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기 2562 (2018).10.20 토

사이드바 열기
상단여백
HOME 대중공사 에세이 문인에세이
[문인에세이] ‘바람의 신’ 영등할망 

제주 사람들은 
영등할망맞이 행사를 
며칠씩 준비하며 
손꼽아 기다린다 

그날 바람에 따라 
바다와 땅 농사의 풍흉을 
점쳐보기도 하며 
즐기는 것이다 

영등할망이 들어와 
영등굿을 하는 날은 
온 마을 잔치였다 

제주에는 유독 날씨와 관련된 풍습이 많다. 얼마 전 영등신맞이 환영제 행사 초대장이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 올라왔다. 그동안 잊고 있던 영등할망. 해녀였던 어머니는 영등달에 영등바람을 뿌리는 영등할망 이야기를 자주했다. 

제주의 이삼월 날씨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겠다. 제주 사람들은 이 서북계절풍을 영등할망이 데려오는 바람이라고 이야기를 만들어 함께 즐겨왔다. 자연현상을 신격화해서 난관을 이겨온 지혜롭고 낭만적인 조상들. 영등할망은 바람의 신이면서 풍어와 풍작을 가져다주는 풍농신이다. 

음력 이월 초하루 바람의 신 영등할망은 바람주머니에 온갖 씨앗과 꽃씨를 함께 담아 일 년에 한 번 복덕개 포구로 들어온다. 복덕개 포구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림읍 귀덕리에 있는 아름다운 바람의 문턱이다. 복덕개 포구로 들어온 영등할망은 먼저 한라산에 올라가 오백 장군께 문안을 드리고, 어승생 단골머리부터 시작하여 제주 곳곳을 돌며 구경을 한다. 그리고는 밭에 씨앗을 뿌리고, 바닷가에는 우뭇가사리, 소라, 전복, 미역 씨를 뿌려 놓고 음력 이월 보름쯤에 우도를 거쳐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영등할망은 보름 동안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물을 듬뿍 주고 떠나는 내방신(來訪神)이다. 떠날 때는 데리고 왔던 바람도 거두어 가니, 제주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환송의 무속 제례를 지낸다. 이 제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다. 한국의 해신신앙을 대표하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0년 11월17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09년 9월30일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됐다.

제주 사람들은 영등할망맞이 행사를 며칠씩 준비하며 손꼽아 기다린다. 그날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서 바다와 땅 농사의 풍흉을 점쳐보기도 하며 즐기는 것이다. 어떤 바람이 올지는 바람의 씨앗을 만드는 영등하르방 마음이다. 이날 영등할망이 청치마를 입고 오면 날이 좋고, 우장을 쓰고 오면 비가 내리고, 누비옷을 입고 오면 춥고, 사나우면 바람이 거세다고 한다. 예전에는 영등달 보름동안 흰 빨래를 밖에 널지 않았고, 출항하지도 않았으며, 바다에 나가 물질도 하지 않았다. 제주 사람들이 날씨를 주재하는 영등할망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영등할망이 들어와 영등굿을 하는 날은 온 마을 잔치였다. 영등굿의 기원은 정확히 할 수 없으나 제주도에서만 뚜렷하게 남아 있는 당굿이다. 마을 사람들은 영등굿을 구경하러 복덕개 포구로 나갔다. 새벽부터 맵찬 바람 부는 포구에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등할망은 들물 때 들어온다. 

지금은 영등할망신화공원을 조성해 그곳에 제물을 차려놓고 심방이 맞이굿을 한다. 심방은 무속인을 이르는 제주도말이다. 마을사람들은 화려하게 장식한 옷을 입고 환영하는 춤을 춘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영등환영제와 영등송별제로 치러지는데 해가 갈수록 제주의 큰 문화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제주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인데, 올해도 못 갔으니 나는 언제 그 아련한 기억 속으로 다시 들어가 볼 것인가. 

[불교신문3391호/2018년5월9일자] 

김양희 시인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SNS에서도 불교신문
뉴스를 받아보세요"

kakaostory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