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어떻게
성추행으로 징역형 받은 사람이
선학원 이사장 할 수 있나"

선학원 측 주장에도 강력 반박
“불교저널 불교닷컴 기자는
 단식정진 목적에 대해
 취재해 간 것 없어

 왜곡 기사 확대 재생산하는
 불교저널 보도에는
 기사 쓴 기자 이름조차 없어
 도대체 이런 기사가 어딨나”

“이사장 사퇴해야 선학원 바로서고
 청정승풍 창립정신 회복 가능”

단식 6일째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을 맞이하고 있지만 청정승풍을 회복하겠다는 스님의 굳은 의지는 변함이 없다.

여직원 성추행으로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에 맞서 목숨 건 단식정진에 들어간 서울 기원정사 창건주 설봉스님이 “이사장이 사퇴해야 선학원이 바로서고 창립정신인 청정승풍이 회복될 수 있다”며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거듭 호소했다.

설봉스님은 26일 오전 선학원 법인사무국이 있는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에서 스님의 단식정진을 지지하는 선학원 소속 사찰 스님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특히 단식정진을 하는 목적과 상관없는 내용이 기사로 재생산돼 논란이 되고 있다며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올해 세수 71세인 기원정사 창건주 설봉스님이 선학원 이사장과 이를 비호하는 이사들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정진에 들어간 지 26일로 벌써 6일째를 맞고 있다. 현재 법당 2층 난간에서 위태로운 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설봉스님은 상당히 수척해진 모습이지만, 선학원을 지키기 위해 정진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설봉스님이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선학원 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1심에서 징역6월형을 선고 받았지만 여전히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이사회가 원로 스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회의 또한 파행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안이 절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에 설봉스님이 선미모 총무 심원스님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스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설봉스님을 대신해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 총무 심원스님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설봉스님은 심원스님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나의 단식정진 이유나 목적에 대해 악의적으로 왜곡된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이를 해명하고, 단식정진 취지를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표명하고자 기자회견을 청했다”고 밝혔다.

설봉스님은 우선 ‘단식을 시작하게 된 경위’에 대해 밝혔다. 설봉스님에 따르면 ‘시국 성명서 서명 스님 각위’라는 수신과 ‘재단 이사회 동참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에서 3월21일 2시에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선학원에 도착했다. 설봉스님은 “다른 원로 스님들보다 먼저 도착해 새로 모신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법당으로 올라갔다”며 “참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바깥이 소란스러워 난간으로 나와 내려다보니 철문을 닫아걸고 원로스님들을 들여보내지 않는 등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아래에 있던 스님들이 법당참배를 청해도 닫힌 문을 열지 않았다. 이사장은 자격이 없고 이사회는 가망이 없다 생각해 단식 정진하기로 결단을 내렸다”며 “나를 끌어내려고 온갖 회유와 협박을 해 왔지만 원력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단식 정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자신의 단식정진을 놓고 “조계종지를 봉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삽입할 것과 재단 이사 중 2인을 조계종이 임명한 이사로 채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인법 수용을 요구했다”는 등의 불교저널과 불교닷컴이 보도한 기사가 “악의적으로 왜곡된 기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 동안 난간에 기대어 서있는 설봉스님.

설봉스님은 “불교저널이나 불교닷컴의 어떤 기자도 나의 단식 정진 이유와 목적에 대해 취재해 간 것이 없다”며 “분명히 말하건대 어떤 기자들에게도 ‘조계종지를 봉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삽입할 것과 재단 이사 중 2인을 조계종이 임명한 이사로 채울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말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 “굳이 사적인 대화를 끌어다 단식 목적을 말하려 한다면 ‘분원을 괴롭히고 행정처리를 엉망으로 하고 있어서 단식한다’는 이야기 등을 했어야지 왜 엉뚱하게 말도 안되는 소릴 기사로 쓰냐”고 지적했다.

이날 스님은 법인법에 대한 공식입장은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와 전국비구니회, 선학원의미래를생각하는분원장모임이 선학원 사태 해결을 위해 선학원 분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다녔던 ‘조계종단과 선학원 현안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동의서’로 대신했다.

동의서에는 △선학원이 법인법에 의한 법인등록이 아닌, ‘선학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그 법에 적용을 받도록 할 것 △선학원의 재산권, 운영관리권 등 법인 고유권한을 침해해선 안 될 것 △선학원이 분종 혹은 탈종을 하려고 하면, 각 분원 창건주, 분원장, 관련도제들로 구성되는 총회(선학원 도제 승려대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설봉스님 또한 선학원 사태 해결을 위해 동의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법인법 수용을 요구했다”는 불교저널 보도는 “고의적인 의도가 있다”는 게 스님 입장이다.

그러면서 “불교저널 기사는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이 없다”며 “도대체 이런 기사가 어디 있느냐”고 힐책했다.

선학원 원로 중진 비구니 스님들이 설봉스님 곁을 지키고 있다.

끝으로 “법진스님의 ‘일체공직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이사장으로서의 자격이 없기 때문”이라며 “상식적으로 성추행으로 징역형까지 받은 사람은 승려자격도 없다 할 것인데, 어떻게 이사를 하고 이사장을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설봉스님은 “법진스님이 아직까지 버젓이 이사장으로 앉아있기 때문에 선학원이 바로 서지 못하고, 청정승풍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이사장이 사퇴해야 선학원이 바로서고 청정승풍이 회복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선학원 법당 2층 난간에서 단식을 6일째 이어가고 있는 설봉스님.

 

설봉스님의 상태를 걱정하는 한 신도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선학원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정문은 굳게 닫혀 있다. 그 앞에서 스님 두분이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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