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아잔 브람 지음·지나 옮김/ 불광출판사

세계적인 명상수행 지도자
스리랑카 ‘위빠사나 법회’
내용 모아 책으로 선보여

부처님 가르친 호흡수행
‘수행 16단계’ 그대로 제시

세계적인 명상수행 지도자로 꼽히는 아잔 브람의 위빠사나 명상 강의를 책으로 엮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 2016년 2월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계명상대전에서 법문하고 있는 아잔 브람.

세계적인 명상수행 지도자로 영국의 저명한 심신의학 전문지 <왓킨스>가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스승 100인’에 프란치스코 교황, 달라이 라마와 함께 꼽힌 아잔 브람. 지난 2016년 2월 열린 정선에서 열린 ‘세계명상대전’에 초청돼 법문과 수행지도에 나서며 우리나라 불교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잔 브람은 해외에서 법문 요청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매주 금요일 호주 퍼스시 숲속의 보디냐나에서 직접 법문을 한다. 이 법문은 매번 유튜브를 통해 공개가 되는 동시에 회당 수만에서 수십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잔 브람이 지난 2017년 스리랑카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주제로 현지 스님들에게 15회에 걸쳐 법문한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엮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그는 이 법문을 통해 경전에 나타난 호흡 수행의 16단계와 이 과정 중 나타나는 장애, 수행 후 얻게 되는 도(道)와 과(果)를 차례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여느 법문집이나 강의서와 사뭇 다르다. 이 책의 역자는 단순히 강의 원고를 녹취해 풀고 번역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부분의 경전 출처를 찾아 다시 수록했으며 주요 단어는 한국어 설명과 함께 빨리어 원문을 함께 실었다. 일반인들이 해당 경전구절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고자 별도의 작업을 거쳐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는 역자가 당시 아잠 브람의 법문에 참석했으며, 현재 스리랑카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국인 지나왐사 스님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잔 브람은 먼저 깨달음에 이르는 호흡 수행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에는 초기불교 경전인 <니까야>를 근거로 “긴 숨은 긴 숨으로, 짧은 숨은 짧은 숨으로 알라” 등 부처님이 가르친 호흡 수행의 16단계가 그대로 제시되고 있다. 각 단계에 대해 정의한 경전구절을 하나씩 소개하고 필요한 수행과정과 통과의례도 짚어준다. 그러면서도 “호흡 수행을 지도하는 목적은 ‘윤회’를 끊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마음챙김 명상 관련 서적들이 강조하고 있는 ‘특별한 기술’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업무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줄여서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거나 더 많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마음챙김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면서 “이런 것은 작은 이익이 있을지 모르지만 바른 목적에 기반을 둔 것도 아니고 바른 견해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행을 통해 놓아버림을 체득하고 결국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을 두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를 통해 초보자에게는 호흡 수행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이미 일정한 궤도에 오른 사람에게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장애에 갇혀 있는지, 수행의 진보를 위해 무엇을 더 놓아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그렇다면 아잔 브람이 바라는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그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 “어떤 경지에 오른다”고 말하는 이들의 견해에 오해와 착각에서 비롯된 ‘말잔치’라고 지적한다. 또한 깨달음을 “몸이 사라지고, 의지가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감이 사라지고, 아는 대상이 사라지고, 아는 자마저 사라진다”며 ‘단멸론’과 관련지어 정의한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단멸론은 무엇인가 존재하다 사라진다는 견해”라며 “하지만 존재하던 어떤 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고, 원인과 결과만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어느 순간 원인이 소멸돼 더 이상 결과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경전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아잔 브람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이론 물리학을 전공했다. 17살 나이에 우연한 기회에 접한 불교서적으로 수행에 눈을 뜬 그는 잠깐의 교사 생활을 접고 태국으로 떠나 수행자가 됐다. 이곳에서 ‘살아 있는 붓다’로 불린 아잔 차 스님의 지도 아래 9년간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호주로 건너가 보디니야나 수도원을 세우고, 스님과 일반인들 대상으로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그 동안 강연한 내용을 묶은 책들은 현재까지 모두 24개국 언어로 번역돼 대부분 현지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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