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는 불교영어도서관(Buddhist English Library of Seoul). 사진은 지난 9일 불교영어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객들 모습.

국제포교사회 ‘문화나눔’ 운영
2000권 영문 불교 서적 소장
삼국사기 공부 장소 등 활용
조계사 찾은 외국인 방문 잦아

서울 종로구 경운동 대로변 옆 큰길가를 따라 걷다보면 안국역 사거리 채 못 미쳐 3층 건물 하나를 만난다. 2층 난간에 걸려있는 ‘불교영어도서관’이라는 현판이 의아함을 자아내는 곳으로, 땅값 비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용케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2008년 문을 연 불교영어도서관(Buddhist English Library of Seoul)은 국제포교사회 부설 사단법인 문화나눔이 운영하는 곳이다. 2000여 권의 영문 불교서적과 잡지, 논문 등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다양한 영문 불서가 비치돼 있다.

소담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165㎡(50여 평) 규모의 열람실이 반긴다. 벽마다 빼곡이 서 있는 책장마다 장서가 가득한데 일반 도서관에 비해 소장서가 많지는 않은 편이지만 전문화된 불서들이 눈에 띈다. Theravada Buddhism(상좌 불교), Pure Land Sects(정토종), Tibetan Buddhism(티베트 불교), Doctrines and Practices(이론과 실참), Mahayana Buddhism(대승불교) 등 불교에 특화된 서점답게 기본서부터 유명 스님 수필까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불교 서적이 주제별로 정리돼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 때문인지 불교영어도서관은 일반 사람들 보단 소수 매니아층 방문이 잦다. 지난 6일 불교영어도서관을 찾은 이용객 정종진(57) 씨도 그 중 하나. 뒤늦게 불교에 입문했다가 용어가 낯설고 어려워 고민하던 차에 차라리 영어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영문으로 된 불교 서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는 정 씨는 “사람들에게 묻고 묻던 중 불교영어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영문으로 된 불교 서적을 찾아 광화문 대형서점부터 조계사 내 서점까지, 반나절을 헤맸다던 정 씨다.

“외국에 나갔다 온 경험 때문인지 한자나 한글 보다 영어로 불교를 접했을 때 더 간단하고 명료하게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Insight into Impurity’하면 말 그대로 불순한 것을 일단 알아차리고 들여다 본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 외국 생활을 많이 한 사람들한테 이것을 ‘부정관’이라고 설명하면 어렵거든요. 인간의 5가지 욕망(The Five Human Desire)도 그래요. Desire for material wealth, Desire for sex, Desire for fame, Desire for food, Desire for sleep... 한글로 바꾸면 물질욕, 성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이지만 제게는 확 한 번에 와 닿지는 않아요. 그래서인지 한글보다는 영문으로 된 불서를 찾아보는 편이에요”

이날이 첫 방문이라는 정 씨 손에는 숭산스님 법문이 담긴 <The Compass of Zen(선의 나침반)>과 <Only Don't Know(오직 모를 뿐)>이 들렸다.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 불자들 사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책이다. 책을 추천한 김귀자 불교영어도서관장 말에 따르면,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가장 쉽고 재미있게 불교와 만날 수 있는 영문 서적 중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기본서’라고.

자신 또한 외국인 친구 소개로 영문으로 된 불교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는 김귀자 관장은 “도서관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로 크게 붐비지 않아도 영어로 불교를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라며 “불교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일수록 영문으로 번역된 <금강경>이나 한글이 아닌 영어로 된 교리서에서 답을 찾아가곤 한다”고 했다.

불교영어도서관은 자원봉사자 원력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상주 인력이 부족해 대출이 힘들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인근 조계사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가끔 들르기도 하고, 숭산스님과 제자 현각스님 영향 덕분인지 화계사에서 찾아오는 외국인도 꽤 많다. 개관 후 몇 년 간은 다도 교실, 표구 및 배접 강의 등 문화강좌도 다양하게 열었지만 최근에는 주로 공부 모임이 진행되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불교영어도서관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일연스님 <삼국유사> 영문서를 읽고 토론하는 공부 모임을 갖고 있는 ‘영어삼국유사 운독회’ 회원 김진성 씨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나 불교에 흥미를 갖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전통과 불교를 함께 알릴 수 있도록 <삼국유사>를 연구하고 오역은 바로 잡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불교영어도서관은 이런 영문 불서 연구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불교영어도서관 열람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오후4시, 토요일은 오전11시~오후2시까지다. 매주 일요일은 휴관한다. 장소 대여도 가능하다.

2000여 권의 영문 불교서적과 잡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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