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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제26차 진주 응석사 순례 (바수밀다 여인을 찾아서)

 

사명대사, 왜군 격퇴 나한도량
모든 환난·근심 제거로 이름난  
무환자 나무 열매 염주도 주목 

호국소원성취도량  제정스님 
‘불교신행문화 모범’ 53회원들
부처님 가피 함께 하길 ‘기원’ 

‘53기도도량’ 제26차 순례법회는 지난 4월13일, 14일 양일간 서부경남 최대의 나한도량으로 이름난 진주 응석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53기도도량’ 제26차 순례법회가 지난 4월13일, 14일 양일간 경상남도 진주시 집현면 정평리 집현산 응석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만물이 생동하는 4월 ‘53기도도량 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진주 응석사로 향했다. 이른 새벽 꽃샘추위에 날은 다소 차가웠지만 우리 회원들은 봄의 기운을 느끼면서 순례를 나섰다. 

집현산 응석사 입구에 도착하자 먼저 산목련이 우리 회원들에게 화사하게 인사를 한다. 세월이 지나도 봄은 언제나 돌아오지만, 올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의 힘 때문이리라. 사실 도시 사람들은 봄이 와도 봄의 기운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회원들은 순례를 통해서 사계(四季)의 순환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게 바로 순례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사를 향해 걸었다. 꽃송이가 바람에 날리자 저마다 탄성을 올렸다. ‘53기도도량’ 순례가 아니고서는 어찌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으리오. 일주문에선 주지 제정스님 이하 응석사 대중들이 우리 회원들을 부처님의 미소로서 맞아주었다. 

응석사는 천년고도 진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집현산 아래 위치해 있는 영험한 나한도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하고 지공ㆍ나옹ㆍ무학 등 고려시대의 삼대화상이 주석한 곳으로써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 유정이 승병을 이끌며 왜군을 물리친 곳이다. 이밖에 진묵대사 일옥선사도 주석하면서 당시에는 무려 163개의 요사와 전각이 있었을 정도로 큰 사찰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불상 밑에 숨겨 놓았던 무기가 발각되어 왜군에 의해 모든 전각이 불타는 큰 시련을 겪었다. 이후 사찰을 복원하려는 많은 사부대중의 원력과 노력으로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때 조성한 대웅전의 삼존불상은 학술적 가치가 높고 도선국사가 심은 ‘무환자 나무’는 모든 환난과 근심을 없애준다고 하여 지금도 많은 분들이 보러온다. 특히 나무의 열매로 만든 염주는 불자들에게 큰 인기이며 불교정화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금오스님과 구산스님이 주석하면서 삼동안거를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불교현대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사찰이다. 

회원들은 응석사 대웅전 마당을 기도처로 잡고 육법공양,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나를 찾는 108참회기도를 여법하게 봉행하고서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회주 선묵스님(아래 왼쪽 사진 오른쪽)과 응석사 주지 제정스님의 평화의 불 분등 모습.

“만물이 생동하는 사월입니다. 여러분들은 천년의 도시 진주에 있는 집현산을 오르면서 어떤 기운을 느꼈습니까? 산이 온통 진달래와 철쭉으로 붉디붉죠. 이게 바로 봄기운입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봄이 와도 봄이 왔다는 걸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삶에 지친까닭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스님과 함께 매달 순례를 다니면서 계절의 풍미(風味)를 느끼고 있죠. 얼마나 즐겁습니까. 봄바람이 기운이며 봄의 향이 바로 미입니다. 살면서 계절이 오고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불행입니다. 그건 사는 게 아닙니다. 우리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순례를 가기 때문에 사계(四季)의 정취와 풍광을 모두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행복이고 부처님의 가피가 아닐까요. 53기도도량 순례가 아니고서는 이 먼 곳까지 오기도 힘들고 더구나 암자까지 찾아서 기도를 드리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오늘 여러분들은 누구를 친견하러 오셨죠? 바로 <화엄경> 입법계품 26번째 선지식인 바수밀다(婆須蜜多) 여인입니다. 옆과 뒤를 돌아보세요. 그 도반이 바로 바수밀다 여인입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나한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응석사에서 봄의 기운을 잔뜩 받아서 소원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응석사 주지 제정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53기도도량 순례회 선묵혜자스님 및 회원 여러분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응석사는 천년고도 진주에서 가장 높은 집현산 아래에 있습니다. 진달래와 목련이 봄이면 산기슭마다 가득한 이 아름다운 산사에 여러분들이 발길을 하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매우 행복합니다. 진주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임진왜란과 논개입니다. 논개는 촉석루에서 왜장의 몸을 끌어안고 진주남강에 몸을 던진 여인입니다. 제가 오늘 왜 이런 말씀을 하는가 하면 오늘 여러분들이 만나러 오신 선지식이 바로 바수밀다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분이 논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응석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사명 유정대사가 계셨던 곳이며 서부경남 최대의 나한도량입니다. 또한 한국불교정화운동을 이끌었던 금오스님과 구산스님이 수행하셨던 곳입니다. 구산스님은 “아침저녁으로 수행하는 사람은 진성(眞性)이 일어남으로 콩 심으면 콩이 나고 외를 심으면 외가 나듯이 인과는 털끝만큼도 틀림없으니 열심히 수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선묵혜자스님과 긴 세월동안 순례기도를 하고 계시는 회원님들의 수행은 지금도 불교신행문화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부디 호국소원성취도량 응석사에서 펼친 기도의 공덕으로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회원들은 집현산 응석사 순례를 봉행한 뒤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 보시금 수여행사도 가졌다.

