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단식정진 하던 설봉스님은 27일 오후 끝내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진은 이날 현장에 함께했던 서울 기원정사 신도들이 “설봉스님을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 신재호 기자

‘선학원 사태’ 점입가경…
“상식적으로 어떻게
성추행으로 징역형 받은 사람이
종교단체 수장을 할 수 있나”
퇴진 외치며 7일째 단식하던 설봉스님
건강 악화로 끝내 병원 후송

출입구 봉쇄…불자들 진입 차단
설봉스님 강제로 끌어내리려하기도

조계종 총무원장이
선학원 장악하려는 수작?
여론 호도 급급한 선학원 ‘눈살’

일흔 노스님의 목숨 건 단식에도 선학원은 요지부동이었다. 외려 여론을 호도하는 데 급급했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단식정진 하던 설봉스님은 27일 오후 끝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사장 법진스님과 이를 비호하는 이사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정진에 들어간 지 일주일만이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는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이사장 법진스님과 이를 비호하는 퇴진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지난 21일부터 선학원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난간에서 위태로운 정진을 이어온 스님은 “이사장이 사퇴해야 선학원이 바로서고 청정승풍이 회복될 수 있다”며 자리를 내려놓을 것을 호소했지만 선학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선학원 측은 일흔 노스님의 단식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모자라 이번 사태 배후가 종단이라는 허위사실 유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설봉스님의 단식정진이 이어지는 동안 불교저널을 통해 “설봉스님은 조계종 <법인법>을 받아들여 종단에 등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성자와 불법시위자 배후가 종단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불교신문과 종단의 영향 하에 있는 언론은 일방적으로 종단과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모임(선미모) 주장을 보도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등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논란만 키웠다.

이사장 법진스님의 범계행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동떨어 진다는 게 중론이다. 설봉스님이 목숨 건 단식정진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선학원 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1심에서 징역6월형을 선고 받았지만 여전히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이사회가 선학원 원로 스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회의를 파행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앞서 설봉스님도 단식정진을 멈추기 하루 전날인 26일 정진 목적과 상관없는 내용이 기사로 재생산돼 논란이 되고 있다며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설봉스님은 선미모 총무 심원스님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사장은 자격이 없고 이사회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단식 정진하기로 결단을 내렸다”며 “어떤 기자들에게도 ‘조계종지를 봉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삽입할 것과 재단 이사 중 2인을 조계종이 임명한 이사로 채울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말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선학원 측은 법당 난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정진을 하던 스님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도 서슴지 않았다.

선학원 관계자들은 설봉스님의 단식정진을 지지하는 스님과 불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입구를 봉쇄한 것도 모자라, 난간에 사다리를 놓고 단식정진 중인 설봉스님을 강제로 끌어내리려 했다. 스님이 강하게 거부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을 초래해 불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일흔 넘은 노스님의 단식은 중단됐지만 선학원 이사회를 향한 규탄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전국비구니회가 앞장서 “정법을 수호하려 정진하는 선학원 비구니 스님들에게 끝까지 의지처가 돼 줄 것”을 밝혔고, 선학원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앞에서 이사장 사퇴를 위한 정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법진이사장이 물러나야 선학원이 바로 선다”는 불자들의 목소리에 이제 선학원이 답할 차례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