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를 배우러 현지 학원에 가는 길. 한 달 남짓 배운 어눌한 스와힐리어로 이곳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이유는 틀리고 달라도 문제될 것 없이 괜찮다는 ‘함나 시다’의 위로 때문이 아닐까.

‘함나 시다’라는 말은 탄자니아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로 함나(hamna)는 없다, 시다(shida)는 문제라는 뜻이죠. 직역하면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문제될 것 없으니, 괜찮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한국에서는 사회나 학교에서 틀려도 된다는 것을 배우기 어려웠습니다. 모든 것에 유일한 해답만이 존재하고 정해진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는 양, 한 번의 실패 이후의 삶은 없는 양 배웠던 것 같습니다. 틀릴 수 있음과 다를 권리가 있음이 용인되지 않았던 것이죠.

저는 한국에서 영어를 정규과목으로서 배운 세대입니다. 그래서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자연히 입을 떼기 어려워져 수년을 배운 언어임에도 말 한 마디를 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탄자니아에서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한 달 남짓 배웠지만 이곳 공용어인 스와힐리어로 일상 대화를 하고 있어요. 스와힐리어를 평가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수단으로서 배웠기에 틀려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이 나라에서는 그를 웃음거리 삼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 같습니다.

탄자니아는 영국의 학제를 따른다고 합니다. 국립학교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는 수업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과서를 비롯한 수업 준비물, 학용품, 교복과 신발의 구매비용부터 통학에 드는 비용 등을 포함하면 1인당 연간 생산액이 90만원 안팎인 탄자니아에서 학교를 다니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초중등학교의 취학률이 낮고 학생들의 연령 폭이 넓은 편이에요. 즉 이곳은 학업을 위한 정해진 때가 없는 것입니다. 늦게 공부를 한다는 우리나라의 ‘만학도’의 의미도 탄자니아에는 없는 셈이죠. 

이와 같이 제가 탄자니아에 와서 배운 소중한 가치는 바로 ‘문제될 것이 없다’라는 마음의 안정인 것 같습니다. 조급하게 쫓기고 뭔가 틀린 것 마냥 불안했던 제게 ‘함나 시다’의 의미는 큰 위로가 됐습니다. 앞으로 지내면서 일이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정답은 없으며, 만일 있다고 해도 다르게 갈 수 있음을. 길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주어지는 건 낭떠러지가 아닌 더 넓은 평원임을. ‘함나 시다’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교신문3387호/2018년4월25일자] 

김미정 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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