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보도 관련...김관규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

 

5월1일 MBC PD수첩 보도와 관련해 김관규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이 본지에 기고를 보내왔다.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이기도 한 김관규 원장은 '사실성 추구 원칙'을 위반한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비판했다. 아울러 방송을 내보낸 배경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며칠 전 MBC PD수첩이 조계종단의 큰스님 두 분에 대한 의혹을 폭로하는 방송을 하여 조계종단, 불교신자 그리고 시청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불교신자이면서 언론을 전공하는 본인에게는 의혹의 내용만큼이나 PD수첩의 제작방식 또한 충격적이었다.

순수하게 보면 조계종단의 자정기능을 더 빨리 더 분명하게 회복하라는 사회적 질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제작방식을 보면 순수한 사회적 질타로만 볼 수 없고 의도성이 짙게 베어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사실성 추구를 소홀히 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 사례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사실성 추구 원칙 ‘위반’

‘불교닷컴’ 대표, 의혹에 직접
관련성 갖는 당사자 아냐
핵심사안 직접 목격하지도 않았으며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은
증언 자료도 제시 안 해

출처 밝히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전해들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처럼 폭로하는 장면 다수

당사자로 거론한 여성이나 자녀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아
의혹을 주장하는 단지 제3자의 증언은
사안의 사실성을 담보해 주지 못해

비난을 받아야할 당사자들을 특정하지 않고,
‘해인사 스님들’이라고 집단 전체를 매도
범죄자나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을
특정해서 보도하는 것은
불필요한 여론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으려
일반 보도에서는 반드시 준수

먼저, 인터넷신문의 대표라는 분을 등장시켜 충격적인 내용을 의혹으로 제기하고 있는데, 이 분은 의혹에 직접 관련성을 갖는 당사자가 아니다. 탐정처럼 총무원장 스님과 관련된 사안을 많이 조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이 되는 사안을 직접 목격하지도 않았으며,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은 증언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다만 어디서 들었는지 출처를 밝히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전해들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처럼 폭로하는 장면이 몇 차례 등장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한 인터넷신문 대표를 PD수첩이 인터뷰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사자로 거론한 여성이나 자녀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의혹을 주장하는 제3자의 증언은 사안의 사실성을 담보해 주지 못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미투운동의 확산 계기를 만든 JTBC 보도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출연하여 의혹을 제기하였기에 사실성을 담보하였고 그래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음주 등 유흥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비난을 받아야할 당사자들을 특정하지 않고, ‘해인사 스님들’이라고 집단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 대구의 한 룸싸롱 사장이라는 분이 등장하여 해인사 스님들이 자기 가게의 단골이었다고 증언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사안의 구체적 적시를 통해 사실성을 제고해야 하는 원칙을 저버린 제작 방식이다.

범죄자나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을 특정해서 보도하는 것은 불필요한 여론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반 보도에서는 반드시 준수한다. 어떤 뉴스도 이런 사안에서 비난하는 대상자를 해인사스님들, 혹은 어느 조직의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특정인이 속한 집단으로 확대시켜 보도하지 않는다. 개인 프라이버시보호 차원에서 가명이나 익명을 사용하더라도 당사자를 반드시 특정하여 보도한다.

<왜 그랬을까?>

일일 평균 가구시청률
지상파 4개 채널 가운데 4위
최근 몇 번은 종편인 JTBC에도
순위 밀려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 상위 20위 이내에
아침드라마와 일일연속극 2개만...
최근의 MBC의 위상 단적으로 보여줘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안을
선정적으로 제작하여 충격을 주는 것

PD수첩 제작진이 사실성을 훼손시켰다는 비난을 초래할 수 있는 제작방식을 감행했는지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제작에 직접 관여한 PD들만이 알고 있으므로 그들이 직접 밝히지 않는 한 논리적 추론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 추론 과정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최근의 MBC위상이다. 특정 방송사의 위상 혹은 방송사 경영진에 대한 평가는 시청률이 가장 명확한 지표가 될 수 있다. MBC는 공영방송이라고 자임하고 있지만 몇 년 동안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으로 구성원 간의 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시청률 하락의 길을 걷고 있고 현재의 모습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이다.

유료방송가입가구를 대상으로 닐슨 코리아가 산정한 5월 2일자 일일 평균 가구시청률은 MBC가 2.39%로 KBS1의 5.76%에 비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종편채널인 JTBC 2.18%에 바짝 쫓기고 있는 형편이다. 지상파 4개 채널 가운데 4위이며, 최근 몇 번은 JTBC에 순위가 밀린 적도 있다. 전체 시청률만이 아니라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 상위 20위 이내에 아침드라마와 일일연속극 2개만이 들어온다는 사실 또한 최근의 MBC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이 지금보다 더 하락하거나 이 상태에 고착돼 버린다면 시청자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신생 종편채널과 별다르지 않은 위상이 돼 버릴 수도 있다.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에 하나는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안을 선정적으로 제작하여 충격을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핵심가치인 사실성 추구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MBC PD수첩이 이런 제작방식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앞으로 제작될 프로그램이 그 답을 해줄 것이다. 선정적 제작방식은 시청자의 일시적인 관심을 끌 수 있게 할 수는 있지만 식상함 또한 빨리 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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