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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실에서 법을 청하다] 조계종 원로의원 보선스님“어려울 것 없다, 허깨비처럼만 살지 마라”
  • 해남 대흥사=이경민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 승인 2018.04.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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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일흔까지 사는 게 쉽지 않다던 당나라 시성 두보의 말이 무색하게 칠순을 넘긴 보선스님 얼굴빛이 젊은이 못지않게 환하다.

대흥사 주석하며 안거마다 
한철 빼놓지 않고 수행정진

“본래 나, 본래 마음 알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어”

“어렵고 복잡하다 생각될수록 
 근본 불교, 기본을 지켜야”

지난 3월22일, 조계종 원로의원 보선스님을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온다는 땅끝 마을 해남을 찾았다. 해남 대흥사는 두륜산 자락에 숨은 듯 자리한 곳이다. ‘두륜산’은 산 모양이 둥글게 사방으로 솟아 있어 ‘둥근 머리산’이라고 한 데서 이름 따왔는데, 그 덕인지 대흥사 또한 산세를 거스르지 않고 딱 알맞은 크기로 자리한 모습이 퍽이나 정겨웠다. 유물과 유적도 많지만, 무엇보다 조선시대, 불교가 배척당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3대종사(大宗師)와 13대강사(大講師)를 배출해 낸 명찰, 이 역사와 유래 깊은 천년고찰 가장 깊은 곳에 조계종 원로의원 보선스님이 주석하고 있었다. 

제법 부는 바람에도 장삼자락이 휘어짐 없이 빳빳했다. 정성으로 다리고 때마다 풀을 먹인 태가 났다. 낯선 이를 처음 맞는 얼굴엔 인자한 미소가 흘렀다. 오래전 헤어진 인연을 다시 만난 듯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더없이 친근함을 느끼게 했다. 

“뭐 하러 서울에서 이 먼 데까지 왔어?” 면박을 주면서도 “커피가 아무리 좋대도 5000년 동안 이어져온 차 맛 못 따라가”하며 초의선사 가풍 깃든 따뜻한 차 한 잔 내주는 보선스님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절에 가는 것이 그저 마냥 좋았다는 보선스님은 고등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절에 들어가 살았다. 그런 보선스님이 평생 출가 수행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절에 사람이 들어오면 무조건 머리부터 깎게 했다’는 천운스님 덕이다. “잡혀서 밖에도 못나가고 안에 갇혀 공부만 했어. 그러다 다시 방학이 끝나면 학교에 가고, 그러다 다시 절에 오고, 뭐 결국 절집에 물이 들어 못 나갔지.”

꾀 많고 장난기 가득하던 18세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절집의 매력은 뭐였을까. 애꿎은 소리와 달리 스님 표정엔 진심이 스쳤다. “그 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절이 좋았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절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해. 출가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도 잘 안나지만, 돌이켜보면 출가 후의 삶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오히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조금 더 일찍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니까.”

출가를 더 일찍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후회면 후회랄 수 있겠다는 스님은 지금도 안거철이 되면 때마다 방부를 들인다. 지난 동안거에도 대흥사 동국선원에서 빼놓지 않고 수행정진을 했다. 용암사, 봉암사, 송광사, 마곡사, 백담사 무문관 등에서 40안거 이상 성만, 아니 이제는 셀 수조차 없을 정도라고 하니 수행에 들인 공력은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절이 마냥 좋았다던 18세 소년은 반세기가 넘어 존경받는 ‘원로’가 됐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자리, 종단에서 소임을 보던 때가 언제적 일인지 이제는 기억도 안 난다는 스님이다. 

“지나간 건 지나간 걸로 잊어야지.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인데 그걸 자꾸 모르고 과거에 집착하니 괴로운 거야. 지금은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찾아주는 이 있으면 가끔 얼굴도 좀 비추고,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바랑하나 메고 가면 되니 얼마나 좋아. 세상사 복잡하고 어려운 것 하나 없어요. 부처님께서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 이야기 하신 거 잊었어? 그게 불교의 시작이고 끝이지. 또 전부이기도 하고. 이것만 제대로 알아도 출재가 상관없이 다 부처님이 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 매일매일 공부해야하지 않겠어?” 세수 73세, 스스로를 꼬부라지고 늙었다 자청하면서도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스님은 “바로 볼 수 있으면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했다. 

날마다 지지고 볶는 삶, 도력 높은 수행자나 가능할 법한 말에 짐짓 알아듣지 못한 체 하자 호통이 돌아왔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는 말 들어 봤지? 사니 못사니, 출가를 했니 안했니,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럽니, 불교가 타락했다니 마니, 그럴수록 공부를 해야 해. 하루 1시간만 ‘이뭣고’ 해봐. 5분도 좋아요. 일단 습관화를 한번 들여 보는 거야. ‘내 속을 돌아다니는 고놈을 확 잡을 수 있어야 된다’ 이말이여! 본래의 나, 본래의 이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끝없이 공부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어.”

더 예쁜 것, 더 비싼 것, 더 좋은 것을 갖지 못해 늘 고통 속에 사는 이, 남들은 모두 행복한데 나만 불행하다 생각하는 이, 모두 스님 말대로라면 본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나 마찬가지다. 

스님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임을 바로 알아야 한다”며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면 결코 ‘고통스럽다’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수 없다”고 했다.

스님은 불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왜곡된 모습으로 비춰지는 불교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답에도 한 치 망설임이 없다. “우리 세대 스님들은 아주 불행했어. 수백년 탄압을 견디고 나니 또 왜색불교와 싸우고, 정화한다고 날이면 날마다 전쟁이었지. 그래도 내가 보기엔 다른 종교도 아니고 ‘불교’니까 그나마 명맥을 끊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 온 거야. 다른 종교 같았으면 어림도 없지. 가끔 스님들이 세상에 잘못 비춰지고 시시비비하는 것처럼 보여도 ‘불교가 망했다’고 실망하지 말고 그 힘을 믿어야해. 불교 전체에 때도 많이 묻었지. 그럴수록 근본불교로 돌아가야 해.”

스님이 생각하는 근본불교란 ‘제악막작 중선봉행’.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라는 것이다. 불법을 묻는 백거이에게 조과선사인 도림스님이 답한 말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평범 속에 진리가 있는 셈이다.

결국 다시 기본이다. 한참을 이야기 하던 스님이 돌연 “그래, 숨은 어떻게 쉬나?”는 질문을 던졌다. 바로 답하지 못하자 또 다시 벼락이다. “아, 지금 내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도 모르는데 살아서 뭘 해?! 숨부터 쉬어봐. 내가 어떻게 호흡을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먼저 느끼고 보고 생각하고 살아봐. 그것도 모르면 다 허깨비 삶이여.”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일흔까지 사는 게 쉽지 않다던 당나라 시성 두보의 말이 무색하게 칠순을 넘긴 보선스님 얼굴빛이 젊은이 못지않게 환했다. 날마다 새 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 때문일까. ‘은사 스님께 붙들려 머리 깎이는 바람에 출가했다’는 스님의 52년 전 모습이 얼핏 비추는 듯 했다. 

➲ 보선스님은…

보선스님은 1946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1966년 3월 용암사에서 천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2년 3월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화순 용암사, 봉암사, 송광사, 마곡사, 백담사 무문관, 대흥사 등에서 안거 정진했다. 총무원 호법부장,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 제14대 15대 중앙종회 의장,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한국다문화센터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흥사 조실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해남 대흥사=이경민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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