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 뜻 이어 ‘세계일화’ 꽃 피운다

3개층 연면적 977㎡ 규모

불교수행·문화 체험의 장

 

전세계 벽안의 수행자들

세계일화 몸소 실천했던

숭산스님 정신 살아있는

화계사 국제선원서 정진

 

세계일화 현판

서울 화계사는 조선 중종 17년(1522년) 신월스님이 고려 광종 때 법인국사가 창건해 오랫동안 법등을 이어 온 보덕암을 현재 자리로 옮겨 짓고 절 이름을 화계사(華溪寺)로 명한 데서 시작됐다. 특히 화계사는 만공스님을 비롯해 성월 혜암 춘성 고봉 전강 적음 덕산스님 등 많은 선지식의 법맥을 잇고 있는 수행도량이자 세계일화를 몸소 실천하며 40년 남짓 한국불교를 전 세계에 전한 숭산스님의 원력이 살아 숨 쉬는 국제포교 중심도량이다.

최근 들어서는 체계적인 신도교육을 바탕으로 수행은 물론 포교, 자비나눔, 종교화합 등 다방면에 걸쳐 모범을 보이고 있는 한국불교 대표사찰로서 사격을 일신시켜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화계사가 참선수행과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마련하고 ‘참선수행과 국제포교 중심 사찰’로서의 원력을 되새겼다. 화계사는 지난 17일 ‘국제선문화체험관’ 낙성식을 거행했다.

화계사 국제선원은 지난 1991년 숭산스님이 해외포교의 원력으로 대적광전에 외국인 수행자들을 위한 수행처로 처음 문을 열었다. 국제선원 개원 이전인 1980년대에는 한국선불교를 직접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 수행자들이 찾아왔지만 방사가 없어 화계사가 아닌 수덕사 조인정사, 신원사 등지에서 정진해야만 했다. 하지만 화계사 국제선원도 대적광전 4층 다락방 구조의 협소한 공간문제로 인해 2010년 옛 동국대 백상원 건물로 이전했지만 건물 누수와 침수, 용도에 맞지 않은 공간 활용 등으로 인해 수행자들이 정진하기에는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2007년부터 대적광전 2층 공간을 활용, 운영해 온 템플스테이도 창문조차 없는 방사에 머무르고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해야 하는 등 그동안 불편이 가중됐었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과 불편함을 해소하려해도 제도적인 장벽에 부딪혀야만 했다. 1991년 문을 연 대적광전이 불법건축물로 지정돼 강제이행금 5억원, 변상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2006년 화계사 총무국장에 이어 2010년 주지 소임을 맡게 된 수암스님은 행정소송 등을 통해 이행강제금 부과 취소 등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데 이어 문제의 국유지를 매입해 지난해 6월 등기를 완료함으로써 불법건축물인 대적광전의 양성화절차를 모두 마무리지었다.

이같은 숙원사업을 해소하고서야 화계사는 26년만에 새로운 건물 불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화계사는 동국대 백상원과 화계사 국제선원 등으로 활용되던 건물을 전면 개축하기로 뜻을 모은 뒤 지난해 3월21일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불사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서울 화계사 국제선문화체험관 낙성식에서 世界一花(세계일화)와 화계사 국제선원 현판 제막식을 거행됐다.

