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면서? 그러다 몸 상하면 큰 일 나. 이젠 좀 슬슬 할 때가 아닌가” “괜찮아, 걱정 해줘서 고마워, 백세시대 라잖아. 그 말 대로라면 내 삶은 한 20년은 더 남았지.” “그래도 그렇지. 너무 자신 하지마.”

식소사번이라고 내가 그에게 문자를 써가며 말하니까 그의 응답이 이러했다. 

식소사번이라,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다. 사마의가 제갈량을 두고 한 말이다. 제갈량이 두 번째 출사표(出師表, 전쟁에 나가면서 왕에게 올린 글)를 내고 비장한 각오로 위(魏)나라 공략을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끌어내어 빨리 승패를 결정지으려 했으나 사마의는 지구전(전투를 오래 끄는 것)으로 제갈량이 지칠 때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서로 대치해 있는 가운데 사자(使者)들은 자주 오고 갔다. 언젠가는 사마의가 제갈량이 보낸 사자에게 물었다. “공명은 하루 식사를 어떻게 하며 일 처리를 어떻게 하시오?” 그러자 사자는 음식을 지나치게 적게 들고 일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손수 일일이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자 사마의는 “먹는 것은 적게 먹고 일은 번거로우니 어떻게 오래 지탱할 수 있겠소.(식소사번 안능구호, 食少事煩 安能久乎)”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사자가 돌아오자 제갈량은 “사마의가 무슨 하는 말이 없던가”하고 물었다. 사자가 들은 그대로 전하자 제갈량도 “중달(仲達, 사마의의 字)의 말이 맞다. 나는 아무래도 오래 살 것 같지가 않다”고 했다. 결국 공명은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으니 식소사번이란 말은 좋은 말은 못되는 것 같다.(<고사 명언 명구 사전>에서)

그러고 보니 내가 내 벗을 아끼는 뜻으로 한 말인데 그에게 언짢게 들리지는 않았는지 걱정된다. 내 딴에 문자까지 써 가면서 한 소리인데.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쩡쩡거려도 흘러가는 세월에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를 한 두 살 더해 가면 그 떵떵거림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어떻든 어느 여가수의 노래처럼 건강하게 백세를 사는 건 누구나의 희망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불교신문3384호/2018년4월14일자]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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