대웅전 밖의 회원들.

“불교순례는 또 하나의 문화코드” 

 

왕오천축국전ㆍ대당서역기
선지식들이 남긴 문화유산

‘53기도도량’ 순례도 곧
선재동자의 화엄경 순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불교순례는 각 나라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와서 혜가스님에게 선(禪)을 전한 것이나 통일신라 때 혜초스님이 중국을 거쳐 인도로 순례를 떠났다가 돌아와 <왕오천축국전>을 쓴 것이나 현장스님이 인도를 갔다 온 후 집필한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등도 이른바 순례의 유산(遺産)이다.

만약, 인도 향지국의 왕자였던 달마가 선(禪)을 전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오지 않았다면 오늘날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 선문화가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달마가 선(禪)을 전하기 이전부터 이미 중국에 선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문화란 광대한 영향을 끼친 후 형성된다고 볼 때 동양의 선은 달마 이후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렇듯 순례는 한 나라의 문명전파와 문화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인도에서의 성지순례는 오늘날에도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 그들은 뜻 깊은 날이 되면 바다와 강이 합류하는 곳에서 몸을 담그기 위해 먼 길을 순례한다. 수백만 명의 힌두교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집회로 알려진 신성한 갠지스 강 집회에 참석하여 새벽에 그 강에 몸을 담근다. 어쩌면 그들에게 순례는 의식의 개념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이며 종교적 측면에서 오히려 더 나아가 넓게는 인도 그 자체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티베트의 성지순례는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성스럽다. 그들은 성지를 찾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불사할 정도로 한 발 한 발 오체투지로 앞으로 나아간다. 혼신을 다하는 그들의 기도 모습은 가련하기 보다는 차라리 경이롭다. 이렇듯 동양의 문화는 오래전부터 순례자의 모습을 그 나라별로 이어 왔다. 또한 순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53선지식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 선재동자의 ‘화엄경순례’이다. 사실, <화엄경>은 너무나 방대하고 심오한데 마지막 부분인 보현행원품에 선재동자의 구도여행이 잘 나타나 있다. 선재동자는 한 사람의 선지식을 만나 법문을 듣고 또 그 분에게서 또 다른 선지식을 소개받아 먼 순례를 떠났다. 

놀라운 사실은 선재동자가 만난 선지식은 비단 불교인뿐만 아니었다는 점이다. 보살, 비구, 비구니, 브라만, 신(神), 왕, 매춘부 등이었다. 즉, 진리를 배우기 위해서는 스승을 가릴 바가 없다는 사상의 표현이요, 나아가 지혜로운 이 뿐만 아니라, 타락하고 병든 자에게서도 그 배움을 얻었다는 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선재동자의 ‘화엄경순례’이다. 우리가 ‘53기도도량’ 선지식 순례를 하는 것도 여기에서 나온 곳이다.

선묵스님 

군종특별교구장ㆍ도안사 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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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3390호/2018년5월5일자] 

 

 

 

 

선묵 혜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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