국제선문화체험관은 지하1층, 지상2층의 건축면적 343.7㎡(104평), 연면적 977.89㎡(296평) 규모로 한식양식 복합건물로 건립됐다. 국제선문화체험관은 약10명의 외국인 수행자들이 정진할 수 있는 국제선원과 더불어 개인 참가자로는 최대 40명, 단체 참가로는 최대 80명까지 동시에 한국불교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방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숭산스님이 30여 개국, 120여 곳의 국제선원 분원을 개원해 최소 5만명 이상의 제자를 양성해 온 만큼 국제선문화체험관 개관을 통해 화계사 국제선원은 세계 각지에서 참선수행하는 벽안(碧眼)의 외국인 수행자들의 중심도량으로서 사격을 더욱 더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화계사는 서울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데다가 외국어 가능한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스님 2명과 전담 실무자 2명, 10여명의 자원봉사자 등 인적 인프라를 갖춘데 이어 현대식 템플스테이 전용공간을 새롭게 마련함으로써 연간 3,780여명이 참가하는 화계사 템플스테이 참가자 수는 물론 30~40%선이던 외국인 참가자 비율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국제선문화체험관 낙성식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화계사 조실)을 비롯해 화계사 회주 성광스님, 주지 수암스님, 불교사회연구소장 주경스님, 미국 LA 달마사 주지 정범스님, 계룡산 무상사 조실 대봉스님, 박원순 서울시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이성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황명규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장 등 7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 등 내빈이 체험관 내부를 관람하는 모습.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치사에서 “화계사 국제선원의 현판은 만공스님께서 일제강점기 때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일깨우기 위해 붓이 아닌 무궁화꽃으로 쓴 근화필(槿花筆)로 된 세계일화(世界一花)를 걸었다”면서 “우주 삼라만상 모두가 각자 갖고 있는 자성을 되찾자는 ‘세계일화’와 ‘원융무애’의 진리의 꽃을 피워 나가자”고 당부했다.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고사성어 줄탁동시(啄同時)처럼 화계사 신도님의 기도 원력과 부처님의 가피와 건립에 힘을 보태주신 외부 관계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됨으로써 국제선문화체험관이 낙성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전통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세계속의 한국은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히말라야를 넘던 구법승이 쓴 ‘저 설산 건너 구도를 위해 오시다 목숨을 잃은 스님이 그 몇인가’라는 시를 읽으며 고시공부 했던 일화를 소개한 뒤 “세계일화, 원융무애의 가르침이 전세계에 퍼져 나가길 기원한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신도들이 국제선문화체험관 개관을 축하하는 장면.

 

■ “쾌적한 환경서 수행정진하길”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

“국제선원에서 정진하는 외국인 수행자와 많은 내외국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는 부족함에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국제선문화체험관 개관을 통해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게 됐네요.” 지난 17일 국제선문화체험관 낙성식에서 수암스님<사진>은 개관의 기쁨에 앞서 그동안 화계사 주지로서 정진 대중을 제대로 외호하지 못한데 대해 미안함을 먼저 전했다.

화계사는 1966년부터 전세계를 누비며 수행정진을 통한 세계일화를 실현했던 숭산스님이 오랫동안 주석했던 국제포교 중심도량이다. 직접 한국선불교를 체험하기 위해 수개월 일정으로 찾는 외국인 수행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화계사는 이들을 받아들일 제반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수덕사 등지를 전전해야만 했다. 1991년 화계사 국제선원을 개원하고 이후 옛 백상원 공간으로 이전한 뒤에도 열악한 환경을 일소하긴 힘들었다.

이날 개관한 국제선문화체험관은 외국인 수행자들이 보다 향상된 여건속에서 수행 정진할 수 있는 수행도량이자 소통과 화합의 거점도량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큰 불평 없이 묵묵히 수행정진 했던 많은 수행자에게 감사하고 동시에 미안하지요. 이제는 ‘참선수행과 국제포교의 중심사찰’이라는 화계사 슬로건에 맞게 한국불교와 전통사찰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나가려고 합니다.”

아울러 화계사가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템플스테이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그동안 창문조차 없는 방사에다가 후원에서 올라온 음식냄새, 공용화장실 및 샤워실 사용 등 열악한 환경 그 자체였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템플스테이 지도법사와 종무원 등 전담인력과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해 1700년 한국불교의 전통문화의 정수를 전하다보니 연간 3,780명이 넘는 내외국인이 템플스테이를 찾아 왔어요. 이제는 템플스테이 또한 쾌적한 환경을 구비한 만큼 언제든지 화계사 템플스테이를 찾아 불교전통문화를 체험하면서 지친 심신도 치유하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인연을 맺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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