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저번에 부처님이 전장 한복판으로 나아가 전쟁을 막아선 적이 여러 번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부처님은 전쟁을 어떻게 막았어요? 

전쟁은 또다른 전쟁을 만들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잖아
그 절박함으로 설득한 것이지

A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부처님이 태어난 나라인 카필라국과 콜리야국 사이에 일어났던 물싸움이야. 로히니 강이라는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 언덕에서는 술에 취한 코끼리들이 줄지어 늘어서고, 재갈을 물린 말들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앞발을 쳐들었지. 칼과 창을 갖춰든 두 나라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마주섰어. 그때 강둑을 거슬러 전장 한복판으로 스님 한 분이 걸어 들어와. 부처님이셨어. 

양쪽에서 팽팽히 시위를 당겼던 궁수들이 활을 내려놓고 길 위에 엎드리고, 두 나라 왕족들도 칼과 창을 내려놓고 엎드렸어. 부처님이 왕족들에게 물었어. “친척끼리 왜 싸우십니까?” “저들이 우리를 개돼지라고 모욕했습니다.” “대추나무에 둥지를 튼 문둥이라고 한 건 당신들이요.” 

높아지는 언성을 가로막으며 부처님이 “자자, 어째서 그런 말이 오가게 됐습니까?”하고 물었으나 누구도 까닭을 알지 못했어. 장군들을 불러 까닭을 물어봤지만 역시 알지 못했어. 물어가던 부처님은 가뭄이 들어 논에 댈 물이 모자라자 서로 먼저 물을 대겠다고 멱살잡이하다가 큰 싸움이 붙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어. 부처님은 “강물과 사람목숨, 어느 쪽이 더 소중합니까?”하고 물었어. “그야, 사람목숨이 훨씬 소중하지요.” “그런데도 물 때문에 사람목숨을 던져, 말라버린 강바닥을 피로 채우겠단 말씀입니까?” 카필라와 콜리야 왕족들이 머리를 숙였어. 

부처님은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낳는 씨앗을 뿌리는 일일뿐 어떤 문제도 풀지 못한다면서 두 나라 사람에게 일러. “저 히말라야 숲을 보세요. 모질고 거센 바람이 불어도 수많은 푸나무 덤불과 바위가 서로 뒤엉켜 받쳐주기 때문에 무엇 하나 다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들판에 홀로 선 나무는 굵은 가지에 잎이 우거졌어도 태풍이 휩쓸고 가면 뿌리째 뽑히고 말아요. 서로 으르렁대다가 거칠고 드센 큰 나라가 쳐들어오면 두 나라가 다 무너지고야 맙니다. 도타이 어깨동무하고 평화를 일궈가세요”라며 손을 모으셨어. 손을 모으면 때리는 손이 없어지잖아. 부처님은 이밖에도 제국인 코살라국이 카필라국을 쳐들어 왔을 때 세 번이나 전장 한복판에 홀로 뛰어들어 전쟁을 막았어. 

한번 떠올려보렴, 코끼리 떼와 말발굽에 밟혀 죽을 수도 있는 전장 한 가운데에 뛰어들기, 선뜻 나설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일까? 오로지 목숨을 살려야 하겠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었을 거야. 

[불교신문3392호/2018년5월12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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