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울어서

산울림,

아무도 못 들은 

산울림,

까치가 들었다,

산울림,

저 혼자 들었다,

산울림,

                                                          -윤동주 시 ‘산울림’에서

윤동주 시인의 동시 계열의 시들은 순수한 마음을 잘 표현한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 가운데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이라고 쓴 ‘반딧불’을 즐겨 읽는다. 식민지 시대 고뇌하는 지성인의 내면을 담아냈던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 그 바탕에는 이처럼 깨끗한 영혼의 시심이 놓여 있다. 까치 한 마리가 산 아래 나무에 앉아 울고 있었을 것이다. 공산(空山)에 까치가 울어 산울림이 생겨나고, 생겨난 산울림을 까치 홀로 적적하게 듣고 있었을 것이다. 무의미해 보이는 이 시를 반복해서 읽다보면 그 어떤 느낌이 산울림처럼 마음에 일어난다. 한 존재가 만들어내는 생명의 소리가 물결처럼 퍼져나가서 다른 시공간에 영향을 주는, 연쇄적 파동의 생생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연에서는 쉼표를 행마다 일부러 두어서 여음(餘音)과 여운을 길게 늘이고 있다.  

[불교신문3382호/2018년4월7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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