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냄새 맡으며 모유 수유하던 중 서러워 펑펑 울었습니다.” 지난달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소개된 한 모유 수유 여성의 말이다. 이 여성은 사람 많은 쇼핑몰에서 수유 할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 화장실 냄새가 새어 나오는 간이 의자에 앉아 쌩쌩 부는 바람을 맞으며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 했다. 소수자에 대한 존중을 우선시하는 선진국에서조차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아직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출산 적령기에 가까워지면서 젖먹이 아기 때문에 외출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는 지인들을 종종 본다. 집 밖에 한번이라도 나갈라치면 기저귀, 물티슈, 분유는 물론이고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까지 양 손에 짐만 한 가득이다. 어디 그뿐인가. 수시로 배고프다 울어대고 시도 때도 없이 기저귀를 갈게 만드는 갓난쟁이들 때문에 부모는 잠시도 편할 새 없다. 죄 없는 아기 탓을 할 수 없으니 아기를 둔 부모는 그저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이리 쩔쩔, 저리 쩔쩔 맬 뿐이다. 

아기 엄마들이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 백화점에 몰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는 대부분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수유실은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이 외출을 했다가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급한 대로 그 자리에서 보이지 않게 천으로 가리고 수유를 하거나 이마저 녹록치 않으면 냄새나는 화장실에서 아이에게 밥을 먹일 수밖에 없다.

벌써 2년 가까이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는 조계사 수유실은 그래서 더 뜻 깊다. ‘사찰 수유실’ 아이디어를 낸 주지 지현스님은 정작 “한 사람도 안와도 좋으니 절에서 하는 작은 배려라 생각하고 따뜻한 정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경내에 머물다보면 수유실을 이용하기 위해 조계사를 찾는 사람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목적이야 뭐든 절집을 찾는 젊은 엄마들 발길이 잦아졌단 뜻이다. 

지난 6일 조계사 수유실에서 만난 한 아기 엄마는 “불자는 아니지만 백화점 보다 더 잘 꾸며놓은 수유실을 보고 감동했다”며 “종로에 가면 조계사에 꼭 들려보라고 권할 것”이라고 했다. 무겁고 거창한 것보다 작은 배려가 주는 감동이 더 큰 법. 수유실 하나가 불교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는 셈이다. 젊은 세대 발길을 사찰에 돌리게 하는 방법을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불교신문3375호/2018년3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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