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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역' 아닌 '봉은사역' 명칭은 당연하다

지하철을 탄 서울史

김용태 외 12인/ 서울역사편찬원

서울 소재 사찰과 불교문화
서울의 역사와 문화 재조명

1~9호선 지하철역 이름 속
유래 사찰 소개하며 눈길

“단순 교통시설 명칭 넘어
역사·문화 이해하는 키워드”

서울역사편찬원이 서울 지하철 역명에 얽혀 있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대중서 <지하철을 탄 서울史>를 최근 펴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1223주년 개산대재의 마지막 행사로 열린 수륙대재.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과 일부 개신교계 언론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연장개통을 앞둔 지난 2015년 2월부터 특정종교 편향이라며 봉은사역이란 이름을 폐지하고 코엑스역으로 변경할 것을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역명 폐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한 달 뒤 역명 사용중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이 이들이 낸 가처분신청을 각하하며 논란이 일단락됐고, 봉은사역은 지역을 대표하는 역명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천년고찰 봉은사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무시한 채 종교편향으로 몰아 역명폐지를 요구했던 개신교의 억지주장은 오히려 종교간 갈등을 조장한다며 빈축을 샀다.

그렇다면 이들이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어야 할 정도로 봉은사역명의 제정이 문제가 있었을까. 최근 서울역사편찬원이 펴낸 <지하철을 탄 서울史>에서 서울의 역사와 불교문화를 재조명하며 개신교의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어 주목된다.

이 책은 서울 지하철 역명에 얽혀 있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대중서다. 먼저 “1974년 1호선 개통 이래 45년 동안 시민들의 발이 된 지하철은 이제는 시민들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면서 “서울 지하철 역명은 그 곳과 관련된 지명, 인명, 사건 등과 관련된 것으로 지어졌다. 따라서 서울 지하철의 역명은 단순한 교통시설의 명칭이 아닌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생활의 어제와 오늘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된다고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서울과 불교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서울과 불교의 역사를 제대로 짚어주며 지하철 역명에 보이는 불교문화와 사찰들을 호선 별로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호선 청량리역의 ‘청량(淸凉)’은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청량산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청량리는 이곳에 있는 청량사에서 비롯됐다. 2호선 한양대역 주변의 사근동은 ‘모래 사(沙)’자를 쓰고 있는데, 사근(沙斤)이란 지명은 한양대 축구장 자리에 있던 사찰 ‘사근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3호선 안국역 인근 인사동은 일제강점기 당시 기존 관인방(寬仁坊)과 대사동(大寺洞)을 합쳐서 만든 지명인데, 대사동은 원각사에서 유래한 큰 절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같은 호선 불광역, 불광동은 불광사(佛光寺)에서 진관동은 진관사에서 유래됐다. 또한 4호선 미아역과 미아동은 사찰이 많았던 불당골이 위치한 미아사, 수유역은 조선후기 상궁과 궁녀들이 자주 출입해 ‘궁절’이라 불렸다고 하는 화계사와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 6호선 새절역은 은평구 신사동(新寺洞)의 순우리말인 새절말에서 비롯됐고, 같은 호선 이태원역 인근 보광동(普光洞)은 신라 진흥왕이 한강 유역까지 진출해 영토를 넓히고 북한산 순수비를 세울 무렵 보광국사가 절을 지은 데서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7호선 천왕역 인근 천왕동은 천왕사, 8호선 암사역 소재 암사동(岩寺洞)은 ‘바위 위의 절’ 백중사에서 기원했다. 그리고 9호선 봉은사역은 말 그대로 봉은사에서 비롯됐다. 이곳은 신라시대 창건돼 1200년 동안 지금의 자리에서 도심 속 천년고찰로 깊은 역사를 지녀 왔다. 서울봉은초등학교, 봉은중학교, 봉은역사공원, 역삼동에서 삼성동까지 강남구 가로를 횡단하는 3.8km의 ‘봉은사로’까지, ‘봉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곳만 해도 다수다.

추사 김정희가 생에 마지막으로 쓴 글씨인 판전(版殿) 현판을 비롯해 보물 제321호 봉은사 청동 은입사 향완과 보물 제1819호 봉은사 목조석가여래 삼불좌상 등 봉은사가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전통문화재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만 해도 한해 25만 명이 넘는다. 최근 개산대재를 맞아 열리는 수륙재에서도 그 역사성을 가늠케 한다.

‘서울역사강좌’ 시리즈 제5권으로 발간된 이 책은 서울역사편찬원에서 진행하는 2018년도 상반기 시민을 위한 강좌의 교재로도 사용된다. 서울시 각 도서관에는 무상 배포된다. 김우철 서울역사편찬원 원장은 “책 출간을 계기로 시민들이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보다 쉽고 더욱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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