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 끊고 해탈문으로 이끄는 꽃길을 따라…

해탈문에 들어서야 사찰 중심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개심사. 알알이 맺힌 겹벚꽃이 참배객들을 맞아준다.

같은 서산 상왕산이다. 산치고는 나지막하고 작다. 차량으로 15분 거리의 개심사와 문수사. 이정도면 지근거리라 해야 하나, 하지만 두 사찰은 닮은 듯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이번 여정은 뜻밖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부여된 과제는 ‘봄철을 맞아 걷기 좋은 아름다운 사찰 둘레길, 그 길에 봄꽃이 피어 있거나 연등이 매달려 있으면 더욱 좋겠다’는 계절사진 찍어 오기다. 이런 복합과제는 중요도가 낮은 것은 덜어내고 어느 하나는 더욱 강조하는 것이 시각적 전달에 유리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찰 꽃길이다. 군락을 이루며 큼직한 꽃송이가 피었다면 딱이다. 폭풍 검색결과 꽃잎이 여러 겹을 이루는 겹벚꽃이 피는 시기. 일반적인 벚꽃이 지면, 겹벚꽃이 핀다. 꽃송이가 커 왕벚꽃 이라고도 한다. 겹벚꽃으로 사찰 몇 곳이 눈에 들어온다. 경주 불국사가 먼저 피기 시작해 북으로 올라오면서 서산 개심사와 문수사, 그리고 천안 각원사에 핀다. 이 가운데 봄꽃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개심사와 아직 가보지 못한 문수사가 있는 서산 상왕산에 끌림이 발동했다. 

가리거나 경계를 두지 않고, 툭 트인 문수사.

결론적으로 예초에 부여된 임무도 수행하고, 이 연재물까지 싣는 일거양득의 여정이 되었다.

평일(지난 4월20일)임에도 제법 유명한 개심사는 참배객들이 많을 것을 우려해 오전에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더 많다. 마음의 문이 열린다는 개심사(開心寺). 사찰이름에 걸맞게 정갈하고 아기자기하다. 여기에 불록 튀어나오거나 휘어진 나무를 전각의 부재로 곳곳에 사용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한해의 대부분은 이런 멋들어진 흑백사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봄철이 되면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다. 사찰 전체가 총천연색으로 피워 오른다. 색감을 덧 입혀주는 꽃나무들이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마주하기 어려울 만큼 자태가 아름답다. 계절이 물들여주는 천연단청이다. 방문한 이날은 70%정도 개화한 상태다. 전체적으로 농익지는 못했지만 싱그러움 그 자체다. 고목의 겹벚꽃은 알알이 꽃송이를 맺혀가고, 귀하다는 청벚꽃 주변에는 사람들이 떠날 줄 모른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지점은 서로 기다려주고 비켜주면서 촬영을 해야 할 정도라 개심사에 머무는 시간은 저절로 길어진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청벚꽃 아래는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면 사진에 담기 바쁘다.

이젠 문수사로 향할 차례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가본적 없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산사로 진입하는 길은 포장 잘된 완만하지만 마주 오는 차량이 생기면 부담스러운 도로 폭이다. 길을 넓게 놓을 수도 있는 구간인데……. 여기서 바로 감 잡았다. 정말 조용한 산사게구나. 그래도 반듯한 주차장이 있다. 문수사도 겹벚꽃으로 손에 꼽치는 곳인데 주차된 차량은 달랑 4대뿐. 좀 전에 들러온 개심사와 너무 비교됐다. 

주차장 옆이 일주문. 그 안 양쪽 길로 겹벚꽃들이 꽃터널을 만들기 시작하고 있다. 개화는 개심사 겹벚꽃 보다 좀 더 던딘 것 같다. 딱 절반쯤 피었다. 하지만 알알이 맺힌 꽃들이 큼직하니, 밑으로 삐져나온 길쭉한 가지의 꽃송이는 천장을 타고 내려와 한껏 멋을 부린 상드리제 같다. 예초에 부여된 과제를 여기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직 덜 피워 오른 꽃길에서 한참을 머물러야 했다. 신문사진은 풍경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람이 살짝 나와줘야 하는데……. 개심사와 반대로 문수사는 사람이 너무 없어 한참을 서성여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꽃터널을 뒤로하고 200m쯤 평지를 걸어 문수사에 다다랐다. 산사인데 언덕 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을 가다 옆으로 뻥 뚫린 문수사 속살이 훤히 보인다. 전각으로 극락보전, 산신각, 요사채가 전부다. 정말 단출하고 평온하다. 극락보전에 안치된 금동여래좌상에서 발원문이 발견돼 문수사가 고려시대 창건된 사찰임이 확인됐다. 현존하는 극락보전은 조선시대 다시 세워진 것이다. 정면 3칸 측면 2칸 안으로 들어가면 수미단 위 닫집 조각이 화려하고 섬세하다. 

휘어진 나무기둥들이 멋져 사람들 시선을 잡아끄는 개심사 심검당이지만, 봄철에는 꽃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한다.

아~ 문수사는 이렇구나. 멀리서 보았을 때는 평범한 듯 평온하다. 일반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기승전결 구조가 아닌 발을 디딘 순간 안으로 쑥 들어와 버리는 구조다. 일주문 안의 겹벚꽃 터널이 그랬고, 사찰의 중심영역 그리고 극락보전까지. 

문수사 극락보전 닫집은 화려하고 섬세함을 자랑한다.
절반 핀 문수사 겹벚꽃길. 그래도 아름답다. 만개할 때는 이곳도 주차전쟁을 치른다고 한다.

[불교신문3391호/2018년5월9일자] 

서산=신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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