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명 스님들 이스라엘 찾아
역사와 종교, 현재 모습 경험
수행과 깨달음 인간의 삶 등 
수행자로서 더 깊은 성찰 시간 

여기는 황금돔 사원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예루살렘,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이 곳 예루살렘에서 벗에게 소식을 전합니다.

이스라엘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디아스포라’ 고난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지난 4월1일부터 11일까지 ‘혜국 큰스님과 함께하는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문명기행’을 50여명의 스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30여년 간 여행사를 하는 사장이 “이토록 많은 스님네가 온 것을 처음 보았노라”고 했듯 실로 희유하고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도 법사 혜국스님은 “오랫동안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을 드디어 방문하게 되어 가슴이 떨리고 다리가 떨린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피라미드 건축을 수행정진에 비유하시며 모든 사람의 희망이 피라미드를 완성시키지 않았을까 하고 덧붙였습니다. “절대 권력자 파라오의 헛된 욕망의 산물이 아닌, 당대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과 희망의 소산”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며 매 순간 삶과 수행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아가고, 그 자신의 삶이 곧 기적이 되는 수행과 깨달음을 서원해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안에 오아시스와 별빛이 빛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지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소설 속 주인공인 산티아고 소년이 ‘신비의 돌’을 찾아 가듯, 쎙떽쥐베리의 ‘어린왕자’처럼 사막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그 마음으로 순례를 합니다.

나일강변 사막 위의 은수자(隱修者) 토굴에서 침묵과 기도로 평생을 수행한 사막교부(沙漠敎父)의 삶은 우리네 납자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40일간 광야를 떠돌며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는 청년 예수의 삶은 부처님 성도 과정을 보는 듯 합니다. 이슬람 수피즘 또한 불교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같지만 가는 길이 조금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월7일 우리 순례단은 요르단에서 국경을 통해 역사적인 예루살렘 입성을 하였습니다.

호텔 창 너머로 보이는 예루살렘 성벽(城壁)과 황금돔 사원의 풍광은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아니 모진 역사와 한 많은 유대인의 피눈물로 쌓은 듯 흐느끼고 있습니다. 바빌론 유수와 로마에 의한 절멸, 수천 년의 유형(流刑)과도 같은 ‘디아스포라’ 떠돌이의 삶,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 대학살과 시오니즘에 입각한 건국과 중동전쟁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윗과 솔로몬의 유대성전이 있던 자리에 무함마드의 승천을 기념하는 황금돔 사원이 있습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진 채 골고다 언덕을 올라 사형당한 유적이 함께 존재하는 이 곳은 세 종교의 성지로 말 그대로 ‘한 지붕 세 가족’입니다. 심지어 예수승천교회는 로마 카톨릭을 비롯한 동방정교회, 프란치스코 탁발수도회 등 무려 8개 단체가 공동관리를 합니다.

종교가 교조화하면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종교는 자기 안에 자비와 친절의 사원을 세우고, 인간에 대한 소통과 서비스의 정신으로 함께해야 합니다. 삶과 중생에 이롭지 않은 종교는 그 존재이유가 없습니다.

벗이여! 언젠가 세상을 떠돌 적에 보내준 게송이 생각납니다. “오랫동안 진토중에 있으면 본분사를 잊게 되나니, 부디 도중의 일을 버려두고 속히 청산으로 돌아 오시게나!” 이제 돌아가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로서 살아가기를 서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불교신문3386호/2018년4월21일자] 

진광스님 논설위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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