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는 보통 70년을 산다고 한다. 그런데 40살이 되면 부리와 발톱은 무뎌지고 깃털도 푸석해진다. 사냥할 수도 없고 잘 날 수도 없다. 독수리로서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독수리는 스스로 생을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독수리는 고통스런 ‘재생의 길’을 걷는다. 높은 산에 올라가 절벽 바위에 여러 차례 부리를 부딪쳐 낡은 부리를 빼어내고 강한 부리가 새로 나오게 한다. 독수리는 이렇게 5개월간의 고통스런 ‘환골’과 ‘탈태’의 시간을 보내고 늠름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다시 30년의 삶을 더 연장한다고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덕에 올 겨울엔 눈구경을 실컷 했다. 눈 위에서 펼쳐지는 스키 선수들의 묘기도 천상의 세리머니처럼 아름다웠지만 눈쌓인 설산의 풍경이 차분하면서도 고즈넉한 정취를 불러일으켜 그나마 동장군의 맹위를 누그러뜨리는 듯했다. 30년 만에 치러진 국가적 큰행사인 올림픽과 설 명절이 있었음에도 연휴 기간 해외로 떠난 명절 여행객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 지방에 사는 시부모 가운데는 “며늘아, 힘들게 시가에 올 생각마라”고 전화하며, 설 차례에서 아들내외를 아예 해방시켜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이혼 위기를 겪는 가정이 늘고 있는 추세를 생각하면 현명한 처사일 법도 하다. 

사회 환경이 급변하다보니 명절차례에 대한 시부모의 인식 온도만 달라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부모 입장에서도 요즘 자기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자녀들에게 집 한 칸이라도 물려주기 위해 아들이 주는 용돈을 감수하며 마음 상하는 경우가 적잖았다고 한다. 그러나 노후생활비를 주택연금으로 충당하게 되면서 그만큼 신경 쓸 일이 적어졌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비춰 이제 노령에 접어든 세대일수록 보다 당당한 모습의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 독수리의 ‘환골탈태’와 같은 결단과 숙고의 시간을 가져봄직 하다. 

[불교신문3374호/2018년3월10일자] 

김숙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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