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잘 있지? 우수 경칩도 지났으니 이젠 봄이야. 지난 겨울 그 혹독한 추위를 그래도 잘 견뎌냈지 싶으이.

봄이 되면 꿈도 많고 따라서 유혹도 많은 계절이 아닌가. 자넨 아직도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라며 큰 소리 치고 있는가? 몸은 비록 늙었으나 마음은 늙지 않았다는 말 참 좋지. 헌데 그 말도 너무 믿지 말게나. 마치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나. 우린 이젠 그런 나이야. 신로심불로는 ‘그렇다’가 아니고 ‘그랬으면 좋겠다’로 여겨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야. ‘내가 그러하다’가 아니라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으로 보아야한다는 거지. 그렇지 않은가. 몸이 늙었는데 어이 마음만은 젊을 수 있는가. 몸과 마음이 같이 가야하지 않겠는가. 몸이 늙으면 마음도 늙는 거야. 그래서 늙으면 몸에 힘이 약해지고 마음도 따라서 약해지는게 아닌가? 그게 순리라고 여겨지네.

생각해봐. 늙은 몸이 마음은 젊다고 젊은이처럼 나부대어 봐. 그러다가는 체면 상하고 낭패보기 십상이잖은가. 그저 몸이 늙으면 마음은 따라 늙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지. 어디 이팔청춘 인가. 얼마 전 늙다리 친구(늙은친구)들 몇이 만나 밥 한 끼 먹으면서 한 애기가 있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어. “우린 이제 삼족(三族)을 누린 걸 고맙게 여기고 남은 인생 살자고.” 그 늙다리가 말하는 삼족이라는 게 지위 돈 건강이었다네. 어지간히 벼슬살이도 남에게 뒤지지는 않았고 돈 쓰는데도 궁상떨지 않았지 않느냐. 몸도 별 탈 없이 여지껏 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좋으냐. 그러니 그저 지금의 나를 만족하게 생각하고 두루두루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살자고 하더라고. 나이가 드니 말도 순하게 나오더라고. 그게 세월의 힘이고 시쳇말로 철이 들었다는 애기일거라고 여기고 공감했지. 

그래서 나는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를 ‘신로(身老)이나 심(心)은 불로(不老)’라고 하지 않고 ‘신로(身老)인데 심(心)이 불로(不老)랴’ 라고 한다네. 허허 잘 있게나.

[불교신문3376호/2018년3월17일자]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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