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걷기 여행길 8선

동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강진 바스락길.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따뜻한 바람이 마음 설레게 하는 요즘, 포근한 날씨가 울렁이는 마음을 자꾸만 밖으로 향하게 한다. 간혹 꽃샘추위가 이어지겠지만 이젠 절기상 완연한 봄, 겨울을 떨치고 사뿐사뿐 집밖으로 나가 봄맞이를 할 때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3월 추천하는 걷기 여행길’을 발표했다. 한결 같이 봄기운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햇살은 좋고 꽃은 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맞으며 밖으로 향하는 마음 따라 사뿐사뿐 걸어보자.

△ 남해 섬노래길

경남 남해 미조(彌助)항은 ‘미륵(彌)이 돕는 마을’이다. 미륵불이 지키는 남해 밤바다는 그 자체로 경이롭지만, 무엇보다 봄이 되면 먼 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멸치를 터는 울력이 펼쳐지는 미항(美港)으로 더 아름다운 곳이다. 미조항을 지나는 남해 바래길 4코스는 ‘섬노래길’이란 별칭으로 불리는데, 바래길은 남해 아낙들이 갯것을 잡으러 나가는 일을 ‘바래 간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바닷가를 끼고 도는 4코스는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편한 길로 3월이면 발갛게 올라오는 벚나무 꽃봉우리를 벗 삼아 걷기 좋다.

△ 창원 천자봉해오름길

진해드림로드는 진해 시 시절 임도였던 안민도로를 활용해 만든 걷기길이다. 총 4구간으로 나눠져 있으며, 이 중 제2코스 천자봉해오름길은 안민도로의 안민휴게소에서 만남의광장 위 갈림길까지 이르는 10km의 걷기 길이다. 복숭아나무, 대나무, 편백나무, 남천, 벚나무 등 다양한 수종에 둘러싸인 채 걷다 보면 진해와 그 앞바다가 발 아래로 아름답고 펼쳐지며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 대구 왕건길

팔공산 깨끗한 자연이 키워낸 100년 전통의 명품사과인 ‘평광사과’의 재배지를 따라 이어진 길로, 걷는 내내 사과향 가득한 풍광이 펼쳐진다. 평광동 입구의 효자 강순항나무에서 출발해 작고 아담한 저수지인 평광지를 거쳐 신숭겸장군의 영각과 유허비가 있는 모영재를 왕복하는 7.4km로, 3시간 남짓 걸린다. 근육질의 사과나무에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는 3월이 특히 좋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한옥의 정취로 가득한 곳이다.

△ 강화 강화나들길

강화 나들길 11코스는 석모도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석포리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시커먼 갯고랑 너머로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는데, 제방길을 따라 보문선착장과 어류정항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을 통과한다. 숲길 끝에 석모도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머루해변이 자리한다. 다시 제방길을 따라 왼쪽으로 바다, 오른쪽으로 낙가산을 끼고 전진하면 보문사에 닿으면서 11코스가 마무리된다. 걷기를 마치고 보문사에 들러 마애석불좌상에 인사를 드리는 걸 잊지 말자. 그 앞에서 펼쳐지는 서해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 강진 바스락길

전라남도 강진에 만덕산이라는 해발 400m가 조금 넘는 산이 있다. 우리 땅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심상한 산이지만, 이 산이 품고 있는 백련사와 동백나무숲 그리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유배처였던 다산초당 때문에 만덕산 이라는 이름에는 천만근의 무게가 실린다. 다산과 백련사의 혜장스님이 우정을 나누며 오가던 길이다.

△ 김포 조강철책길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은 김포에서 가장 높은 문수산(376m)을 넘어 한때 서해를 통해 한성으로 드나들던 배들이 물때를 기다리며 정박하던 조강리 마을을 지난다. 이 길에서는 루트에서 살짝 벗어나지만 문수산성 장대까지 가보고 오는 것이 좋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조강과 염하강의 장쾌한 파노라마 조망에 남북분단의 엄혹한 현실이 겹쳐진다.

산 위 절벽 아래 자리잡은 정방사.

△ 제천 정방사길

충북 제천시 청풍호자드락길 2코스 정방사길은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의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다. 출발지점인 능강교부터 도착지점인 정방사까지 편도 약 1.6km 코스다. 출발지점인 능강교 아래에 능강계곡이 있다. 계곡의 너럭바위와 크고 작은 바위들,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어우러져 소소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도착지점인 정방사 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 길의 백미다.

△ 충주 종댕이길

충주 종댕이길은 충주의 산과 호수를 아우르는 길이다. 계명산은 충주의 진산 격으로 수려한 암봉이 많아 생김새가 수려하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충주 시내와 충주호 조망이 일품이다. 계명산의 한 자락이 충주호를 향해 주먹처럼 튀어나왔는데, 이 작은 봉우리가 심항산이다. 종댕이길은 심항산을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충주호를 감상하는 호젓한 숲길이다. 길은 산의 굴곡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고, 도처에 전망대가 있어 마음껏 충주호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능강계곡을 뒤로하고 정방사로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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