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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시조의 봄

 

우리 얼이 담긴 현대시조를 
아이들이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교과서가 가장 효율적이다 
시험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시조를 읽으며 말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면…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기 때문이다

“시조가 뭐예요? 시조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시조시인임을 밝혔을 때 보이는 주변의 반응이다. 난감하다. 시조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시조 하면, 지금도 고시조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의 시조는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현대시조'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창작되고 있으며 등단 시인만 해도 2000명이 넘는다.

알다시피 한반도에 누천년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우리말법에 따라 독특한 노래시를 향유해 왔다. 저 멀리 신라 향가에서 발원한 3구 6명의 형식이 갈고 닦여서 고려 말에 이르면 3장 6구 12마디의 간명한 노래시, 이것이 시조다. 초장, 중장, 종장 곧 3장은 6구 12마디, 마흔다섯 글자 안팎의 시조는 자연스러운 우리말의 흐름을 따라서 이루어지는 고도의 시양식이다.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ᄃᆞ냐/ 이시랴 ᄒᆞ더면 가랴마ᄂᆞᆫ 제 구ᄐᆞ여/ 보내고 그리ᄂᆞᆫ 정은 나도 몰라 ᄒᆞ노라." 인구에 회자되는 황진이의 이 시조에서 알 수 있듯이 시조는 본시 자연스러운 우리말의 흐름을 따르는 대구(對句) 형식이다. 이 기본적인 단시조 형식을 조상들은 연시조로 쓰기도 하고 사설시조로 쓰기도 했다. 그 양식들을 현대시조에서도 잘 계승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중학교 국어책에 어떤 문학작품이 수록되어 있나 알아보는 기회가 있었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 시조를 배우고 있을까. 대형서점으로 갔다. 내가 생각하던 국어책은 중등과정 3년 동안 6학기 여섯 권인데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마흔두 권의 교과서가 진열돼 있었다. 다양한 구성과 이미지로 학생들이 효과적 학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목차를 들여다보고는 기운이 쑥 빠졌다. 그 많은 교과서에 고시조 몇 편과 이병기, 이영도, 정완영 시인 같은 작고 시인의 현대시조와 현재 활동 중인 극소수 시인의 작품 몇 편이 실려 있었다. 우리말과 우리 문화정신을 잘 살려낸 현대시조를 교육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 멀리 환한/ 복사꽃// 꽃 두고/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홍성란 시인의 시 ‘소풍’)

“자목련 산비탈 저 자목련 산비탈 경주 남산 기슭 자목련 산비탈 내 사랑 산비탈 자목련 즈믄 봄을 피고 지는” (이정환 시인의 시 ‘자목련 산비탈’)

홍성란 시인의 ‘소풍’과 이정환의 ‘자목련 산비탈’은 시조 3장을 작품의 의미와 시인의 개성에 따라 표현한 단시조다. 우리말의 흐름을 따라 주고받고, 주고받는 말의 대구와 호응이 자연스러운 시조 3장을 이루고 있다. 환히 피어난 저 복사꽃처럼 오늘의 현대시조는 활황을 이루고 있다. 시나 수필을 쓰는 문인들도 시조에 집중하여 시조로 다시 등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절제와 압축이 균형감각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견인하는 짧은 서정시의 힘, 시조의 힘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교과서에서 시조를 제대로 배우고 좋아하여 즐겨 쓸 수 있는 시조의 봄, 향기로운 결실의 그날을 준비하자.

[불교신문3383호/2018년4월11일자] 

김양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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