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집행부, 물러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명심하라”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정진 하던 설봉스님이 지난 27일 끝내 병원으로 후송된 가운데,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설봉스님 도반이자 경주 흥륜사 한주인 법념스님이 본지에 기고를 보내왔다.

경주 흥륜사 한주 법념스님은 기고를 통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현 선학원 집행부는 지금은 버틸지 몰라도 퇴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을 피력했다. 전문을 소개한다.

선학원 사태와 설봉스님의 단식정진이 준 교훈
-현 선학원을 지금 이대로 두어서 되겠는가

설봉스님이 입원한 병원에 다녀와 이 글을 쓴다. 처음부터 서로 대화가 오갔더라면 설봉스님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을. 현 선학원 집행부는 지금껏 무엇 때문에 면담하는 것을 요리조리 피해 온 걸까.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으면 정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잘 해결 될 수도 있는 것을. 첫 날 현 이사장은 무엇이 두려운지 경찰의 신변 보호까지 받으며 줄행랑 친 뒤 꽁꽁 숨어 지금까지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경주에서 첫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안국역에 내려 선학원 주변을 걸어오며 보니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경찰들, 물건을 싣는 탑차들이 요소요소에 있었다. 힘깨나 써 보이는 스님들도 이곳저곳에 포진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탑차에는 여차하면 무력을 휘두르려고 대기하고 있는 남자들이 타고 있는 차였다.

선학원 문에 들어서니 벌써 낮12시를 넘었다. 선학원 법당 난간에 힘이 다 빠진 듯 밖을 내다보는 설봉스님의 모습을 보니 목구멍으로 울컥하는 기운이 올라와 울음이 북받쳤다. 일주일 만에 이토록 수척해지다니. 눈이 퀭하다.

무엇 때문에 서로 대립하는 걸가. 현 선학원 집행부가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문제는 돈이다. 돈이란 것은 요상한 물건이라 승려의 본분을 버리고 딴 짓을 하게 만든다. 성추행도 일어나게 하고 금전에 대한 비리도 생겨나게 해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다다르게 한다.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선미모)이 현 선학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현 이사장과 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그러나 금전을 이용해 무력으로 대응하는 저들을 막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다. 정의라는 깃발 아래 동참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각계각층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어 선학원에서 밤낮없이 염불하며 정진하는 스님과 신도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아직까지 세상에는 바르게 사는 길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은 전국비구니회였다. 비구니 총회를 마친 뒤 총회 참석했던 스님들뿐만 아니라 백흥암 선원과 비구니 승가대학에서도 뜻을 같이해 선학원 정상화를 위해 염불 정진하는 대중과 합류했다. 그 가운데서 전국비구니회장 육문스님을 비롯해 임원 스님들이 설봉스님을 만나 “앞으로 선학원 정상화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확약을 한 것이었다. 설봉스님의 건강을 염려해 방문한 여러 사람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생명에 위험이 있다”고 간곡히 부탁해도 “죽더라도 이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고집을 피웠건만.

“앞으로 선학원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차근차근 뜻을 이루도록 할 터이니 앞으로 전국 비구니회가 하는 일을 주시하여 달라”는 전국 비구니회장의 말에 안심하고 칠일 동안의 단식을 풀었다. 119구급차의 들것에 실려 나가는 설봉스님의 모습은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이었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설봉스님은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다시 ‘선학원 정상화’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이전과 다른 방법을 모색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아갈 것이다. 현 선학원 집행부는 지금은 버틸지 몰라도 퇴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