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관계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

서울 기원정사 창건주 설봉스님이 지난 21일부터 ‘여직원 성추행’으로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선학원 이사장과 이를 비호하는 이사들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가운데, 선학원 관계자들이 은사 스님의 건강을 살피려는 상좌 스님들의 접근까지 가로막아 물의를 빚고 있다.

설봉스님의 단식은 24일 현재 4일째를 맞았다. 스님은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선학원 법인사무국이 위치한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난간에서 위태로운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스님을 보호해줄만한 가림막 하나 없이 노천에서 단식기도를 하고 있어 자칫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선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불교계 안팎의 공분을 키우고 있다.

이에 이날 오전11시께 설봉스님의 상좌인 자광스님과 선학원 소속 스님 등은 급하게 119구급차를 불렀다. 

상좌 스님과 신도들은 선학원 관계자들에게 의료진과 함께 2층 난간으로 올라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선학원 관계자들은 “상좌 스님은 안 된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선학원 소속 스님들과 신도들이 격하게 항의했지만 끝내 상좌 스님의 접근을 거부했다. 현장에서 스님 곁을 지키고 있는 기원정사 신도가 내온 동영상에는 당시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상좌 자광스님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의료진만 스님께 갔지만 진료를 거부하셔서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생명존중과 자비를 가르치는 불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성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 부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기원정사 신도회장 박해분 씨는 “4일째가 되다보니 힘이 많이 빠지신 듯하다. 노스님이 난간에 위태롭게 계시는데 가까이 가보지도 못하고 너무 답답하다”며 “성추행 이사장이 하루빨리 사퇴해 노스님의 단식을 멈추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기원정사 신도들과 선학원 소속 스님들은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앞에서 천막과 함께 ‘승려의 품위와 위상을 추락시킨 법진이사장 자격 없다’ ‘성추행 법진이사장 비호하는 이사회 총사퇴하라’는 피켓 등을 설치하고 기도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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