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스님 생존권 보장하라.”
“파렴치한 성추행에 불보살님 대노하고 화엄신장 응징한다.”
“성추행 범계자는 승려가 아니다.”

서울 기원정사 설봉스님의 단식정진이 5일째로 접어든 25일 오전. 

여직원 성추행으로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거주하는 서울 정법사 앞에 이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스님과 불자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서울 기원정사 설봉스님의 단식정진을 지지하고 법진이사장 즉각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모인 100여 명의 동참대중들은 손피켓을 높이 들고 “법진이사장이 물러나야 선학원이 바로 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봉스님이 단식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현장 곳곳에서 묻어난 이날 법회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선학원 소속 사찰 스님들과 수좌 스님, 선학원 분원 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 총무 심원스님의 법회 취지 설명과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전창응 서초불교사암연합회 사무국장의 집전에 따라 삼귀의, 신묘장구대다라니, 구호 제창, 화엄성중 정근, 구호제창, 반야심경 봉독 등으로 진행됐다.

“설봉스님 생존권 보장하라”
“성추행 오점남긴 법진이사장 물러나라”
즉각 사퇴 목소리 확산…
공개참회 포함한 입장표명 밝혀야 할 듯

 

이날 선미모 총무 심원스님은 동참대중들을 향해 선학원 발전과 창립이념 회복을 위해 “법진이사장은 조건 없이 모든 공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심원스님은 “청정승풍 한국불교 전통 수호를 창립정신으로 하는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죄목으로 징역6월형을 선고 받은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나도록 버젓이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사회는 지난 21일 시국선언 원로들을 초청했지만 스님들을 기만하고 농락했다”며 “이사회가 작성한 명부의 몇몇 스님만 호명해 회의에 들여보내고 파행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진스님은 이사장 면담을 요구하는 스님들을 따돌리고 10시 넘은 시각에 경찰비호를 받으며 점퍼를 뒤집어쓰고 야반도주하듯 줄행랑을 놓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로스님 중 기원정사 설봉스님께서 결연히 일어나 무기한 단식정진을 시작했다”며 “5일째가 되는 오늘까지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법당 난간에서 ‘이사장 공직사퇴’ ‘선학원 정상화’를 기원하며 정진하고 계시다”고 밝혔다.

심원스님은 “이런 정황 속에 선학원 분원 대중들은 우리 뜻을 전하기 위해 법진이사장이 머물고 있는 정법사에서 집회를 하게 됐다”며 설봉스님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며 이사장의 즉각 사퇴와 현 이사회의 자진해산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날 법회에 동참한 불자들도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난간에서 위태롭게 정진중인 설봉스님이 하루 빨리 단식을 멈출 수 있도록 “성추행 이사장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외쳤다.

불자들은 “설봉스님 단식정진 결사 지지한다” “원로스님 기만한 이사장은 석고대죄하라” “승풍실추 성추행에 선학원 역대조사 가슴치며 통탄한다” “70세 고령 단식이 왠 말이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선학원 이사장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서울 기원정사 신도인 조윤래(63)씨는 “불교신문에 설봉스님이 단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고 깜짝 놀라 집회에 참석했다”며 “1심 판결을 받았으면 진작에 사퇴했어야 하는데 감투에 눈이 멀었다. 빨리 사표 내고 은둔 참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봉스님 상좌 법원스님도 “벌써 단식 5일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수요일 낮 12시 이후 아무것도 못 드시고 있다”며 “그동안 지역 곳곳에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수행과 포교에 매진해 오셨는데 정말 걱정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창응 사무국장도 “불교에서는 동기에서부터 불순하면 이미 사음이라고 하는데, (이사장이) 어떻게 불자들을 지도할 수 있겠냐”며 “이사장의 여직원 성추행에 대해 근거가 전혀 없다고 비호하고 있는 사람들은 도덕불감증도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이사장 법진스님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에 꾸준히 참석했다는 민병학(수원시, 59)씨는 “범사회적인 미투운동이 한창인데 불교를 대표한다는 분이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며 “70세 고령의 노스님이 단식하고 계신데,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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