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청소년을 좋아해야 한다

파라미타 학생들과 새 학기 준비 모임을 마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지난 2월28일 파라미타 학생들에게 새 학기 준비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파라미타를 지도하실 선생님들과 미리 인사를 나누고 파라미타 운영 계획을 논의하려는 의도였다. 방학 기간임에도 2,3학년으로 진급할 파라미타 학생들 20명이 참석했으니 기특하고 고마운 일이다.

법당에 책상을 둘러놓고 100여 장의 다양한 사진으로 구성된 그림카드 ‘프리즘’을 펼쳐놓았다.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각자 느낌대로 카드를 한 장씩 선택하여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63가지 가치 단어가 기록된 ‘씨앗카드’를 활용해 각자가 성공적인 새 학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가치를 하나씩 뽑았다. 다음으로 A4 복사용지에 선택한 가치덕목과 이름을 쓴 후 삼각형으로 접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으니 그럴듯한 ‘테이블 네임카드’가 만들어졌다. 실천 김○○, 꿈 박○○, 도전 김○○, 지혜 홍○○, 행복 강○○,.... 나는 올 한 해를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정 이학주’라고 썼다.

이제 각자가 가치단어와 그림카드를 선택한 느낌과 생각에 대하여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 남짓한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고 눈빛은 반짝거렸다. 그것은 아마도 자기 자신의 꿈과 희망에 결의와 포부에 대하여 가슴으로 얘기하는 설렘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공감하며 들어주는 친구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Joe Girard)는 15년간 1만3천대, 하루 평균 2.4대를 팔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력의 소유자인 그가 기네스북이 인정하는 현존 최고의 판매왕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지라드는 한 사람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평균 250명 정도로 파악하고 한 사람에게 호감을 얻으면 그것이 250명에게 확장된다고 보았다.

반대로 호감을 잃게 되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것이므로 한 사람에게 다가갈 때에 250명을 만나는 무게감으로 대했다는 이야기이다. 나아가 그 250명에게는 또 다시 각각 250명씩 연결되니까 간접전달까지 진행되면 무려 62,500명과 즉시 연결되는 셈이다.

우리 조계종단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읽다보면 매우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문구가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어의운하(於意云何)’와 ‘하이고(何以故)’이다. 수보리에게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 혹은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시거나 ‘왜 그러하냐 하면’ 또는 ‘무엇 때문인가 하면’이라고 부처님 자신의 의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아마도 수보리에게 있어서 부처님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믿어주고 존중해 주는 분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금강경에‘어의운하’는 30번, ‘하이고’는 39번 등장한다.

새봄을 준비하는 교정엔 활기가 넘친다. 썰렁하던 교실이 학생들의 온기로 채워지고, 적막하던 복도는 오가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파란 인조잔디가 깔린 넓은 운동장은 공을 차지하고 골문을 두드리는 내달음이 지칠 줄 모른다. 젊음, 청춘이라는 단어가 실감이 나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3월이 중순으로 접어든 요즘에 아침마다 학교법당에서 청춘들의 우렁찬 예불과 독경소리는 더욱 아름답다.

더 많은 친구들이 법당을 찾아오고 부처님께 합장하고, 예불을 올리고 독경 행렬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의 희망이 되어줄 청소년들이 불교를, 절을, 스님을 좋아하고 찾기를 바라는 우리 교단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법의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바라봐주고, 들어주고, 알아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연인, 가족, 친구, 동료, 사랑하는 이들 누구나 그렇다. 포교 원력을 가진 불자들은 <금강경>에서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반복하여 이르신‘어의운하’와 ‘하이고’의 화법을 교훈으로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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