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핵심교리 정확히 깨치고 
명상수련 일상화 된 서양불교 
여성불자 많고 기도중심 한국
미국서 한국불교 세 약한 이유
한국불교 세계화 길 고민해야

숭산스님은 영어를 잘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미국 제자는 ‘그렇게 이상한 영어 표현은 처음 들어보았다’고 회고했었다. 중요한 명사만 나열하고 전치사나 동사는 죄다 뺀 영어였다. 제자는 그런데도 묘한 매력이 있었다고 한다. ‘처음 들어본 이상한 영어 표현’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학 출신 제자가 많이 나왔으니 뜻 전달이 제대로 된 것이다. 영어를 못해서 한국불교가 미국에 전파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국불교는 숭산스님을 제외하면 미국인들에게 뿌리 내리지 못했다. 미국은 동남아불교와 티베트불교가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일본불교도 일부 명상을 중심으로 뿌리 내렸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결혼식을 불교식으로 치를 만큼 독실한 불교신도인데 그의 스승은 일본인 승려다.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쳐야한다거나 독점해야할 필요나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취약하다는 사실이 정당화되거나 문제로 삼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국불교가 존재감이 없다는 사실을 예사로 넘기지 말고 성찰의 기회로 삼을 필요는 있다. 

한국불교가 미국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 중 간화선 중심의 수행이 한 몫 한다고 본다. 간화선 수행법이 어려운데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은밀하게 전하는 특성이 대중화를 가로막는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심지어 간화선 수행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돼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 신도는 대부분 명상을 매개로 불교에 입문한다. 그들에게 명상은 불교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경전에 별 관심이 없고 명상만 몰두하는 사람도 많다. 불교 명상은 기독교인에게까지 침투하였고 기업인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매우 활발하다. 한국의 ‘명상수행법’인 간화선이 서양인들에게 전파 될려면 먼저 대중화 체계화 해야 하는데 우리부터 어려워하니 서양에 전파할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숭산스님의 사례에서 보듯 제대로 수행하고 이해하면 짧은 영어, 이른바 콩글리쉬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서양불자들은 또 교리 공부도 열심이다. 이 역시 한국 불자들의 신행과 많이 다르다. 우리는 기도 중심이다. 교리 공부는 등한시한다. <금강경> <법화경> 등 사경을 열심히 하여 통달하더라도 핵심 불교교리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신도들이 많다. 서양인의 눈에 이러한 한국불교 신도는 교선일치가 아니다.

불교의 핵심교리를 정확하게 알고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명상수련이 일상화 된 불교는 서양의 특성이 아니라 불교 본래 모습이다. 한국 불교가 본래 궤도에서 멀리 떨어져 나온 것이다. 불교신도의 급격한 감소와 여성불자 중심의 신행은 제 궤도에서 이탈한 결과이다. 본래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서양 불교를 수입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핵심을 품고 있으면 외형이 어떠하든 세계로부터 인정 받는다는 뜻이다. 한국불교 세계화는 영어 잘하는 스님을 많이 배출한다고 해서,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 등 문화를 알린다고 해서 달성되지 않는다.

부처님 가르침을 정확하게 알고 수행이 일상화된 불교 본래 모습을 회복하면 한국에서 교세가 살아나고 신도가 늘어나며 세계화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불교신문3375호/2018년3월14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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