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한승원 지음/ 불광출판사

한국문단의 거목 새 산문집
혹독한 겨울 지나 피어나는
새봄의 꽃 같은 문장들…

현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치열한 삶’으로의 권유

‘한국문단의 거목’으로 꼽히는 한승원 작가(사진)가 새봄을 맞아 자신의 치열한 구도적 삶을 담은 자전적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를 최근 펴냈다.

"나의 호 ‘해산(海山)’은 바닷가에 있는 가시적인 산이 아니다. 짙푸른 심해 속에 암초처럼 발달한 숨어 있는 산이다. 바다 속에 내(산)가 있고, 나는 날마다 꾸준히 그 나(산)를 탐색하며 오르곤 하는 것인데, 그 등산으로 인하여 부처님의 사리 같은 각성이 나의 모래밭에 깔리고 나는 그것들을 헤아리며 삶을 엮는다.”

22년 전, 서울에서 고향 전남 장흥으로 내려가 바닷가에 작은 집 ‘해산토굴’을 짓고 집필활동에 매진해 온 한국 문단의 거목 소설가 한승원. 최근에는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한승원 작가가 52년 반백년의 문학인생을 되돌아보는 새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로 사부대중 앞에 나섰다.

그 동안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비롯해 <원효>, <초의> 등 수 많은 불교작품을 써왔고, 수년째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대표적인 불교작가로 꼽힌다. 지난 14일 산문집을 펴낸 서울 불광출판사에서 만난 한승원 작가는 신심 깊은 불자답게 스스럼없이 “그동안 부처님의 가피로 건강하게 구도적인 삶을 살아 왔고, 그 삶을 함축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책 제목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에 대해 “초년부터 성취를 위해 나섰다 길을 잃고 헤매는 시행착오를 겪고 결국 집으로 돌아와 안정감을 찾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우리가 살아간다고 하지만, 사실 죽음으로 나가고 있는 것처럼 어떻게 아름답고 깨끗하게 죽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제목에서 말하는)꽃에는 ‘아름다운 죽음’의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두 번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른 자신의 딸 한강의 작품 <흰>을 언급하며 “이 책에서도 하얀 꽃 ‘산목련’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삶의 원형을 하얀 것에서 찾고자 했는데, 딸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이가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잘 언급하지는 않지만, 한마디 거들자면 신세대로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딸의)섬세한 작품세계는 나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선배 작가로 아버지로서 남다른 소회도 밝혔다.

오래전 한 작가의 귀향은 포기하고, 버리고, 안에서 밖으로 중심에서 변방으로 벗어나겠다는 선택이었다. 덜컹거리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들을 차단하기 위해 벽을 쌓고 스스로를 유폐시키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을 가둔 채 오롯이 인간 성찰의 도구로써 글을 써왔다. 안과 밖, 세상과 자연의 경계에서 작가는 소박한 일상과 우주적인 사유를 오가며 겸허한 인간론을 펼쳐왔다. 그는 “바닷가에 섬세하지도 정교하지도 못한 작가실을 짓고 ‘토굴’이라 명명한 것은 스님들처럼 수도하듯이 살겠다는 것”이라며 “수도하듯이 산다는 것은 나를 그 토굴 속에 가두고 바깥바람으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둔다는 것은 그 속에서 나를 양생한다는 것이고, 양생은 노자적인 순리의 삶을 산다는 것”이라며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하면서만 살도록 하겠다는 의지인 만큼 과연 나는 글쓰기에 미쳐 사는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이와 더불어 책 부록으로 실린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주는 편지’에서는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치열한 삶으로의 권유가 담겨 있다. “토굴 늙은 시인이 아프다. 으슬으슬 춥다가 편도선이 아리면서 미열이 오르고 진땀이 나고 맥이 빠진다…하느님이 나를 솎아내려 하는 모양이다”라는 글에서도 엿보이듯이 작가가 지난해 2월 지독한 독감에 걸려 3개월 동안 투병하면서 유언처럼 써내려간 ‘병상일기’다.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러한 그의 현재적 고뇌는 죽음마저도 삶으로써 살아내겠다는 다짐이며, 치열한 능동적 삶의 태도이기도하다.

여든을 앞두고 있는 한 작가가 어쩌면 생에 마지막 장편소설이 될지 모를 작품을 위해 매일 새벽5시 서재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차기작은 인간의 참모습을 찾는 구도행을 다룬 소설”이라며 “올해 가을에는 만나볼 수 있도록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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