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 이사를 지낸 종단의 중진 스님들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최근 실형을 선고 받은 이사장 법진스님의 공직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선학원 원로 스님들이 대거 참여해 현 선학원의 상황을 개탄하며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학원 이사를 지낸 서울 강남포교원장 성열스님과 대구 서봉사 회주 경희스님, 천안 연대선원 자민스님 등 39명의 스님들은 12일 오후 ‘선학원 원로 시국 성명서’를 내고 “이사장과 이사회는 현 사태를 책임지고 대중 스님들에게 석고대죄 하라”고 촉구했다. 또 피해 여직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선학원 원로 스님들은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선학원은 창립 이래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안으로는 법진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버젓이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밖으론 법인법으로 종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파행운영 해온 지 6년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특히 선학원 이사회가 성추행 이사장을 비호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원로 스님들은 “재단법인은 이사회가 조직 운영의 핵심인 만큼, 이사들이 청정하고 지혜로우면 선학원도 바른 길을 가고 반대로 이사들이 무능하고 부도덕하면 조직 전체가 타락하게 된다”면서 “법진이사장은 계율을 범한 것은 물론 세간 법으로 징역형을 받아 이사장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사회는 이사장을 공식적으로 비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세간에서는 성추행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가해자가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고, 해당 기관은 가해자의 직위를 박탈하고 나아가 제적 또는 제명 등의 조치까지 내리고 있다”면서 “그런데 세간의 모범이 돼야 할 선학원 이사장과 이사회는 징역 6월형이라는 법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세간의 상식조차 무시한 채 아무런 조치 없이 3년을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로 스님들은 “일생을 선학원에 몸담아온 원로로서 지금의 위기상황을 수수방관 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모르는 채 눈감고 있다 해서 문제가 없어지지 않듯, 오직 분원 대중들만이 선학원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원로 스님들은 “이사장과 이사회는 선학원 대중스님들께 석고대죄 참회하고, 법진스님은 이사장과 이사 등 일체의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재차 촉구했다.

또 “이사회는 전국분원장회의를 개최하고 분원장들의 공의를 수렴해 선학원 혁신안을 마련해 공표하라”고 요구했다.

원로 스님들은 끝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선학원의 창립정신을 구현할 때 한국불교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원로들도 미력하나마 이 생(生)의 마지막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국성명에는 선학원 이사를 지낸 서울 강남포교원 성열스님, 대구 서봉사 경희스님, 천안 연대선원 자민스님을 비롯해 서울 기원정사 계성스님, 서울 기원정사 설봉스님, 서울 무애사 대련스님, 서울 무애사 남석스님, 서울 무진선원 도선스님, 서울 무진선원 명화스님, 서울 부암사 현진스님, 서울 부암사 혜원스님, 인천 보광선원 선재스님, 인천 보광선원 도윤스님, 의정부 원오선원 성원스님, 대전 개심사 법일스님, 대전 관음사 성연스님, 대전 관음사 일화스님, 대전 법륜사 길상스님, 대전 영명사 상문스님, 대전 용화사 인성스님, 대전 청화사 효경스님, 대전 충효사 일권스님, 대전 회전사 도상스님, 대전 흥룡사 상명스님, 세종 신광사 혜원스님, 세종 신광사 원만스님, 청주 봉선선원 기향스님, 대구 불은선원 보우스님, 경주 보문선원 대허스님, 경주 흥륜선원 혜해스님, 경주 흥륜선원 법념스님, 경주 흥륜선원 법삼스님, 경주 안심선원 지문스님, 경산 향림선원 묘혜스님, 부산 대원선원 중성스님, 부산 대원선원 성일스님, 부산 무주사 랑천스님, 부산 무주사 삼휴스님, 부산 수월선원 법상스님 등 총 39명이 참여했다.

한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1월1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과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으로 기소된 법진스님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과 성폭력 치료강의 24시간 수강을 선고했다. 하지만 법진스님은 지난 1월12일 항소했다.

다음은 선학원 원로 시국 성명 전문.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선학원은 창립 이래 안팎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원로들은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아래와 같이 결의의 말씀 드립니다.

주지하다시피 선학원은 일제 강점기, 청정승풍의 한국불교 전통을 수호하기 위해 설립된 불교재단입니다. 총독부의 사찰령에 의해 대처식육의 왜색불교로 타락하고, 사찰 재산은 일제의 관할 하에 들어가자, 참선수행자를 외호하면서 한국불교 전통을 지키고자 선사스님들이 뜻을 모아 선학원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 정화불교의 산실로서 오늘날 조계종이 정립할 수 있는 모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선학원입니다.

이런 찬연한 역사를 가진 선학원의 오늘 모습은 어떠합니까?

안으로는 법진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아직 버젓이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법인법으로 종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파행운영 해온 지 어언 6년이 되었습니다. 선학원 대중들은 행정부실과 종단과의 갈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선학원은 재단법인입니다. 재단법인은 이사회가 조직 운영의 핵심입니다.

이사들이 청정하고 지혜로우면 선학원도 바른 길을 갑니다.

반대로 이사들이 무능하고 부도덕하면 조직 전체가 타락하게 됩니다.

법진이사장은 계율을 범한 것은 물론, 세간 법으로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해도 이사장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우리 원로들은 이사회가 현명하게 사태를 수습해주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사회는 오히려 이사장을 공식적으로 비호하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성추행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발표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가해자 스스로 모든 공직에서 곧바로 물러납니다. 그리고 해당 기관에서는 가해자의 직위를 박탈하고 나아가 제적 또는 제명 등의 조치까지 내립니다. 당연한 상식입니다.

그런데 청정승풍의 창립정신으로 세간의 모범이 되어야 할 선학원 이사장과 이사회는 징역 6월형이라는 법원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세간의 상식조차 무시한 채 아무런 조치 없이 3년을 버티고 있습니다.

일생을 선학원에 몸담아온 원로로서 지금의 위기상황을 수수방관 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이에 칠십이 넘은 빈승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분원 대중스님들께 청합니다.

선학원의 미래는 바로 한국불교의 미래입니다.

모르는 채 눈감고 있다 해서 문제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해결해주지도 않습니다.

오직 우리 분원 대중들만이 선학원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파사현정의 기치 아래 지혜롭게 뜻을 모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원로들은 먼저 이사장과 이사회에 다음 사항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 이사장과 이사회는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선학원 대중스님들께 석고대죄 참회하라.
-법진스님은 피해 여직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라.

- 법진스님은 이사장과 이사 등 일체의 공직에서 물러나라.

- 이사회는 전국분원장회의를 개최하고 분원장들의 공의를 수렴하여 선학원 혁신안을 마련하여 공표하라

다시 한 번 선학원 분원 대중스님들께 간곡히 청합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선학원의 창립정신을 구현할 때 한국불교의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원로들도 미력하나마 이 생(生)의 마지막 힘을 보탤 것입니다.

불기 2562년(2018) 3월 13일

선학원 원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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