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주지 무투표 선출…"엄청난 변화의 시작"

오랜 기간 교구 내 스님들간 갈등과 반목으로 혼란기를 겪었던 제6교구본사 마곡사는 지난해 투표 없이 본사주지를 합의 선출하고 지역 내 불교회관을 건립하는 등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교구 대중의 축하 속에 열린 공주시내 불교회관 개관식.

선거 때마다 과열 ‘사고’
오랜 갈등 반목 끝내고
화합 교구 분위기 형성

본사에 말사 고충해결팀
신도신행단체 적극 지원
교구목적사업 말사 참여

명성왕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을 살해하고 감옥살이를 했던 백범 김구(1876~1949)는 1898년 탈옥 후 사찰로 숨어들어 원종스님으로 살았다. 그 절이 공주 사곡에 위치한 마곡사다. ‘매달린 벼랑에서 손을 놓아버려야 대장부’라고 강조한 김구의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정신과 기백이 마곡사에서 자랐다.

마곡사를 본사로 하는 제6교구는 세종특별시와 대전광역시 외에도 천안시, 공주시, 보령시, 논산시, 아산시, 부여군, 금산군, 서천군, 청양군 등을 관할한다. 97개의 사찰과 350명의 스님들이 소속돼 있다. 계룡산이 중앙에 있어 신원사, 갑사, 동학사 등 큰 규모의 사찰도 적지 않다.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

그럼에도 6교구는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교구내 승가의 분열과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져온 탓이다. 금권과 과열선거, 비방이 난무한 선거로 인해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본사주지가 재직중 검찰에 구속되는 등 후유증은 실로 컸다. 종단내에서는 문제교구라는 우려와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마곡사는 두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투표 없이 본사주지를 선출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공주시내에 불교회관을 개관한 일이다. 선거 때마다 부침을 겪었던 6교구가 투표 없이 본사주지를 선출할 수 있을 만큼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물론, 한발 나아가 도심포교의 첫 발을 내딛을 만큼 교구역량이 빠르게 모아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본사주지 원경스님 부임 이후 나타난 긍정의 신호들이다.

본사주지 원경스님의 재임에 맞춰 진행된 교구 사찰과 단체 발전기금 전달식.

마곡사가 교구운영에 있어 지난 5년 동안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교구대중의 화합이다. 원경스님 역시 선거를 통해 본사주지가 됐지만 승자와 패자를 넘어 공동체 회복을 위한 운영에 치중했다. 6교구를 희망의 승가공동체로 바꾸고자 하는 진정성을 인식시키는데 각별한 애를 썼다. 본사는 말사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다. 마곡사 종무소에 신설된 법무팀과 말사 전담 종무원 배치가 대표적인 경우다.

전국의 사찰 가운데 무허가건물 문제를 안고 있는 사찰이 적지않다. 불필요한 벌금이나 과태료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말사가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곡사는 무허가건물을 비롯한 말사의 법적인 문제를 법무팀으로 하여금 함께 풀어가도록 진행해왔다. 금산 보석사 주지 규봉스님은 “말사 스님들이 본사의 지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게 되니까 본사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며 “교구가 공동체다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해 본사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에서 투표 없이 재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 이런 이유가 있다.

교구가 희망공동체로 거듭나는 동안 6교구신도회도 꽤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스님들의 내부 분란은 곧 신도들의 분열로 이어지고 결국 신도들이 떠나는 현상은 이제 과거의 모습이 됐다. 6교구신도회는 중앙신도회가 주최한 행복바라미 캠페인에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마곡사도 신도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20~30명 단위로 합창단과 다도회, 보리수회, 관음회, 지장회, 반야회 등 8개 신행단체가 새로 구성돼 사찰의 주요 법회와 행사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원경스님은 가급적 외부일정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절에 있어야 신도들과 만날 수 있고, 그래야 신도들도 모인다. 신도들의 신행과 활동을 보살피고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대면시간을 늘리고 있다. 마곡사 신도들의 자발적 활동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곡사 대웅전.

지난 11일 지난해 9월 문을 연 공주불교회관에서 첫 어린이법회가 열렸다. 지난 1월에는 시니어클럽도 새로 문을 열었다. 마곡사는 이같은 목적사업을 위해 교구 사찰로부터 연 4억5000만원에 달하는 특별분담금을 징수하고 있다. 목적사업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특수한 재정이다. 처음에는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목적사업비를 만들어 지역에서 활동을 해야만 교구 사찰들의 신도가 늘어난다”며 반발하는 스님들을 설득시켰다. 교구 재정과 함께 목적사업비 사용내역을 공개해 투명성도 높일 수 있었다.

마곡사는 교구내 금어원(金魚院)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해방 직후까지 마곡사에는 화승과 도감이 존재했다. 우리나라 불교건축과 불교미술을 이끌었던 사찰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마곡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스님들의 명맥이 모두 끊겼다. 더군다나 요즘의 사찰건축과 미술로는 100년 후 또는 수백년 후 문화유산으로 남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마곡사 금어원은 과거 불교가 남긴 유산이 그랬듯 후손에게 전해질 불교 역시 문화유산으로 전해지도록 맥을 잇는 중심지가 되는 구상이다.

교구 내 스님들의 노후복지와 사회복지법인 마곡을 통한 사회복지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열악한 교구 재정에서도 자격을 갖춘 13명의 스님들에 대한 승려복지 지원으로 첫 걸음을 내디뎠고, 어린이 청소년 시설인 북카페와 장난감백화점, 장애인여성 성폭력쉼터 아산어울림 등 4개의 자체시설을 비롯한 총 6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등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제6교구본사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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