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협 주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서

“불교계에 여전히 남아있는 깊은 상처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 위한 기도
설정스님 “정상회담 당일 전국 사찰에서 타종식” 

종단협 회장 설정스님과 문재인 대통령이 불전에 연등공양을 올리고 있다. 신재호 기자

 “한국불교는 군부독재 시절 국가권력에 의해 종교의 성역을 침탈당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38년 전 신군부가 전국의 사찰을 짓밟고 무고한 스님들을 연행했던 10.27법난이 그것이다. 불교계에 여전히 남아있는 깊은 상처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 불교계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어, 한국 불교가 더욱 화합하고 융성하길 기원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불교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인 10·27 법난에 대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 17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설정스님, 조계종 총무원장)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봉행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원법회’에서다. 10·27법난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차원으로는 1988년 12월 당시 강영훈 국무총리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이후 30년 만이다. 이에 따라 불교계 최대 수난사로 꼽히는 10·27 법난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축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한편 이날 법회에선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오는 27일 11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총무원장 스님은 봉행사에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고, 전 세계인이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극적인 대화와 소통의 향연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상회담의 성공적 회향과 이어질 주변 강대국들과의 외교 현장에서도 우리는 세계일화와 같은 더 큰 가치와 정신으로 각국 이해관계를 아울러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이에 한국불교 전국 사찰은 평화통일과 상생을 염원하며 일주일간 조석으로 축원하며 당일 사시 예불 시간에 일제히 33타종을 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봉행사를 하고 있는 종단협 회장 설정스님.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설정 큰스님의 봉행사를 감명 깊게 들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법회로 그치지 않고, 이번 주말부터 일주일간 전국사찰에서 조석으로 축원하시겠다는 말씀에 큰 힘을 얻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므로 화쟁(和諍) 정신이 한반도에 실현되어 갈등과 분열이 해소되도록 간절한 원력으로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강수린 북측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장도 기원법회를 앞두고 축전을 보내와 의미를 더했다. 강 위원장은 “오늘의 역사적인 민족단합의 봄기운을 풍요한 가을의 결실에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나라의 평화와 자주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북녘 불교도들은 남녘 불교도들과 어깨걷고 이 땅에 통일되고 번영하는 정토세계를 건설하는데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법회에 모인 1000여 명의 사부대중도 조국의 화합과 통일, 인류 상생의 공동체를 기원하는 발원문을 낭독하고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남과 북의 화해의 물꼬를 트고 화합의 꽃을 피울 것”을 다짐했다. 법회가 끝난 직후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한반도 지도 휴전선에 연꽃을 피우는 퍼포먼스를 펼쳐 사부대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저녁공양 이후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석가탄신일이라는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꿔 약속을 지켰고, 청와대에 있는 석조여래좌상을 서울시 유형문화재에서 보물로 지정하게 됐다”며 “평상시에도 그랬지만 요즘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더욱 간절하게 기도하게 된다”고 밝혔다. 법회에 함께 한 김정숙 여사도 “회담 당일 33번의 타종을 하시면서 마음을 모아주신다고 하니 오랫동안 간절히 바랬던 국가의 평화가 오는 것 같다”며 사부대중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법회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연등회 홍보영상 시청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음악원의 전통문화공연 공연, 입정 등으로 이뤄진 식전·문화행사와 1부 기원법회, 2부 저녁공양 등으로 진행됐다. 1부 기원법회는 명고·명종, 종단협 회장 설정스님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육법공양, 삼귀의례, 예불, 종단협 수석부회장 문덕스님의 축원, 반야심경 봉독, 종단협 회장 설정스님의 봉행사, 대통령 축사, 화청, 찬불가, 차석부회장 회성정사의 발원문 낭독, 사홍서원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이날 법회에는 종단협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성우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정사,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주호영 국회 정각회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등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