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미래...무형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있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이 지난 3월30일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염불원에서 “불교의례 등 한국불교가 간직한 무형문화재의 보전과 계승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호 기자

종단 불교의례의식 관장
최고권위 ‘어산어장’ 소임
봉선사 ‘염불원’ 주석하며
전통계승과 후진양성 앞장

불교의 현대화 과정에 따른
인력 부재, 의식 간소화 등
의례전승의 어려움도 토로

“염불원 복원불사 매진하며
불교전통의 가치 제고 기여”

어산(魚山)은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로 범패와 범음 등을 칭하는 표현이다. 조계종 지난해 7월 어산의 체계적인 보존 전승을 위해 ‘어산어장 및 어산종장 지정에 관한 규정’을 개정 공포했다. 또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스님을 불교의례의식에 관한 최고권위를 인정하는 ‘어산어장(魚山魚丈)’으로 임명했다. 특히 스님은 최근 개정된 ‘어산어장 및 어산종장 지정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의례위원회 추천을 받아 어산어장으로 처음으로 지정된 사례로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남양주에 자리 잡은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염불원에서 어산 전통을 계승하며 후진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인묵스님을 만나 우리나라 불교의례의 과제와 전망을 짚어봤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3월 말 봉선사 염불원에서 만난 인묵스님은 먼저 “어산어장 임명 이후 봉선사 본·말사를 비롯해 종단 내 크고 작은 불교행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늘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스님은 “중요한 소임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과거에는 의례의식을 하는 스님도 많지 않고, 종단적으로도 관심이 부족했지만 이전에 비해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종단이 매년 봉행하는 조계종조 도의국사 추모다례를 비롯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서울 진관사와 동해 삼화사 국행수륙재, 무형문화재 등록을 추진 중인 서울 봉은사 생전예수재, 교구본·말사 개산대재 등 종단 주요 불교의례가 열리는 날이면 무대에서 어김없이 스님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인묵스님이 그 동안 어산작법학교장, 포교원 표준법요집편찬위원회 위원장, 교육원 염불교육지도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불교의례의식의 확산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불교의례의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종단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불교전통의례의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 특수교육기관인 어산작법학교가 1997년 문을 연 이래 15년 동안 학장 소임을 맡으며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스님은 “1990년대 종단의 혼돈기에 우여곡절 끝에 세워진 어산작법학교 덕분에 현재까지 수 백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의례의식 대중화에 큰 기여했다”면서 “개교 초기 교육공간이 없어 승가대학 기숙사 지하를 전전하면서도 의례의식을 배우겠다고 꾸준히 찾아오는 스님들이 있었기에 힘든지 모르고 후학양성애 매진했고, 현재도 그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어 초대 학장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인묵스님의 이 같은 노력으로 2500년 동안 이어진 불교의례의 맥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불교의 현대화에 따른 의식의 간소화 등으로 현장에서 전통의 맛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악, 고전무용 등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스님은 “요즘은 제대로 된 어산을 행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라며 안타까움 전했다. 첫 번째 이유로 불교음악에 최적화 된 성대를 갖추기 위해 가급적 어린 나이에 입문해야 함에도 갈수록 출가연령이 높아지는 현재의 종단 현실 앞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찾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스님은 부친인 작법무의 기능보유자이자 무형문화재였던 일응스님(1920∼2003)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불교음악을 배웠던 만큼 누구보다 조기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다. 소리의 고향인 전북에서 자란 스님은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전생에 소리한 스님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 때부터 바라, 범패를 좋아했다”면서 “1960~70년대까지 어장을 모시고 범패를 배우는 교습회인 ‘어회(魚會)’가 전라도와 부산 등지에서 1년에 두 세 차례 열려 후학을 길러냈고, 나 역시 그 모임에서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대로 행해지면 일주일, 적어도 하루에서 3일은 꼬박 걸리는 전통의례에 대한 사부대중의 거부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스님은 “가무악(歌舞樂)이 모두 들어가 있는 불교전통의례는 긴 호흡이 필요함에도 무대의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현대예술의 흐름과 간극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서 최근 일부 사찰에서는 아무리 빨리 마쳐도 5시간 이상 걸리는 천도재를 2시간 이내에 마쳐달라고 요청하는데, 압축해서 진행하면 건성건성 하게 돼 본질이 왜곡될 수 있어 여러모로 난처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인묵스님은 이 모든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불교의례 등 불교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 제고와 종단 차원의 인재불사”라고 진단했다. 스님이 어산어장 임명장을 받으면서 “의례 전공자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고, 실제 의식에서 설행 능력을 갖춘 스님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교육에 힘쓰겠다”며 “오래전부터 행해져오던 소중한 불교무형 유산들이 지속적으로 전승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2번이나 역임하며 연등회와 수륙재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데 힘을 보탠 스님인 만큼 불교계가 간직한 무형문화재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스님은 “예수재, 다비, 발우공양, 복식 등 불교계가 보유한 무형의 자산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종단 차원에서 수륙재 등 기존에 지정된 문화재가 잘 전승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문화재를 발굴해 포교로 활용하는 등 앞으로 한국불교의 미래가 무형문화재에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인묵스님은 “내 생에 마지막 불사가 될 것”이라며 원력을 세운 ‘염불원의 복원’도 앞으로 불교전통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할 과제로 꼽았다. 염불원은 염불 및 참법수행과 <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 등 정토삼부경을 연찬하는 수행기관으로 현재 종단에서 유일하게 봉선사에 마련돼 있다. 승납 7년 이상의 종단 스님이 입방할 수 있으며 염불원에서 안거를 마친 스님은 수행경력을 인정받는다. 스님은 “지난 2013년 종단 교육원에서 염불원 설치인가를 받고 운영 중이지만, 공간이 협소해 자리매김하기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스님들을 위한 요사채 등 공간을 더 확보해 염불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다른 사찰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염불원 중심도량으로 신라시대 이래로 내려오던 만일염불회 전통을 복구하고, 안거 때 공양의례, 참회의례, 송경의례, 참선의례 등을 실시해 염불행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염불공동체 수행 보급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묵스님은...

1976년 봉선사에서 운경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7년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각각 수지했다. 1990년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스님은 양주 회암사 주지, 동두천 자재암 주지, 제12대 중앙종회의원, 불교문화연구소장, 종단 특수교육기관인 불교어산작법학교장,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종단 어산어장과 의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텍사스 텍 주립대 초청으로 현지에서 심포지엄과 불교의례의 진수를 선보였고, 22일에는 서울 국립중앙극장 KB하늘극장에서 열린 봉축음악회 ‘스님이 부르는 부처의 노래’에서 어산작법보존회 스님들과 함께 범패와 작법을 시연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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