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없이 모든 것 베풀 때
돈오의 문이 열리기 때문에
베푸는 삶은 수행의 디딤돌 

절집에서 많이 쓰는 돈오, 무념, 무심, 무주, 해탈과 같은 용어들은 어렵기만 합니다. 이들 뜻이 모두 영원한 행복 부처님 세상을 드러내는 것인 데도 불구하고 낯설기만 하니 부처님 세상이 자꾸 멀어지는 기분만 듭니다. 그러나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 욕심을 버리고 내 것을 아낌없이 베풀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강조하고자 대주스님은 보시바라밀을 이야기합니다. 

원문번역: 문) 깨달음, 돈오의 문은 어디로 들어가야 합니까? 답) ‘단바라밀’로 들어간다. 문) 부처님은 “육바라밀이 보살행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단바라밀’ 하나만 말씀하십니까? 무슨 이유로 단바라밀이 육바라밀을 다 갖추어 깨달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십니까? 답) 어리석은 사람들은 나머지 다섯 바라밀이 모두 ‘단바라밀’에서 생기는 줄 알지 못하는데, ‘단바라밀’을 닦기만 하면 여기에 육바라밀이 다 갖추어지기 때문이다. 문) 무슨 인연으로 ‘단바라밀’이라고 합니까? 답) ‘단’의 의미가 보시이기 때문이다.

강설: 단바라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육바라밀 가운데 보시바라밀을 말합니다. ‘단(檀)’은 범어 ‘dna’의 음사이며 그 뜻이 베푼다는 의미의 보시입니다. 부처님 당시부터 있던 수행방법인 보시로 부처님의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뜻이 ‘바라밀’입니다. 보시바라밀은 재보시. 무외시, 법보시로 나누어 말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재(財)보시’는 갖고 있는 재물을 형편에 따라 아낌없이 남한테 베푸는 일입니다. 두 번째 두려움을 없애 주는 ‘무외(無畏)보시’는 자비로운 모습으로 두려움에 떠는 중생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일입니다. 세 번째 ‘법(法) 보시’는 영원한 법을 설해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 해주어 뒷날 성불할 씨앗을 심어주는 일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베풀고 살아가는 삶은 수행의 디딤돌이 됩니다. 이 공덕으로 뒷날 깨달음에 이르게 하니, 집착 없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 때 돈오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보시, 무외시, 법보시로 이루어진 보시바라밀은 그 자체에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이 여섯 가지 육바라밀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 필요한 사람에게 재물을 아낌없이 베푸는 ‘재보시’는 보시바라밀에 해당이 됩니다. 둘째, 자비로운 모습으로 두려움을 없애 주는 무외시는 지계와 인욕바라밀에 해당이 됩니다. 계율을 지니고 사는 사람은 자비로운 모습으로 부처님의 세상으로 들어가니, 중생들이 이 사람을 보고 두려워할 일이 없습니다. 두려움이 아니라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을 주는 이것이 지계바라밀입니다. 

또한 이 세상 모든 일이 허깨비와 같은 줄 알고 어떤 형상에도 속지 않고 내 마음을 내려놓고 사는 사람들은, ‘나란 것’이 없어 다른 사람과 다툴 일이 없습니다. 속이고 때리고 모욕을 주어도 맞부딪쳐 화를 내는 ‘나란 것’이 없으므로,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억지로 참고 사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작 당하는 당사자는 ‘나란 것’이 없어 조금도 동요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인욕으로 부처님의 세상으로 들어가신 분이라고 생각하는 이것이 인욕바라밀입니다. 

부처님의 법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법보시는 정진, 선정, 지혜바라밀에 해당이 됩니다. 보살행을 잊지 않고 언제나 부처님의 법을 쉬지 않고 알리는 것이 정진바라밀이고, 부처님의 법을 쉬지 않고 알리면서도 쓰는 마음자리는 늘 어떤 역경에서도 항상 흔들림이 없어 고요한 마음이니 선정바라밀이며, 부처님의 법을 쉬지 않고 세상에 알리면서도 늘 고요한 마음을 지니는 모습 자체가 지혜바라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육바라밀 가운데 보시바라밀 하나에 나머지 다섯 바라밀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지만, 알고 보면 보시바라밀 뿐만 아니라 또한 육바라밀 하나하나가 나머지 다섯 바라밀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신문3386호/2018년4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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