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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10.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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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중이 됐으니 넓은 사랑을 하고 싶다"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도정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시 짓는 수행자’ 도정스님
서정시처럼 맑고 따뜻한
산골 이야기 담은 산문집

올해 부처님오신날 맞아
군법당 등 6만권 ‘법보시’
“군장병들도 쉽게 접하길”

월간 <해인> 편집장 도정스님(사진)이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서정시처럼 맑고 따뜻한 산골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을 최근 펴냈다. 전국 주요 사찰과 군법당에 이 책 6만 권이 법보시 됐다. 신재호 기자

“우리는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삶을 어찌 그리도 허망하게 보내는지 모르겠다. 늘 삶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속가의 가족력을 이어받았을 터라 인생이 더욱 짧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왕에 중이 되었으니, 모든 중생을 향한 넓은 사랑을 하고 싶다. 그리하여 갈 때는 들꽃처럼 핀 적 없듯 갔으면 좋겠다…”

‘시 짓는 수행자’ 월간 <해인> 편집장 도정스님이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서정시처럼 맑고 따뜻한 산골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로 대중 앞에 섰다. 지난해 5월 펴낸 <사랑하는 벗에게>에 이어 3번째 산문집을 펴낸 스님은 나를 잃은 채 일 년 열세 달을 살듯 분주히 오고 가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해 초부터 불교신문에서 ‘시인 도정스님의 향수해’를 연재하고 있는 스님은 불교신문을 비롯해 외부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조계종 사업지주회사 도반HC의 지원으로 전국 주요 사찰과 군법당에 6만 권이 법보시 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도정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진행한다는 출판사의 법보시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특히 산문으로 편한 글로 쓰여 진 만큼 불교를 잘 모르는 군장병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쌍계사에서 원정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통도사에서 고산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수지한 도정스님은 <대한문학세계>에서 시 ‘뜨겁고 싶었네’로 등단한 이래 시집 <정녕, 꿈이기에 사랑을 다 하였습니다>와 <누워서 피는 꽃>을 펴낸 시인이다. 그러면서도 비닐하우스 법당에 머물며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온 스님은 간간히 산문집도 출간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일러주며 호평을 받아 왔다.

도정스님은 이번 책에서도 자연의 순리대로 순응하며 사는 삶과 곁에서 함께하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더욱이 시인의 감성을 살려 반짝이는 풍경화 같은 문체는 깨달음이 독자의 마음까지 푸르게 물들이기에 충분하다.

“할머니께서 풀어놓은 보따리 안에는 모시 원단도 넉넉하게 함께 있었다. 먹물을 들여 승복을 해 입고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를 기도하는 할머니의 바람이었다.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승복을 해 입어야 했지만, 그 비용이 고급 옷값만큼이나 드는지라 차일피일 미룬 게 5년이 흘렀다. 올해도 그냥 지나갈 참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원고료를 적잖이 받게 되어 큰 맘 먹고 옷을 맞추었다. 남은 원단으로 도반의 적삼도 하나 맞추었다. 나의 작은 회향인 셈이다.”

자식들이 해준 수의 옷감을 꼭 쥐고 아픈 다리로 산속 절까지 찾아온 마을 할머니를 비롯해 강아지들에게 주려고 탁발을 하면 남은 고기를 쉬이 내어주는 식당주인, 찢어진 고무신을 기워 신고 다니던 은사 스님, 밤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새벽까지 궂은일을 척척 해내는 신도들,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 행복이와 우리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불보살님의 얼굴”이라는 스님에게 일상에서 보고, 듣고, 만나는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신고로 자신이 머물고 있는 비닐하우스가 철거돼도, 글 써서 생기는 한 달 수입이 30만 원뿐이어도, 시골마을 법당에 찾아오는 신도가 고작 10여 명이어도 산골짜기에 사는 스님에겐 화목난로와 기도만 있으면 족하다고 한다. “뭇 생명이 함께하기에 이 순간 그저 행복하다”는 스님의 33편의 짤막한 글을 읽다보면 내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그리워진다. 더불어 감사와 기도 속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부처님이 우리에게서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스님은 “요즘 우리 사회에 희망이 짓밟히는 일들이 생길 때마다 희망이라는 말이 새삼 절절한 심정으로 다가온다”면서 “그래서 딱히 희망을 말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모두가 희망을 체감하고 동감하는 세상이면 그저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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