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 自立 지원 20년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뇌병변 장애인 모임 ‘시니어리더대학’은 자발적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회원들 스스로 계획해 떠난 제주도 여행.

불교계 첫 장애인종합복지관
4년 만에 최우수기관 선정도

장애유형별 모임구성해 활동
장애부모휴식사업 분야 넓혀

지난 17일, 서울 강북구 번동에 자리한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앞마당이 또 다시 복작복작했다. 복지관 개관 20주년 기념식에 맞춰 ‘번동골 어울림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기 때문. 복지관 이용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다 같이 앞치마를 두르고 ‘먹거리 장터’에 나왔다. 다른 한쪽에서는 발달장애인 아티스트가 직접 초상을 그려주는 ‘30초 크로키’가 펼쳐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노래자랑은 지나가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성인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정재숙 강북장애인부모회장은 이날 “복지관이 지금까지 장애인에 대한 재활서비스 뿐 아니라 사회인식개선에도 힘써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는 장애인 관련 정책을 선도하고 제안하는 쪽으로 또 다시 거듭 발전을 해주길 부탁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서울 화계사에서 운영지원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1998년 불교계 최초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문을 열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자존과 자립을 심어주고자 한 세월”이라는 조석영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장의 말대로 ‘지혜’ ‘자비’ ‘정진’ 등 불교정신에 입각, 3가지 관훈 아래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온 20년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이용자들이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혜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자립에 기반을 둘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소통해 온 세월만큼 빛은 오래지 않아 발했다. 2002년, 개관 4년 만에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관 평가 ‘최우수기관’에 올랐다. 이후 서울시 장애인복지관 분야 이용자만족도 1위를 시작으로 2014년부터는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에서 선정하는 전국 ‘최우수기관’ 자리를 해마다 지켰다. 현재 복지관 하루 이용자는 평균 600여 명, 강북을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이라 칭해도 거리낌 없을 정도다.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역 사회에 잘 뿌리내릴 수 있던 데는 무엇보다 치밀한 세밀함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사업은 모두 장애 유형별로 나눠져 있다. 뇌병변 성인장애인들이 스스로 복지관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그에 따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리더대학,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여성 장애인 자조모임 ‘빛이 되는 사람들’ 등 복지관 내 모임들은 장애 유형과 성격에 따라 개별적으로 나눠져 있다. 여기에 이들 스스로 운영위원회를 열고 자신의 생계 뿐 아니라 취미활동,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대한 결정권도 공유할 수 있는 체계화 된 시스템을 갖추게 했다.

장애를 가진 이들 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을 위한 현실적 지원 프로그램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한 몫 했다. 품앗이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가가(家) 호호(好) 하하하(賀)’는 장애를 가진 부모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적인 연대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공동육아 등 현실성 있는 고민과 도움을 나눌 수 있게 했다. ‘통합계절학교’를 통해서는 장애 아동 형제 간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장애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여행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하는 등 장애인 그 주변으로 지원 영역을 넓혀나갔다.

개관 당시부터 복지관과 20년을 함께 해 온 조석영 관장은 “우리 복지관은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단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벗어나 이용자분들이 스스로 복지관 운영 주체이자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진력해왔다”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이들이 잠재능력을 키우고 나아가 지역사회에까지 환원할 수 있도록 상담, 치료, 교육, 직업 훈련 등을 다각적 부분에서 제공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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