은 슬기는 삼독(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끊는 칼이 됩니다. 지나간 7일의 행위를 결산하고 앞으로 7일의 행사를 설계합시다.

만행(일요일) : 오늘은 봉사의 날입니다. 자비심으로 남의 좋은 일을 찬탄하고, 외롭고 불쌍한 사람을 도웁시다.

끝말 : 사자 뿔 베고파서 칼을 찾는 저 장부야. 얼빠진 장승에게 누가 찾아 주오리. 자아를 깨우쳐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금수강산에 낙원을 이룩합시다. 

[불교신문3392호/2018년5월12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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