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법회에 맞춰 도량 정비를 하고 있는 붓다나라 후원회원들의 모습.

예정된 미국 붓다나라 창건 법회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찰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미국에서는 작은 공사 하나라도 단계마다 있는 모든 준공검사가 통과돼야 그 다음 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붓다나라는 새 건물을 짓는 것도 아니고 주택용도에서 종교용도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라 설계와 공사를 2년 잡으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계마다 있는 약 40번의 준공검사로 인해 공사 일정이 많이 늦어졌다. 계획대로라면 9월 초에 준공검사가 통과되고 약 1개월간 개원법회 준비를 하고 지난 2014년 10월11일과 12일 법당에서 여법하게 개원법회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당에서 텐트치고 개원법회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위기감 속에서도 개원법회를 돕고 축하해 주기 위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붓다나라 후원회원(붓다회) 18명이 개원법회 6일전부터 애틀랜타에 도착했지만 공사 중인 사찰에서 숙식이 허용되지 않아 여관에서 머물게 됐다. 

밤에는 여관에서 머물고 낮에는 사찰 경내 한쪽에 텐트를 치고 사찰 정비 봉사를 했다. 시차 적응할 새도 없이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신심 하나로 도량정비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손에 삽을 들고 산처럼 쌓여있는 나무 칩을 일륜차에 실어 나르고,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한쪽에서는 돌 조각을 비탈진 바닥에 깔아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했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준공검사 통과 문제로 경황이 없다보니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준공검사가 통과되지 못하면 도량 마당에서 개원법회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공사 담당자는 소방국에서 마지막 준공검사가 나왔는데 지적을 받아서 다음 준공검사는 다음주 월요일인 개원법회 다음날로 날짜가 잡혀 있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들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짧은 영어지만 밤을 세워가며 시 조례를 뒤지고 한편으로는 담당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실사를 나가기 전에 약 30분 동안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오전7시부터 30분간 시청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내일 실사를 나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또 부탁을 했다.

“사찰 개원법회는 매우 중요한데 한국에서 개원법회를 도와주기 위해서 스님들과 신도님들 약 30명이 오고 뉴욕과 LA, 그리고 미주리주, 알켄사주 등 다른 주에서도 스님과 신도들이 옵니다. 법당 안에서 개원법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다행히도 담당자가 다음 날 나와 주었고 공사업자에게 문제점을 바로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본인을 향해 합장을 하고 서있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는지 가던 차를 멈추고 공사업자가 지시 사항을 모두 이행하면 모래 아침에 다시 나오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개원법회를 도와주기 위해서 한국에서 국제불교학교 스님들 13명이 금요일 저녁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하므로 신도님과 함께 공항으로 마중을 가고 있었다. 그때 시간이 금요일 오후 3시40분인데 공사 담당자로 부터 전화가 왔다.

“축하합니다. 마지막 준공검사가 모두 통과가 되었고, 건물을 사용해도 되는 임시주거 허가도 받았습니다.” 개원법회를 14시간 남겨놓고 모두 통과 되다니…. “부처님 가피 감사합니다.”

[불교신문3392호/2018년5월12일자] 

선각스님 미국 붓다나라 불국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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